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군과 이라크 공화국수비대의 사활을 건 결전이 될 것이라던 걸프전쟁의 지상전은 결사항전을 부르짖던 후세인이 이라크군의 쿠웨이트 철군을 발표함으로써 침공 3일도 못 가서 속전속결로 판가름이 거의 나고 말았다. 그러나 전세계를 뒤흔든 걸프의 전투행위가 머지 않아 종식된다고 해도 유정화재,원유유출로 번지기 시작한 걸프환경전쟁은 현재로서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송유시설서 유출된 1천1백만배럴의 원유가 페르시아만을 떠돌면서 연안과 바다에 죽음의 공포를 퍼뜨리고 유정을 불태운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지만 이와 같은 자연파괴와 환경오염은 자연이나 인간이나 일찍이 경험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얼마 동안이나 참고 견디면 재앙을 이겨낼 수 있으며 그 방법이 무엇인지를 아무도 알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생태계의 질서회복에는 2백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하는 주장도 있지만 아무리 짧게 잡아도 수십년은 걸린다는 것이 환경학자들의 공통된 견해인데 페르시아만과 아라비아반도를 서식지로 하는 몇 종류의 희귀생물은 끝내 재앙을 이겨내지 못하고 완전히 멸종되어 지구에서 그 자취를 영구히 감추게 될지도 모른다고 한다. ◆멸종위기에 몰린 희구생물 1호는 머리서부터 발끝까지 기름덩이를 뒤집어쓰고 허우적거리는 모습이 외신사진을 통해 전세계에 전해진 페르시아 가마우지. 바다새의 일종인 가마우지는 세계에 널리 퍼져 있으나 페르시아 가마우지는 습성이 특이한 희귀종인데 이번 걸프전쟁서 떼죽음을 당하고 있다. ◆인어 전설의 원형으로 불리는 해양포유동물인 해우(듀공)도 현재 전세계적으로 7천수 정도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페르시아만서 가장 많이 발견되고 있어 이번 재앙을 견뎌내지 못하지나 않을가 염려된다고 한다. 이들 외에도 오염된 페르시아만지역에서 속죄양처럼 죽어가고 있는 생명체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데 인류마저 그 재앙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지나 않을까 염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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