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바깥에서도 새게 마련이다. 우리 사회는 중증의 도덕결핍증에 걸려 있다. 국내에서는 서로 환자니 불감증에 걸려 있다. 그러나 외부세계에 노출될 때 민감한 반응을 일으키게 마련이다. ◆쌍용증권이 지난해 2월 삼익악기 발행의 해외전환사채(CB·3천만달러) 대표 주간사를 맡으면서 기준주가를 높이기 위해 조작한 것이 우리 증권감독원에 의해 드러났다. 쌍용증권은 발행계약 직전 즉 지난해 1월23일부터 2월15일 사이에 삼익악기 주식 15만여 주를 매입,주가를 2만8천5백원에서 3만8백원으로 2천3백원(8%) 올려 놓았다는 것. ◆기준주가는 사채발행의 경우 당시 발행회사 주식의 기준가격인데 보통 발행계약 체결 직전 7일간의 주가(종가)를 평균하여 산정한다. 발행회사의 주가는 이 기준가격에 일정률의 프리미엄을 곱하여 산출한다. 따라서 기준주가가 높을수록 주식으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사채 매입자에 주식을 적게 줄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이 지금까지 해외에서 발행한 전환 사채는 85년말 삼성전자를 시발로 해서 지난 2월28일 발행계약을 체결한 아남산업과 코오롱을 합쳐 모두 16건 6억7백만달러(4천4백억원 상당). 과거 우리 증시의 활황기에는 주가가 상승,사채 발행시 주가조작을 해도 큰 물의가 없었다. 그러나 증시가 불화,주가의 폭락이 빚어지면서 사채 매입자들의 불이익이 증대함에 따라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9월 발행,룩셈부르크 증시에 상장된 선경 인더스트리의 CB(발행규모 4천만달러)라는 것. 높은 프리미엄 때문에 상장 직후 며칠 사이에 가격이 30% 폭락했다는 것이다. ◆명년부터 우리 증권시장이 해외에 개방된다. 우리 증시는 「물타기」 「뻥튀기」,내부자거래,기준주가 조작 등 비리의 백화점이 돼 있다. 우스꽝스럽게도 국내에서는 실시 못하는 실명거래를 외국 투자자에게는 요구할 자세다. 제도와 관행의 선진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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