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초로 남북한이 국제대회 개막식에 공동입장하려는 시도는 한 토막의 해프닝으로 끝났다.1일 하오 91삿포로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를 주관하는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의 프리모·네비올로 회장은 개막식 입장순서를 결정할 국명의 영어표기를 놓고 북한이 PRK에서 DPRK로의 정정을 거듭 요구해오자 한국선수단 김상겸 단장과 북한측 대표를 불러 입씨름을 거듭한 끝에 양측이 동시에 나란히 입장해줄 것을 즉석에서 제의,이곳에 와 있는 선수단과 체육관계자들을 잠시 흥분케 했다.
네비올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양측이 태극기와 인공기에 각자의 푯말을 들고 선수단도 양측이 2열로 걸어 들어오는 방식을 제시했고 한국측은 즉시 「조건과 수정이 없다면」 흔쾌히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FISU에 통보했다.
그러나 북한은 FISU가 요구한 최종입장통보 데드라인(하오 6시)을 넘긴 8시께 김희근 국가체육위원회 대외담당 부국장이 네비올로 회장의 숙소로 찾아가 남북체육회담에서 합의한 단일기(한반도기)와 「KOREA」라는 단일팀 표기를 사용하겠다고 수정제의했다. 이에 대해 네비올로 회장은 개막식이 20시간도 남지 않은 시간적인 제약과 기술상의 문제점,그리고 김상겸 한국대표 단장과의 약속 등을 들어 난색을 표명했다.
북한의 박명철 단장은 이날 밤 기자회견을 자청,북한측 조건의 타당성을 강변했으나 회견장은 그의 주장에 대한 공감보다는 안타까움으로 가득했다.
북한측의 주장엔 나름대로 납득이 가는 부분도 있었다.
이미 남북한간에 탁구와 축구 단일팀 구성 때 단일팀 호칭과 깃발을 들고 함께 입장하기로 합의한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U대회의 공동입장 문제는 남과 북이 직접 협상을 한 것이 아니었을 뿐더러 FISU가 북한측의 호칭 변경 요구에 고육지책으로 한국측의 양해를 구하면서 북한에 가부를 물은 것인데 북한은 그럴 듯한 명분을 내세워 결과적으로 거부를 위한 변명이 되고 말았다.
형식과 논리를 따지기보다는 주어진 여건 속에서 한 핏줄이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겠느냐는 것이 이번 해프닝의 시말을 지켜본 기자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탁구와 축구에서 단일팀이 구성되는 등 일찍이 볼 수 없었던 화해무드 속에서 빚어진 조그마한 사건이 주는 느낌은 남북간에는 아직도 벽이 높고 우리가 가야할 길이 멀다는 점이다.<동경에서>동경에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