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으로 치닫는 걸프전쟁은 우리의 위상을 돌아보고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지난달 17일 걸프전쟁이 발발한 후 우리 정부는 미국의 눈치를 살피며 침략군 공동응징,유엔의 한국전 참전에 대한 보답이라는 명분 속에 전후 복구사업 지분확보라는 실리를 재며 다국적군 지원·참여방안을 결정해나갔다.
5억달러의 전비를 내고 군의료진 파견에 이어 공군수송기 5대와 1백60명의 병력을 추가파병한 후 국방부는 『우리도 다국적군 지원국에서 탈피,당당한 33번째 다국적군 참가국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상전이 시작된 24일 노먼·슈와르츠코프 다국적군 사령관은 『미·영·불·독 등 다국적군 28개국은 지상전을 개시했다』고 말했다. 33개국은 고사하고 29개국도 아니었던 것이다. 전승국이 될 다국적군이 되느냐,지원국으로 머무르고 말 것이냐 하는 자리매김에서 한국은 뒷전으로 밀려났고 전후의 경제복구 참여도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우리 형편에서 힘자라는 대로 줄 것 다 주고 제몫 찾기는 불투명한 상황이 되자 『정부가 눈치만 보지 말고 좀더 당당해야 했다. 관계부처끼리도 손발이 맞지 않았다』는 자성과 지탄의 소리가 들리고 있다.
또 사우디에 군의료진을 보낸 후 전쟁연구단 파견 등을 언론에 흘려 불필요한 견제를 받은 것이 의료진과 공군수송단원들의 현지대우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외국의 전쟁을 자국의 국익·안보를 위해 연구하지 않는 나라가 없는데도 유독 전쟁연구단을 파견한다고 떠들어 대외접촉에서 애로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미국이 다른 우방국들과 달리 우리에게는 지상전 시작 전 또는 시작과 동시에 작전개시를 알려주지 않은 데 대한 섭섭함과 불만도 크다. 6시간 후에야 주한 미 대사와 한미 연합사령관이 청와대를 방문,보고했는데 대통령이 보도내용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전황을 일요일에 뒤늦게 들었어야 했느냐는 것이다.
앞으로 또 얼마나 무시를 당하고 섭섭한 일을 겪을지 알 수 없지만 대의명분과 함께 실리를 거두려면 우리는 군사외교에서 보다 당당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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