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 반 이상 타대서 선임/「단독」 힘들면 「대학연합」도 가능/내년부터/교육부,개선안 확정교육부는 28일 내년도 대학입시부터 각 대학이 예능계 실기고사의 출제·평가 등을 총학장 책임 아래 자율적으로 실시하고 희망하는 대학들은 연합실기고사를 치를 수 있도록 했다.
윤형섭 교육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예능계 실기고사개선안을 확정,발표하고 대학의 자율성을 신장하면서 책임의 소재를 분명히하는 것이 개선안의 기본방향이라고 밝혔다.
개선안은 서울지역에서 80학년도부터 시행해온 공동관리제를 폐지하고 대학자율로 실시하되 반드시 타대학 교수가 전체 심사위원의 과반수라야 하며 녹음·녹화작품 등 실기고사평가자료를 확보,졸업 때까지 보존하도록 했다.
또 심사위원은 전임강사 5인 이상으로 구성하고 명단은 총학장의 책임 아래 시험 때까지 보완을 유지하며 최고점수와 최하점수를 제외한 나머지 점수를 합산,평균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대학이 단독으로 실기고사를 실시하기 힘들거나 평가교수의 수가 적은 일부 전공과목은 대학간 연합으로 출제·채점 등을 할 수 있게 허용했다.
교육부는 이밖에 현재 20∼30%인 학력고사 반영비율을 높이는 대신 실기고사반영률은 낮출 것을 권장하고 3∼4일 정도 걸리는 실기고사 기간을 10일 안팎으로 늘려 수험생들의 자질을 충분히 평가할 수 있도록 했다.
교육부는 에능계 대학교수의 레슨행위를 엄중단속하고 장기적으로 이론과 실기교육을 분리하는 방향으로 예체능교육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담합가능성 더 커진 “이상론”/비리근원인 「교수 절대부족」엔 무대책(해설)
지난 2월1일 교육부가 개선 4개 방안을 제시한지 1개월 만인 28일 확정,발표한 예능계 실기고사개선안은 학생선발권을 대학에 돌려주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공정성과 신뢰성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를 보강한 것이 골격이다. 이번 개선에 따라 예능계 입시는 결국 79학년도까지의 대학단독관리제로 환원된 셈이며 희망하는 대학끼리 연합실기고사를 치를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현재 일부 지방대학이 채택하고 있는 방식이 가미됐다.
개선안은 예체능계 입시비리에 휘말린 대학사회의 주장과 건의를 거의 그대로 받아들인 것으로 교육부는 현시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대학이 교무처장협의회,대학교육협의회 등의 기구를 통해 예능계 입시를 대학자율에 맡길 것을 건의한 가장 큰 이유는 타대학 교수가 평가함으로써 책임의식과 사명감이 결여돼 비리가 싹틀 소지가 있고 부정이 드러났을 때 책임의 한계가 모호하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이 개선안에도 미흡한 점이 여러 군데 드러나고 있다. 이상적인 형태일 뿐 현실여건을 무시했거나 충분하고 구체적인 제도적 장치를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음악분야의 경우 평가를 담당할 교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일부 부문에 대한 대책,평가에 참여하는 다른 대학교수의 선정방법,녹음·녹화 등 실기평가 자료채증의 어려움과 효율성,연합실기고사에서 교수간의 담합가능성 등에 대한 대책 등이 전혀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능계 입시부정이 평가교수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데서 시작된다는 사실은 이번 검찰수사결과 잘 드러났다.
그러나 심사위원을 전임강사 이상으로만 5명 이상씩 선정한다는 대안이 제대로 지켜질지 의문이며 부정의 소지가 개입될 여지도 여전하다. 입시비리가 확산된 시점에서 치러진 91학년도 후기대 예능계 실기고사에서는 전임강사 이상만 채점하게 한 결과 전공이 다른 교수가 심사를 맡는 부작용이 파생됐었다.
단독관리대학도 채점에서는 타대학 교수를 절반 이상 참여시키도록 의무화한 것은 자율부여에 따른 객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한다는 게 목적이다. 그러나 교육부가 극비리에 심사위원을 선정,분배하던 공동관리 아래서도 입시비리가 만연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심사위원명단이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연합실기고사가 기존의 공동관리와 다른 점은 자기 대학교수의 참여 아래 출제와 채점을 공동으로 실시할 수 있고 여러 대학의 학생을 한곳에 모아 시험을 치르게 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내년부터 많은 소규모 대학은 이 방식을 채택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럴 경우 전형원칙이 다름으로써 생기는 부작용과 혼란 등에 대한 대책도 함께 강구돼야 할 것이다.
녹음·녹화 등 실기고사 평가자료를 채증,보관토록 해 시비에 대비하자는 것도 부정채점 가능성을 차단하는 심리적 효과는 거두겠지만 예능소질에 대한 평가는 어차피 주관적인 것인데다 채증의 효율성이 의문시된다.
또 현직 예능계 교수의 레슨행위를 금지·단속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사사에 의존해야 하는 예능교육의 특성을 감안하는 대안이 함께 제시되지 못했다.<한기봉 기자>한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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