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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법정 불상사(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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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법정 불상사(등대)

입력
1991.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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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뒤늦은 화해4일 하오 1시께 서울 서초경찰서 조사계 사무실. 인근 서울형사지법에서 연행돼 온 민가협 회원들과 이들을 연행한 서울시경 기동대원들이 서로를 다독거려주고 있었다.

『조사도 조사지만 병원부터 가야할텐데』 민가협 회원 박선희씨(34·여)는 자신이 휘두른 구두에 맞아 왼쪽 눈자위가 찢어진 김응희 순경(27)에게 미안한 표정으로 말을 건넸다.

이들은 이날 상오 10시30분 서울형사지법 417호 법정에서 열린 전 전대협 의장 송갑석 피고인(25)의 5차 공판정에서 방청객과 경비관으로 만났다. 민가협 회원과 대학생 등 방청객 1백여 명이 방청석 여기저기에 앉아 있는 사복경관들에게 나가줄 것을 요구하면서 시비가 시작됐다.

재판장 이철환 부장판사는 법정소란을 주도한 하진기군(20·서울대 농대 1) 등 4명에게 감치명령을 내렸다. 학생들을 연행하려고 시경 소속경관들이 다가서자 민가협 회원들이 가로막고 나섰다.

치열한 몸싸움을 벌이다 힘에 밀려 바닥에 쓰러진 민가협 회원들은 구두를 벗어 휘두르기 시작했다. 김 순경은 왼쪽 눈자위를 다쳐 쓰러지고 전경 김기범군(23)은 노정순씨(50·여)의 구두에 뒷머리를 다쳐 경찰병원으로 옮겨졌다.

박씨는 시동생 김기수군(23·경희대 경제4)이 지난해 11월4일 연행된 뒤 민가협에 가입했고 노씨는 아들 김상범군(23·외대 영문4)이 김군과 같은날 연행돼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뒤부터 적극적인 회원으로 활동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온몸이 구둣발로 짓밟혀 멍들고 상의 겉옷이 뜯겨진 채 법원 의무실에서 응급치료만 받은 김 순경의 상처를 누나나 어머니처럼 걱정했다. 안대를 붙인 채 피해자 진술을 하고 있던 김 순경과 박씨 등을 연행해온 의경 정 모군(23) 등도 『감정이 있어서 어머니,누나 같은 사람들을 때렸겠느냐』고 미안해 했다.

서로를 적대시하고 싸운 끝에 경찰서에 와서야 흥분을 가라앉힌 양측은 『언제까지 이래야 하나』 하는 씁쓸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박씨 등은 형사처벌을 받게 됐고 상황이 변하지 않는 한 이들은 각종 시위나 재판현장에서 또 충돌하게 될지 모르는 일이어서 화해의 장면이 흐뭇할 수만은 없었다.<이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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