『총론 있고 각론 없다』는 것이 우리나라 경제시책의 오랜 병폐다. 선언적이기만 하고 실천적이지는 못하며 구호만 요란하고 행동은 뒤따르지 못하는 것이 지금까지 보아온 경제정책의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물가안정』은 수십 년 간에 걸쳐 해마다 강조해온 주요 경제시책이었지만 물가가 오르지 않은 해가 거의 없었고 생산성 향상이라든지 경쟁력 강화,경제력 집중완화와 분배구조의 개선,편중여신의 완화와 중소기업의 지원육성 같은 시책들은 해마다 경제운용계획에서 빠져 본 일이 없는 단골 시책들이었지만 이렇다할 결실이 없는 것은 물가와 마찬가지다. 이런 시책들 중에서 어느 한가지만이라도 제대로 실행이 돼서 효과를 얻었더라면 우리 경제는 지금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물가가 잡혀서 탄탄한 안정기반이 구축돼 있다면 지금 우리가 남미형 실패를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고 중소기업이 제대로 육성됐더라면 제조업의 공동화나 생산기반의 침하를 염려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경제력 집중을 개선했더라면 경쟁제한에 따른 경제전반의 생산성 저하와 정체현상을 극복할 수 있었을 것이고 분배구조 개선에 성공했더라면 시민사회의 중추가 되는 중산층의 저변확대와 함께 노사분규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결국 이것저것 나열만 해놓고 무엇 하나 제대로 이루어낸 것이 없는 게 오늘의 우리 경제현실이다.
『전인교육』 『질서의식함양』 같은 시책처럼 하나마나한 원론만 계속 강조하고 그것을 이루어낼 구체적인 실천방안은 등한히 해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전인교육이라면 교육정책의 지고지선한 목표인데 걸핏하면 그 말을 입에 올리는 것부터가 경솔하고 무책임한 태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교육현실을 생각해보면 전인교육이라고 말하기를 부끄러워하는 것이 정상적인 현실감각일 것이다. 경제정책에서 중요한 것은 실천방안이다. 전인교육이 중요한 게 아니라 참담한 우리의 교육현실을 조금이라도 개선,향상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더 중요한 것처럼 경제에서도 『물가안정』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물가를 안정시키는 방법』이 중요한 것이다.
이승윤 전 부총리 때부터 정부가 계속해서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를 당면시책으로 강조해오고 있는데 여기서도 중요한 것은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가 아니라 『제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방법』이다. 제조업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면서 1년 넘게 세월을 보냈지만 구체화돼서 나온 실천적 방안들은 이렇다하게 내세울 만한 것이 없다. 창업에 따르는 복잡한 행정절차와 각종 인허가·규제는 여전하고 공장부지 얻기도 갈수록 더 어려워지고 금리는 6·28조치 이후 오히려 더 올라버렸고 돈쓰기도 어렵고 사람 구하기도 어렵고 기업환경이 무엇 하나 개선됐다고 볼 수 있는 게 드문 형편이다. 『제조업을 살려야 한다』는 총론만 무성하고 『제조업을 살리는 구체적인 방안』에 관한 각론은 빈약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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