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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들 “금융제재쯤 겁 안난다”/비업무 부동산 처분싼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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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들 “금융제재쯤 겁 안난다”/비업무 부동산 처분싼 신경전

입력
1991.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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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연체금리 장부가 기준/여신 중단도 두고 봐야… 땅값 10% 올라도 만회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처분 지연에 대해 금융당국이 취하게 되는 제재내용이 「금융상의 불이익」이나 「신규부동산 취득금지」 등 겉으로 거창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별 실속이 없는 솜방망이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때문에 처분시한의 만료로 5일부터 당장 미처분에 따른 제재를 받아야 되는 23개 재벌그룹들은 제재를 감수하고서라도 시간을 갖고 처분해 제값을 받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일부 재벌은 제재상태에서의 계속 보유를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다.

롯데 한진 대성 현대그룹 등이 비업무용으로 판정난 땅을 팔지 않겠다며 버티는 데에는 억울하다는 뜻이 포함돼 있다. 언제는 정부가 나서서 조림지로 조성하라고 하더니 이제 와서 갑자기 태도를 바꿔 팔게 한다든지,빌딩을 지으려 해도 각종 절차가 지연돼 못 지은 것을 비업무용이라며 팔라고 하니 기업 입장에서 볼 때 일리 있는 항의인 셈이다.

그러나 기업들이 나름대로의 이유를 들어 계속 보유하겠다는 의사를 밝힐 수 있는 것도 사실상 보유에 따른 제재가 크게 부담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비업무용 부동산 처분지연에 따른 제재는 크게 당연제재와 선택제재로 나뉜다.

금융상의 불이익과 신규부동산 취득금지는 모두 처분지연 시 당연히 받게 되는 제재들이다.

금융상의 불이익은 비업무용 부동산액수만큼 해당기업의 은행대출금에 19%의 연체금리를 적용하고 지급보증수수료를 1.5배 더 물게 하는 것.

여기서 문제는 비업무용 부동산의 가격산정 방식이다. 여신관리시행절차 제18조에 따르면 장부가액에다 취득시점에서 제재당시까지의 건설부 지가변동률을 곱하도록 돼 있다. 시가나 공시지가가 아니기 때문에 실제보다는 매우 적은 금액만이 산출될 뿐이다.

롯데그룹의 제2롯데월드 부지 2만6천평의 경우 시가로는 1조원 가량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장부가액은 8백억원 수준. 장부가액이 시가보다 10분의1에도 못 미치니 그 동안의 지가상승률을 곱하더라도 커다란 액수가 될 수 없다.

더구나 롯데그룹의 경우 해당계열사인 롯데물산 호텔롯데 롯데쇼핑 등의 은행대출금이 4백억원에 불과해 금융상의 불이익에 의해서는 연간 30억원 안팎을 추가부담하면 그만이다.

신규부동산 취득금지도 종이호랑이다. 처분 지연으로 이 조치를 당하더라도 모든 부동산을 다 사지 못하는 것은 아니며 공장이나 분양용 아파트 부지 등은 여전히 마음대로 구입할 수가 있다.

여신관리시행세칙 제34조에 따르면 비업무용부동산 처분에 불응한 기업체에 대해 「부동산 취득 승인을 일체 금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아울러 예외조항이 동시에 명시돼 있다.

▲공장 및 부대시설 ▲연구소용 건물 ▲주택건설용 토지 ▲사원 임대용 주택부지 ▲근로자 복지 후생용 건물 등은 신규부동산 취득금지 제재에도 불구하고 계속 매입이 가능한 것이다.

실제로 기업들은 5·8대책이 내년 6월말까지 1년 더 연장돼 어차피 필수부 동산을 제외하고는 다른 부동산을 사들일 수도 없는 처지이므로 신규부동산 취득금지 제재를 받으나 안 받으나 당분간은 마찬가지이기도 하다.

은행감독원이 상황판단에 따라 선택적으로 추할 수 있는 조치로는 신규여신중단이 있다.

이 조치는 아직 한 번도 취해진 적은 없다. 기업의 은행빚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태이므로 신규여신중단조치를 취하면 기업의 숨통이 꽉 막혀버릴 가능성도 있을 법하다. 그러나 이 조치는 재벌그룹의 비업무용 부동산 보유 계열사에만 한정적으로 내려지는 것이기 때문에 그룹 전체의 자금줄이 막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다른 계열사로부터의 자금조달 루트가 여전히 있기 때문에 신규여신중단 조치도 말 자체에서 풍기는 강력한 제재의 실효성이 크게 없는 셈이다.

은행감독원의 이러한 제재 외에 기업들은 지방세법상의 취득세를 업무용보다 7.5배나 많은 15%를 내야 한다.

이러한 불이익들을 모두 감안하면 연간 땅값이 30%는 올라야 기업들이 불이익을 만회할 수 있다는 게 은행감독원의 설명이지만 취득세는 1회에 그치는 것이고 금융상의 불이익도 장부가격에 토대를 두고 있기 때문에 땅값이 전혀 안 올라도 견딜만 하며 시가기준으로 10% 정도만 오르게 되면 손실의 만회가 충분히 가능한 것이다.

비업무용 부동산의 처리문제는 따라서 제재의 실질적 부담이 판가름하는 게 아니다. 은행감독원 역시 이러한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에 비업무용 부동산의 처분에는 여론의 감시가 큰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다.<홍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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