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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팡질팡 지자제(사설)

입력
1991.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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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 등 광역과 시·군·구 등 기초의원선거를 동시에 할 것인가 분리실시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선거시기를 놓고 정부와 여당,여야가 마찰을 빚고 있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원칙적이고 상식적인 문제인데,당정과 야당이 당략의 계산차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지자제선거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명백하다. 실시 방법마다 장단점이 있을 것이나 나라의 모든 형편과 여건을 감안할 때 광역과 기초의원선거를 동시에 실시하고 그 시기는 제반 선거관리준비를 감안,5∼6월께가 적절하다는 점을 재삼 강조하고자 한다.현재 정부와 여당간의 마찰은 3월말 기초의원선거를 먼저 한 뒤 광역은 5∼6월로 미룬다는 원칙을 세웠음에도 지난주 여당이 당무회의에서 일부의 반대를 받아들여 분리선거안을 유보하고 야당과 협상키로 한데서 비롯되었다. 한편 분리안에 대해서도 야권은 수서사건의 수렁으로부터 빠져나와 정치전반의 국면전환을 꾀하려는 전략이라며 강행할 경우 선거보이콧 등 강경투쟁도 불사할 뜻을 밝혀 지자제 논쟁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동시에 할 경우 행정기능과 요원확보 등 엄청난 선거관리의 부담문제가 있고 경제에 가해질 충격과 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분리실시해야 한다는 정부의 주장이나 야당이 보이콧 할 경우 민심이반과 정국혼란으로 장차 14대 총선과 다음 대통령선거 등에 막대한 지장을 줄 우려가 있다며 협상을 내세운 여당의 주장 모두 일리가 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국민이 한심하게 생각하는 것은 걸프전과 수서파동으로 어수선한 판국에 대국민공약을 내세워 분리선거를 갑자기 들고 나온 것도 그렇지만,원천적으로 지자제선거에 관해 거여답지 않게 중심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민자당의 당론이다. 과거 4당체제 때 지자제에 관한 합의가 지켜지지 않은 것은 차치하고라도 작년말 이래 도대체 몇 번이나 당론을 바꿔왔는가. 지난 연말 여야가 3월 동시선거에 합의한 뒤 2월 임시국회에서는 양측이 의원 뇌물외유사건에 따른 여론악화를 이유로 슬그머니 5∼6월로 미루는 데 의견을 모았다가 이번에는 3월 분리안을 내놓았으며 이를 또다시 유보하는 등 어지러울 지경이다.

지자제는 온 국민이 국토통일 다음으로 열망해왔던 민주과업인 만큼 실시한다는 원칙을 마다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문제는 민주주의의 초석을 놓는 일이므로 여야가 정략적인 자세를 버리고 올바른 주민자치의 장을 마련하는 데 사심없이 나서야 한다. 기왕에 여야가 선거법협상을 시작한 만큼 이달말까지 충분한 검토와 작업을 진행한 뒤 4월초 임시국회에서 깨끗한 선거,돈 안드는 선거를 치를 수 있는 개정선거법을 통과시키도록 해야 할 것이다.

현행 지방의회선거법은 소형 선전인쇄물을 2∼3종 더 배포하고 시장과 백화점 등에 후보와 운동원들이 나가 인사할 수 있는 것 외에는 13대 총선을 부정과 난장판으로 만들었던 국회의원선거법과 거의 같다. 따라서 금품살포와 향응 등 타락이 재연될 여지는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지방선거를 주민의 참된 일꾼을 뽑는 주민의 잔치로 만들기 위해서는 몇 가지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선관위 등의 부담을 덜고 혼란방지 등을 위해 기초의 경우 합동연설회를 폐지하고 정치바람이 침투할 수 없게 하는 장치를 규정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늘 되풀이하지만 선관위의 권능을 크게 강화해야 한다. 현재의 처벌법규만도 충분하나 고발이 안되고 또 재판이 수 년 걸려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사전운동은 물론 입후보 등록 후에도 불법이 적발될 경우 가차없이 지역선관위가 후보자격을 박탈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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