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세계·중동등 벌써 미 독주 우려/미 「강자없는 중동」에 질서재편 역점/“후세인 붕괴”… 아랍 분노 대변 평가도/왕정 6개국 블록 형성할듯… 정치소요 소지도부시 미 대통령이 28일 상오 11시(한국시간) 걸프전의 정전을 선언함으로써 지난해 8월2일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빚어진 걸프사태는 진정국면에 들어서게 됐다. 본보는 걸프사태를 현지 취재중인 특파원들 및 워싱턴 파리 베를] 동경 홍콩 등 각국 주재 특파원들과의 긴급전화를 통해 정전에 대한 반응 및 전후 중동질서 개편,이라크의 장래 등을 진단해보았다.<편집자주>편집자주>
우선 부시 미 대통령의 군사행동중지선언에 대한 각국의 입장은 어떠한지.
▲정일화 특파원(워싱턴)=미국국민들은 소련이 유엔 안보리를 통해 휴전을 강력하게 로비하고 있는 가운데 부시 대통령의 발표가 나와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우디에 파견된 장병들의 가정은 무척 환영하는 입장이며 전국이 「미국이 승리했다」는 데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김영환 특파원(파리)=엘리제궁은 파리시간으로 28일 상오 6시 동맹국 정부들과 합의한 뒤 지난 1월17일자로 시작된 모든 적대행위가 중단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정전에 관한 소식은 24시간 뉴스를 전하는 프랑스 엥포 라디오에서 처음으로 보도됐으며 롤랑·뒤마 외무장관이 이날 뉴욕으로 떠나 케야르 사무총장을 만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프랑스로서는 이번 발표가 나오기 바로 전날 전사자 2명이 생긴 터라 정전소식을 크게 반기는 표정이었습니다.
▲문창재 특파원(동경)=물론 일본정부도 즉각 대환영이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지금까지 미국이 소련의 중재안이나 이라크의 제안을 거부하고 지상전을 계속한다는 여러 결정을 전면 지지해온 일본은 부시 대통령의 정전선언이 있은 지 1시간 후인 28일 낮 총리관저에서 걸프위기 대책본부회의를 열어 쿠웨이트의 전후 재건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자는 논의를 했습니다.
▲강병태 특파원(베를린)=걸프전으로 뜻밖에도 사면초가의 곤경에 처했던 독일은 전쟁종식에 어느 나라보다도 안도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쥐스무트 연방의회 의장이 이날 아침 의회 개회사에서 『모든 의원들은 휴전에 안도감을 느낀다』고 말한 데서 잘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독일은 걸프사태로 정치적 영향력과 국제적 위상의 한계를 절감했고 그같은 충격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후세인 감싸기 여전
▲이상석 특파원(암만)=요르단 알제리 수단 예멘 등 친이라크국가들은 부시의 정전선언에 일단 안도하는 표정입니다. 이들이 미국이 지상전을 통해 형제국인 이라크를 중동지도에서 지워버리려 한다고 주장해왔던 터였기 때문에 정전소식을 일제히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걸프전쟁의 종식을 후세인 대통령의 유엔결의안 전면수락에 따른 것으로 풀이하는 등 여전히 후세인을 감싸는 인상입니다.
▲윤석민 특파원(다란)=걸프전쟁의 주역인 사우디는 전쟁의 불똥이 더 이상 번지지 않은 채 정전이 돼 안도하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쿠웨이트인들도 한결같이 꿈을 꾸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쿠웨이트는 이번 이라크의 침략을 자신들의 위치를 재고하는 좋은 교훈이 됐다고 자체평가하고 있습니다.
세계의 이목은 앞으로 전후 중동이 어떤 식으로 질서를 개편할 것인가에 쏠리고 있는데 각국들의 구상은 어떤 것입니까.
▲정 특파원=미국은 소련의 그 동안 외교적 노력을 비난하거나 정면으로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세계질서도 현 신데탕트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선에서 구축할 것이며 중동의 질서개편에서도 어떤 방식으로든 소련에 참여기회를 부여할 전망입니다. 하지만 후세인 정권은 일단 퇴진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
▲배정근 특파원(암만)=이번 전쟁이 미국의 완승으로 끝남에 따라 미국의 독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또한 냉전종식 이후 새로 구축되던 세계질서에 한몫 끼어보려던 제3세계(이라크)국가의 노력이 무참하게 짓밟혔기 때문에 향후 제3세계국가들의 자주권 확보투쟁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김 특파원=프랑스의 경우 이라크는 중동에 있어서 최대의 발판이었기 때문에 이라크가 너무 약화되기를 원치 않는 것 같습니다. 미테랑 대통령도 최근 한 TV회견에서 다국적군의 전쟁명분에는 동참했지만 평화정착에는 분명히 자신의 목소리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문 특파원=다국적군에 참여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해온 일본은 전후 처리문제에 대해서만은 발언권을 얻으려고 안간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일본으로서는 페르시아만지역 새 질서 정립에 대한 특별한 대안을 제시할 만한 입장이 아니지만 미국 영국 등과 보조를 맞추어 안전보장대책을 협의할 생각인 것 같습니다.
