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의 입학식 전후 이화여대 음악과 각 처장실에는 클라리넷전공 합격자 2명의 입학여부를 묻는 불합격자의 학부모들과 기자들의 방문,전화가 잇달았다.음대부정입학사건이 터지자 해당부문 합격자 전원의 등록을 유보한 서울대와 달리 이화여대는 일찌감치 「법원의 최종판결이 날 때까지는 합격유효」라는 입장을 정했고 합격자들은 등록까지 마친 상태였다.
그러나 학교당국은 관련학생 처리문제를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홍보를 맡고 있는 기획조정실은 입학식 당일에도 「법원의 최종판결」을 내세운 종래 입장을 되풀이했다. 학부모와 심사위원이 돈을 주고 받은 것은 분명하지만 심사위원들이 실기고사 가산점을 준 사실이 법원에서 확인되기 전까지는 검찰수사나 언론보도만으로 입학을 유보하는 것은 교육적 차원에서 부당하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이화여대는 이미 지난달 25일 교무위원회에서 2명의 입학유보를 결정하고 27일엔 학무처장이 해당 학부모들을 학교로 오게 해 입학식 불참을 종용한 사실이 확인되는 등 「이대의 권위와 체면」 때문에 행했던 거짓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기획조정실이 2명의 입학식 참석여부를 묻는 기자들에게 『참석했을 것』이라고 답변한 것과 달리 학무처장은 『부정합격자는 당연히 입학유보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검찰기소내용으로 보아 부정합격이 명백한 학생들을 입학시키는 것은 교육적 차원에서 부당하다는 것이었다.
음대부정사건이 터진 이후 이화여대의 문턱은 평소보다 더 높아졌다. 기자들은 학교측의 방침을 알기 위해 찾아갈 때마다 『처장님은 바쁘다』 『모든 언론홍보는 기획조정실을 통하라』고 문전박대를 당하곤 했다. 기자들의 취재행위를 학교행정에 대한 간섭쯤으로 여기는 것 같았다. 학무처는 『입학유보결정은 당연한 일이었는데 언론이 추측보도한 것』이라고 엉뚱하게 화살을 돌리기까지 했다.
이화여대는 4일 서울대가 합격 취소·재시험 결정을 발표하자 부랴부랴 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교육적 차원」에서 또 어떤 결정을 내릴지 두고봐야 하겠지만 최소한 언론에 거짓말은 하지 않는 양식을 주문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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