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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인」중심 만해 한용운 만년 거처/심우장 보존소홀 “훼손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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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인」중심 만해 한용운 만년 거처/심우장 보존소홀 “훼손위기”

입력
1991.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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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기념물… 목재·기와 파손/관리동 공사로 더 손상/2층 “양옥” 본건물 가려/“시서 주변매입 공원조성을” 여론33인의 중심이었던 승려시인 만해 한용운 선생(1879∼1944)의 만년거처 심우장이 관리소홀로 훼손될 위기에 빠졌다. 서울 성북구 성북동 222의 1 심우장(서울시 지정 기념물 7호)은 경내에 신축중인 관리건물의 타당성문제로 후손과 불교계,서울시 사이에 다툼까지 생겨 체계적 보존과 기념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심우장 대문엔 지난해 말부터 굵은 대못이 박혀있고 방문객도 거의 없는 형편이며 주변담장의 높이가 1m 밖에 되지 않아 동네 개구쟁이들이 들어가 지붕에까지 올라가는 바람에 팔작지붕 기와도 손상당할 가능성이 크다.

또 지어진지 60년에 가까워 전통 한옥의 목재가 썩어가는 실정이다.

심우장 건물의 살림방에 살고 있는 관리인 이종덕씨(36)는 『아이들이 들어와 불장난을 하는 경우도 있다』며 『관리건물 공사로 북쪽과 서쪽 담 일부를 허문 뒤 훼손위험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관리용 건물은 심우장의 소유권자인 만해의 딸 한영숙씨(58)가 지난해 10월 성북구청의 건축허가를 받아 18평 규모로 짓기 시작한 2층 양옥. 한씨는 『심우장을 찾는 사람들이 쉴 곳도 마땅치 않고 보다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아래채를 헐어내고 공사를 시작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한국전통 불표문화연구원은 지난해 11월말 『경내에 양옥을 지으면 심우장이 가려질 뿐 아니라 문화재 관리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고 청와대 서울시 등에 진정서를 내 공사에 이의를 제기했다. 심우장에서 2.7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더 큰 건물을 지으면 심우장은 사실상 묻혀 버린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한씨측은 『이제까지 심우장에 아무런 관심과 지원도 없던 불교계가 공사를 시작하자 문제를 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관리를 위한 고육지책으로 공사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관할 성북구청은 『서울시의 사전심의를 거쳐 허가를 내줬으며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면서 『시 기념물이지만 평소 관리상태를 점검하기엔 인력이 부족하다』고 말하고 있다.

논란의 와중에서 만해가 옮겨심은 80년생 향나무 등의 훼손우려는 더욱 높아지고 심우장 현판 등의 도난 위험성마저 지적되고 있다.

문화부는 3월을 만해의 달로 정하고 각종 사업계획을 발표했으나 심우장의 관리·보존대책은 빠져 있다.

만해기념회 회장 한계전 교수(서울대·국문)는 『서울시가 심우장 주변지역을 매입해 공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지난 1월 발표한 바 있으나 전혀 추진되지 않고 있다』며 『차제에 빨리 공원을 조성하고 제대로 된 기념관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우장은 1933년 만해의 친지들이 기증한 땅에 대지 1백13평 건평 17.83평 규모로 지어진 뒤 84년 서울시에 의해 기념물로 지정됐다. 건축 당시 총독부가 보기 싫다고 북향으로 집을 지었던 만해는 한 겨울에도 불을 때지 않은 채 살면서 「흑풍」을 비롯한 소설을 이곳에서 집필하다 운명했다.<김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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