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베이커 소등 곧 순방정지/소 「유엔해결」로 미 견제자세/불·독·중국도 소외 인상 만회 영향력 확대 노려지난달 28일 포성이 멎은 걸프전은 전후 중동질서 재편과 관련,또 하나의 전쟁인 외교전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미 예상됐던 바지만 군사적으로 완승을 거둔 미국은 힘의 논리를 앞세워 걸프사태 이전부터 구상해온 세계신질서 구축의 틀에 맞춰 중동지역에서의 새로운 안보체제를 정착시키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어 미국의 독주를 저지하기 위해 소련을 비롯,프랑스·독일 등의 견제가 이에 못지않게 가열되고 있는 것이다.
부시 미 대통령은 외교전에서도 승리를 거두기 위해 제임스·베이커 미 국무장관으로 하여금 지난달 27일부터 더글러스·허드 영 외무,롤랑·뒤마 불 외무,한스·디트리히·겐셔 독 외무 등을 차례로 만나도록 한 데 이어 내주에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이집트 시리아 이스라엘 터키 등을 순방토록 할 예정이다.
베이커 장관은 또 오는 15일께 모스크바를 방문,알렉산데르·베스메르트니흐 소 외무장관과 미소 외무장관회담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커 장관은 이번 순방에서 물론 아랍이스라엘간의 대립완화를 포함한 전후중동평화질서 구축문제를 비롯,지역안보체제확립,군비통제,전후복구 등을 관련 당사국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커 장관이 미국으로 귀국한 직후 미국의 중동평화안이 구체적으로 밝혀지겠지만 미국은 일단 단기적으로는 이라크에 대한 무기금수 조치를 계속하는 한편 경제제재 조치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 미국은 중동지역에서 최소한 군비증강을 억제하면서 무기감축을 유도하며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걸프협력기구(GCC)회원국들의 결속력을 강화하고 이집트 시리아가 이를 지원토록 하는 등 지역안보체제를 수립한다는 계획을 세워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미국의 이러한 독주는 소련을 자극할 것이 분명하며 영 불 독 등 유럽국가들과도 미묘한 마찰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소련은 우선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전후처리문제를 유엔안보리에서 다루도록 한다는 것이다.
소련은 베스메르트니흐 외무장관이 밝혔듯이 아랍국,이스라엘,걸프전 참전국,유엔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그리고 이라크 등이 참여하는 중동평화회의를 소집하는 한편 유엔주관 아래 새로운 지역안보조약을 체결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다국적군에 참가한 프랑스는 이번 전쟁으로 제3세계와 유럽의 가교로서의 이미지에 치명적 손상을 입었으나 전후문제에서는 독자적 외교노력으로 이를 만회코자 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쟁막바지에 소련의 평화중재안에 동조입장을 보인 프랑스는 미소간의 이견을 거중조정하는 중재자로 자처하면서 외교역량을 과시하는 동시에 중동지역에서의 자국이익을 확대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독일 역시 걸프사태 초기부터 미온적 태도를 취해 타동맹국으로부터 비판을 받아왔던 점을 의식,프랑스의 외교노력과 공동보조를 취하면서 팔레스타인을 포함한 평화회의 구성 등을 주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은 안보리상임이사국이면서도 제2차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걸프전쟁 같은 세계적 위기사태에 아무런 외교적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을 떨치기 위해 유엔의 문제해결 방식을 강력하게 주장할 것으로 추측된다.
중국은 또 안보리 상임이사국 중 대이라크 무력사용을 인정한 유엔결의안 제678호에 기권했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제3세계에 영향력 행사를 시도할 움직임이다.
이 같은 세계주요강국들의 외교각축전 이외에 중동 각국에서도 걸프전쟁 이후를 겨냥한 실리외교전이 가열되고 있다.
사우디 등 GCC회원국들은 이달내로 다마스쿠스에서 이집트 시리아 등과 전후협력체제 구축을 위한 회의를 개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역시 지역안보체제가 구축될 경우 자국의 군사력을 축소해야만 될 형편임을 감안,자국의 안전보장 등을 요구하면서 대미 외교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걸프사태의 무대는 이제 전쟁에서 외교로 전환된 만큼 중동지역의 복잡한 실타래를 풀기 위한 어렵고도 긴 여정이 지금 막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이장훈 기자>이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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