▲유주석 특파원(홍콩)=이붕 중국 총리는 정전 하루 전날인 27일 중국을 방문한 파키스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걸프전 종식 후의 문제에 언급하면서 ▲모든 외국군의 페만지역 철수 ▲이라크의 국경 존중 ▲페만 역내국가와 이슬람국가들에 대한 이 지역 자체 안전보장의 실현 등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이는 걸프전 등과 관련,세계정세 전반에 대해 언급하면서 세계정세가 현재 신구질서의 교체시기를 맞고 있다고 전제하고 미소 관계의 완화가 결코 세계평화 그 자체를 의미하지 못하며 세계 도처의 수많은 지역이 아직도 불안정한 가운데 새로운 충돌들이 표면화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강 특파원=독일에서는 당초 걸프사태를 다루는 미국의 자세를 「제국주의적 힘의 행사」로 보는 시각이 어느 나라에서보다 많았습니다.
이같은 비판적 여론에는 단순한 반전평화주의적 시각 외에도 걸프사태 확대가 통일작업 완수,동구권 재건 등 독일의 당면과제를 저해할 것이란 우려가 크게 작용했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가운데서도 걸프전으로 인한 이른바 「신국제질서」는 미국의 의도대로 고착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독일 정치엘리트들은 내심 전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바이츠제커 대통령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걸프전은 미래를 향한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같은 지적은 결국 미국이 주도해 형성한 「걸프전 열기」가 가라앉고 나면,걸프사태에 대한 새로운 평가와 진정한 「신국제질서」 모색을 향한 국제적 논쟁이 시작될 것임을 예고한다고 하겠습니다.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운명과 이라크의 장래는 어떻게 될 것으로 봅니까.
▲정 특파원=미국의 입장은 이미 걸프전을 개시하기 이전부터 분명하게 정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후세인을 제거함으로써 중동지역에 「강자없는 세력균형」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이란등 견제 주장도
▲김 특파원=프랑스는 걸프전의 목표가 후세인의 전복이 아니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그러나 전쟁의 결과는 후세인의 정치적 입지에 타격을 가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일부 학자들은 이라크가 이란과의 8년전쟁 이전의 군사력을 유지케 함으로써 이란이나 시리아 이스라엘을 견제해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도 유의해야 할 사항입니다.
▲이 특파원=다국적군에 소속됐던 아랍국가들은 대체로 후세인은 이제 끝났다는 견해이나 친이라크국가들은 후세인이 그래도 이번 사태를 통해 아랍민중들의 분노를 대변할 만큼 했다는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물론 후세인을 권좌에 그대로 둔 채 정전을 맞이하는 게 못마땅한 표정이고 시리아정부의 일각에서는 후세인에게 책임을 물어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문 특파원=이라크의 장래에 대해서는 후세인 정권이 멀지 않아 붕괴되리라는 데 조야의 의견이 일치돼 있는 것 같습니다. 일본 언론들은 현지 취재를 통해 이같은 전망을 전하고 있는데,일본정부도 페만지역 전후 재건사업에 이라크만은 제외할 방침입니다. 후세인 정권에 힘이 되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입니다.
▲유 특파원=중국 관영 「경제참고보」는 27일 「미국의 전쟁목표는 과연 무엇인가」라는 논평기사를 통해 사담·후세인의 제거와 이라크의 전쟁수행능력을 완전 파괴하려는 것이 미국의 본심이며 이는 유엔 안보리 결의 678호의 내용을 넘어선 것이라고 맹렬히 비난했습니다.
중동 각국들은 걸프전 이후 질서재편과 전후 처리문제 등에 있어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됩니다만.
▲배 특파원=사우디를 비롯한 페만 왕정 6개국과 시리아 이집트가 경제·군사면에서 결합해 새로운 블록을 형성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대한 반발로 다른 아랍국들도 블록형성을 모색할 것으로 보입니다. 사우디 이집트 등 친미국가에서는 서방세력의 편에 서서 아랍형제국을 파괴한 데 대한 국민적 반감이 폭발해 정권전복이나 정치적 소요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전쟁으로 인한 패배감이나 절망감으로 회교정통주의 및 극단주의가 부추김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세계 각국이 전후 중동지역의 복구사업 수주를 위해 대단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 특파원=미국은 우선 쿠웨이트의 파괴된 유정 6백개에 대한 기술복구작업을 도맡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페르시아만 오염에 대한 처리문제를 전후에도 계속 수행함으로써 이 지역에 대한 막강한 사업진출을 할 것입니다.
▲김 특파원=현재 프랑스에서는 1백40개 기업이 사업수주를 위해 뛰고 있습니다.
미영이 이미 90%를 넘게 수주했지만 곧 쿠웨이트사절단이 파리를 방문할 계획이어서 큰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문 특파원=일본 외무성은 일본 주재 쿠웨이트대사를 불러 종전을 축하한 뒤 쿠웨이트의 전후 부흥사업에 적극 협력할 의사가 있다고 통보했습니다.
걸프전 이후 중동지역의 최대 현안은 뭐니뭐니해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로 귀착되는데 그 전망은 어떻습니까.
▲이 특파원=낙관론과 비관론이 엇갈리고 있지만 팔레스타인 문제의 해결없이는 결코 중동지역에 평화를 정착시킬 수 없다는 데는 모두 동의하고 있습니다.<정리=이장훈 기자>정리=이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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