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부활돼 축복 속에 치러져야 할 지자제선거가 또다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실시여부로 2년 이상 진통을 겪더니 이번에는 실시방법과 시기를 가지고 여야가 정면대치를 하고 있다.내고장 일꾼을 내손으로 뽑는 주민자치의 지자제가 정치권의 혼탁한 당리당략에 의해 그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주권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괘씸할 뿐이다.
선거시기와 방법의 결정은 정부·여당의 고유권한이라며 밀어붙이기식으로 3월분리선거를 강행하는 여당이나 이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기다렸다는 듯이 장외로 시선을 돌려 선거자체를 부정하려드는 야당의 태도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정치력의 궁핍뿐이다.
어렵게 되찾은 주민자치의 권리를 모처럼만에 행사해 풀뿌리민주주의의 초석을 깔아보겠다는 국민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이 같은 결정들을 이처럼 쉽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동시선거가 수반하고 있는 관리상의 어려움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3월선거 강행은 정치력으로 정국을 주도해야 할 여권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 2월 국회가 끝날 때 4월에 임시국회를 다시 열어 선거법 등을 논의하기로 하는 등 4월 이후의 선거실시에 사실상 합의했는데 무엇이 그렇게 급하단 말인가.
3월 조기선거의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제시해 국민의 궁금증을 풀고 야당의 반발을 무마해야만 했다.
선거를 안 하겠다는 것도 아닌데 시기와 방법상의 문제로 선거전체를 통째로 부정하려드는 야당의 태도도 이해하기 어렵다.
선거가 공고되지도 않았는데 야권 일각에서는 보이콧문제가 제기되고 심지어는 정권퇴진 투쟁 운운하는 강경 주장까지 거침없이 나오고 있다.
직선을 통해 정통성을 확보하고 있는 정권을 강제퇴진시키겠다는 것이나 그토록 어렵사리 얻어낸 지자제를 보이콧하겠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또 여권이 수서사건을 은폐·호도하기 위해 3월선거를 강행하려 한다고 판단했다면 이 주장을 선거쟁점화하면 될 것 아닌가.
여야가 정국에 대해 나름의 주장을 펴고 전략을 세우는 것은 좋으나 제발좀 지자제를 끌고 들어가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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