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안정공급·영향력 유지” 확고/「후세인 몰락·이라크 무력」 필수/강경 이란·시리아에 경고 뜻도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26일 연설을 통해 사실상 이라크에 「완전한 항복」을 요구함으로써 걸프전에 있어서의 미국의 전략적 목표를 분명히했다.
이라크가 정부 대변인을 통해 쿠웨이트 철수령 하달 발표를 하고 뒤이어 후세인이 육성으로 직접철수를 선언하는 등 사실상 패배를 인정했음에도 불구,부시의 강경한 자세는 전혀 흐트러지지 않았다.
사담·후세인에 대한 극도의 불신감이 문구문구마다 배어 있는 부시의 이날 연설에서 가장 온건한 대목이라야 『무기를 버리고 퇴각하는 이라크군에 대해서는 공격을 하지 않겠다』는 정도였다.
이라크에 대한 완전 항복요구는 미국에 전쟁명분을 제공했던 유엔결의안의 범위를 훨씬 넘어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8월2일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이후 12개에 달하는 유엔결의안이 궁극적으로 추구한 것은 단지 「쿠웨이트 해방」일 뿐이다. 26일의 부시 연설을 통해 분명하게 드러난 미국의 목표는 군사전략적으로는 이라크의 무력화이며 정치전략적으로는 후세인의 몰락 두 가지로 압축된다. 동전의 양면과 같은 미국의 이러한 목표는 미국의 전후구상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미국의 전후구상은 석유 안정공급과 이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중동지역에서 이라크와 같이 패권을 추구하는 국가가 또 다시 출현해서는 안된다는 명제로부터 출발한다. 이를 위해 우선 후세인 권력의 기반이 된 이라크 군사력을 약화시킬 필요가 있는 것이다.
세계 제4위의 이라크 군사력을 무력화시켜 전후 중동지역의 군사적 균형을 유지시키자는 것이며 또다른 한편으로 전후 질서구축과정에서 미국이 결코 대화상대로 참여시키고 싶지 않은 후세인의 몰락을 유도하자는 것이다.
아랍민족주의·반미감정 때문에 전후에 지상군의 장기주둔이 불가능하다는 점과 또한 이 지역에서 미국의 이익을 위협할 잠재력을 가진 이란과 시리아에 대해 「경고」하는 의미에서도 미국은 강경자세를 누그러뜨리지 않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호메이니 집권 이래 가장 강도높은 반미·반서방정책을 취해온 이란과 다국적군에 참여했다고는 하나 걸프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테러국 명단에 올라 있었던 시리아는 이라크가 무너진 힘의 공백을 틈타 중동지역의 패권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은 나라들이다. 따라서 미국은 이라크를 「반면교사」로 삼기 위해 「어정쩡한 끝내기」보다 「철저한 끝내기」를 선택한 것이다.
미국이 이러한 강공책을 선택할 수 있었던 배경은 이라크군이 저항다운 저항도 못해본 채 개전 초기부터 어이없이 무너진데다 중재안을 통해 소련이 미국을 견제하는 속뜻이 아직은 전후 중동 신질서 구축과정에서 자국의 안보적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는 요구의 차원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미국은 ▲이라크군의 무력화와 ▲후세인의 몰락유도라는 이 두 가지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어떠한 「끝내기 전략」을 취할 것인가.
딕·체니 미 국방장관은 지상전 개시 직후 이라크 영토 남부의 바스라항지역 일대를 상당기간 점령할 계획임을 밝혔고 이라크 영토 깊숙이 진출한 미 제7군단 선봉부대는 이미 이라크 최정예인 공화국수비대의 퇴로를 차단해 버렸다. 미군 지휘관들은 26일 공화국수비대에 대한 포위작전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히고 『그들을 죽여야 할 필요가 있다면 목을 조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미국의 전략은 분명해진다. 이라크 군사력의 핵인 공화국수비대를 격멸하거나 최소한 무장해제시킨 뒤 점령지역 반환을 정치적 지렛대로 후세인 정권을 압박한다는 것이다.
철군선언에서 알 수 있듯이 후세인은 군사적 패배는 인정하면서도 오히려 정치적 승리를 주장했다. 후세인이 이라크를 강력히 통제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공화국수비대가 보존된다면 그는 그가 선언한 바와 같이 이번 걸프전을 정치적 승리로 선전,정치적 생명을 유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미국은 후세인 몰락의 전제조건인 정치적 패배를 「강요」하기 위해서 공화국수비대의 궤멸과 이라크 남부지역 일대의 점령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강공전략에 대해 다국적 참여 아랍국들은 「제한적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국적 참여 아랍국들은 그들의 전쟁목적이 쿠웨이트 해방에 있었음을 환기시키면서 이라크 영토로의 진격은 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하면서도 미국의 이라크 진공엔 방관하고 있다.
후세인의 제거는 「경쟁자」 혹은 「위협」의 소멸이라는 점에서 내심 바라는 바일 뿐 아니라 소련과 국제여론을 등에 업고 전후 중동질서 구축과정에서 미국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다고 계산하고 있기 때문이다.<유동희 기자>유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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