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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1.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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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무모하게 도전했다가 참패를 당한 이라크 대통령 사담·후세인은 9년 전 영국에 도전했다가 무릎을 꿇었던 아르헨티나 대통령 레오폴도·갈티에리를 연상시킨다. ◆80,90년대의 돈키호테가 돼 버린 양자는 유사점이 많다. 둘 다 독재자다. 후세인은 군 출신은 아니나 군을 완전히 장악하고 스스로 장성이 된 독재자다. 갈티에리는 육군 참모총장 출신의 군사평의회 의장으로 전권을 장악한 군부의 대표자였다. 민의는 독재권력에 의해 존재를 거부당했다. ◆이들은 전쟁의 근거논리와 전쟁상대국도 비슷했다. 후세인은 먼 과거에 쿠웨이트가 이라크의 일부 였다는 골동품 역사에 근거,싸움을 벌였다. 갈티에리도 1816년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시 영유권을 계승했다는 주장을 내세워 1833년 이래 영국영토인 포클랜드섬을 침공했다. 공교롭게도 후세인과 갈티에리는 선진국인 미영과 대적했다. ◆놀랍게도 이들은 선진상대국에 대해 똑같은 과소평가와 전략적인 오판을 범했다. 양자가 다같이 미영이 무력응수를 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후세인은 미국을 「종이 호랑이」로 봤다. 그는 『미국은 1만명의 인명피해를 낼 수 없다. 우리는 주검이 1만명을 넘더라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미국은 우리와 전쟁을 하지 못할 것이다』고 했다. 미국은 54만명의 대군을 동원했다. 그들의 계획대로 지상전을 감행,전사에 남을 승리를 기록했다. 갈티에리는 『대처가 이역만리에 떨어진 그렇게 작은 섬을 놓고 그렇게 거세게 나올 줄 몰랐다』고 추후 고백했다. ◆걸프전과 포클랜드전은 후진국의 선진국에 대한 도전으로 볼 수도 있고 독재적 독단 대 민주적 국민총의의 대결로도 비유할 수 있다. 후세인이 포클랜드전에서 교훈을 얻었더라면 오늘의 영락은 없었을 것이다. 독일 철학자 헤겔은 『인간과 정부는 역사에서 결코 교훈을 찾지 못한다』고 했다. 이래서 역사의 비극은 반복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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