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민주계 반발로 내분상/청와대선 “적전분열” 강한 불만 강행의지/평민 “동시면 조건엔 탄력… 결렬땐 장외로”여야는 민자당이 당초의 「3월말 기초의회선거 우선 분리실시」 당론결정을 일시 유보한 데 따라 1일부터 동시선거를 위한 지자제협상을 시작했으나 서로의 이해차이가 현격한 데다 여권의 속사정까지 겹쳐 타결전망이 불투명하다. 여권에서는 청와대의 분리선거 주장이 여전히 살아 있고 대야협상 시한도 오는 5일까지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에 야당은 여당의 협상의지에 의구심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민자당은 대야협상이 실패하는 경우 즉시 당무회의를 열어 「분리선거」 당론을 의결할 방침이어서 민주계측의 반발이 예상되는 등 지자제선거를 둘러싼 당내 갈등이 재연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여권 핵심부는 그 동안 몇 차례의 당정회의를 갖고 「선 기초 후 광역의회선거」라는 방침을 정했으며 지난달 26일 김영삼 민자대표가 당무보고를 통해 노 대통령에게 「분리선거」가 바람직하다는 건의를 한 데 따라 우선 3월말에 기초의회선거를 실시한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했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7일 소속의원 및 지구당 위원장 연석회의에선 「3월말 기초」 「5·6월 광역의회선거」라는 의견을 집약했고 참석자 72%가 「분리선거」를 지지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 당무회의선 주로 민주계 의원들이 이에 집단 반발함으로써 실시시기를 놓고 마찰을 빚고 있다. 여권 핵심부는 당무회의에서 분리선거방안이 최종확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내주중에 관계장관회의국무회의 의결(선거일 확정)대통령 담화발표라는 수순까지 마련하고 있었다.
청와대측은 민주계측의 반발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면서 이들의 반발이 「돌발행동」이었는지,아니면 조직적인 사전계획이었는지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는 등 미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지난 28일 하오 당3역이 참석한 당정회의에서 청와대관계자들이 당무회의 결과에 비판을 했다는 점이나 그날 저녁 노 대통령이 대통령취임준비위 멤버들 초청만찬에서 지자제 실시시기를 놓고 적전분열상을 노출한 당운영방식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는 사실 등에서 여권 핵심부의 분리선거실시 「의욕」을 엿볼 수 있다.
○…김 대표가 비록 건의 형식이었지만 청와대측과 분리선거에 합의해놓고 이를 강력히 밀어 당론화하지 않은 채 민주계측의 반발을 「묵인」하는 등 뒤늦게 방향을 선회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대표는 당초 동시선거론자이었으나 수사파문 등 국면전환을 위해선 기초의회선거부터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으로 돌아섰었다. 그러나 야권이 분리선거에 반대하며 장외투쟁을 전개할 경우 정치적 부담을 크게 안게 되고 자칫 5·6월로 예정된 광역의회선거가 실시되지 않으면 자신의 대권구도에 차질을 빚을 뿐더러 여권내에서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것이 민정·공화계측의 분석이다.
사실 김 대표 진영은 5·6월께 지자제 동시선거를 치른 뒤 선거결과에 따라 대표중심의 당체제 변화시도 및 조기전당대회 소집 등 김 대표의 위상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을 해왔고 최근 민주계 일부 의원들이 『올 7월까지 기다려본 뒤 중대결단을 하자』고 의견을 모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민자당측이 여야 총무접촉을 통해 제시한 협상조건은 합동연설회의 경우 광역(2회)은 1회로,기초의회는 폐지하거나 또는 광역·기초 모두 1회씩으로 제한하며,기초의회의 경우 대도시에서 나타나는 중·대선거구 획정을 모두 소선거구화하고 정당단합대회도 금지해 정당개입소지를 원천적으로 봉쇄함으로써 정당추천배제의 취지를 실천하자는 등 20여 개 항목에 이르고 있다.
이 같이 대야 조건이 많은 것은 선거관리상의 이유를 내세운 정부측의 요구를 수용한 탓도 있겠지만 끝내는 분리선거를 강행키 위한 명분축적용이란 견해도 없지 않다.
○…평민당은 민자당이 분리선거 유보결정을 내린 「진의」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하루이틀 더 공식·비공식 채널을 총동원해 여권의 「동시선거」 의지의 정도를 가늠해본 뒤 최종 대응방침을 정한다는 생각이다. 평민당은 잇단 비리사건으로 함몰위기에 빠진 정치의 복원을 위해서라도 여야 대화는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민자당이 당장의 선결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지방의회선거법 개정협상은 수서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난 뒤에야 가능한 일이라는 입장이다. 즉,수서사건의 재수사 등 지난달 22일 김대중 총재 회견의 요구에 여권이 「어느 정도의 성의」를 보여줌으로써 평민당의 운신의 폭을 넓혀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될 경우 이뤄질 선거법 협상에서의 평민당의 양보의 여지도 그리 넓지 않다. 평민당은 우선 기초의회선거에서의 합동·개인연설회 폐지주장을 전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1일 총무회담에서 여당이 새로 제의한 「기초선거의 정당 일체 배제」안은 『위헌적 요소가 짙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의 발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비해 막상 협상이 개시돼 「여당의 요구를 수용해야만 동시선거가 가능하다」는 명제가 확연해질 경우에는 지난해 여야 지자제협상 말기와 같은 「전폭 양보」의 결단이 내려질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물론 이런 모든 가정이 허물어지는 상황에서는 평민당은 「수서의혹」의 공세와 함께 장외 투쟁의 막을 올린다는 생각이다.<조명구 기자>조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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