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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전 매듭 불확실성 해소불구/국내경기 아직 낙관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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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전 매듭 불확실성 해소불구/국내경기 아직 낙관불허

입력
1991.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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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층갈등·통상압력 증대우려/유가인하→소비확대→수입증가 가능성/기술개발 등한 산업구조 제자리 문제걸프전이 매듭지어지면서 유가불안 등 그 동안 우리 경제에 드리웠던 각종 불확실 요인들이 상당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그러나 대외적 요인의 호전에도 불구하고 계층·집단간 갈등이 지속되고 산업경쟁력 저하와 무역환경 악화 속에서 수출을 비롯한 국내경기의 급속한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걸프전쟁이 우리 경제에 가져온 긍정적인 파급영향은 적지 않다.

우선 지난 86∼88년 흑자무드에 젖어 사회전반에 만연된 과소비 사치풍조가 걸프사태로 크게 진정되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렇다 할 부존자원없이 남들보다 열심히 일해 겨우 일으켜 놓은 우리 경제가 국제유가 상승이란 하나의 외부충격만으로도 휘청거릴만큼 아직 굳건한 토대 위에 서지 못한 단계임을 국민 모두 느낄 수 있었다. 걸프전쟁은 근로자 기업인 등 경제주체들에게 우리 경제가 선진대열에 진입키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일깨운 셈이다.

또 앞으로 국제유가가 당초 우려보다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보여 원가부담 경감 등 인플레심리 완화에도 도움을 줄 전망이다.

이와 함께 활발한 경제활동을 추진하는 데 가장 큰 장애가 됐던 불확실성이 해소됨으로써 기업의 설비투자,가계의 장래설계 등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청사진이 보다 확실히 그려질 수 있게 된 것도 중요한 변화일 것이다.

그러나 걸프사태 진행중 벌어진 각종 정치 사회적 국내사정은 경제의 빠른 회복을 부추기는 데 도움이 되기보다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수서사건을 비롯한 일련의 정치사회적 비리가 폭로되고 정치권 등 지도층이 상당수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계층간 집단간 갈등이 증폭된 채 내연하고 있다. 유가상승 덕택에 근검절약의 필요성엔 저마다 공감하게 됐지만 기업과 근로자들은 아직 새롭게 자세를 가다듬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은 지난해 약속한 비업무용 부동산 매각을 질질 끌고 있으며 근로자들은 지난해 연간 수출검사 불량률이 무려 6.1%에 달한 사실에도 나타나 듯 정성껏 일할 의욕을 되찾지 못한 채 임금인상 요구만 높일 태세다.

또 국제무역 환경은 걸프전 이후 우리 경제에 크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전승을 주도한 미국은 우루과이라운드협상 진행과정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한국 일본 등 주요 교역국에 통상압력을 가중시킬 것이다.

반면 EC(유럽공동체)는 지역주의 경향을 더욱 재촉할 것이 확실하다.

미국과 EC시장에 크게 의존해온 우리 경제는 수출부진 타개에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얘기가 된다.

1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올 주요 지표 전망에도 이 같은 「낙관불허」의 시각이 드러나고 있다. KDI는 국제유가를 당초 예상보다 낮은 평균 20달러(배럴당) 내외로 예측하면서도 성장 7.4%,국제수지 32억달러 적자,소비자물가 9.7% 상승(연말 대비)을 골자로 올해의 경제모습을 그리고 있다.

걸프사태가 불투명하던 지난해 11월 성장 6.9%,국제수지 적자 28억달러,물가 10%로 전망했던 것과 비교할 때 유가를 평균 5달러 가량 낮춰 잡았지만 그만큼 두드러지게 나아질 것으로 기대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KDI의 수정전망은 정부가 올 운용계획에서 제시한 7% 성장,30억달러 적자 목표와 큰 차이가 없다.

원유도입 가격이 배럴당 5달러씩 하락하면 관련 석유제품값 인하와 겹쳐 국제수지 부담이 줄잡아 30억달러 가까이 덜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지만 소비와 투자확대에 따라 수입도 덩달아 늘게 돼 국제수지 경감요인을 대부분 흡수한다는 전망인 것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우리 경제가 기술개발 지연과 경쟁력 약화에 시달리는 산업구조 조정기에 처해있어 유가부담 경감이 곧장 수출확대로 연결되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한다.

다시 말해 걸프전 종결로 외부 충격에 따른 침체사유는 크게 해소됐지만 그렇다고 기술개발 생산성 향상 등 국내요인은 꾸준한 노력없이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인 것이다.

걸프전 이후 우리에게도 최소한 수십억달러 이상 중동복구사업 참여기회가 생기고 지난해 한소 경협체결로 북방진출이 본격화되는 등 희망적인 돌파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물가상승과 계층간 갈등심화에 따른 노사관계불안,지자제선거가 몰고올 사회 경제적 불안정,당국지원만 기다리며 좁은 내수시장 쟁탈에 열 올리는 기업행태 등 경제활력을 저해할 요소는 한 두가지가 아닌 실정이다.

전문가 일각에선 『기업 근로자 정부가 걸프전쟁과 「3차 석유위기」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가정하에서 근검절약과 생산성 향상에 노력해야 구조 조정기 진통을 딛고 회복국면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유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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