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상황 맞으면 사용할듯/사상 가장 처참한 전쟁 될지도다국적군의 전면적인 지상공격 개시와 함께 과연 이라크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이라크는 미군 등이 지상공격을 감행할 경우 화학무기를 쓸 것이라고 공언해왔기 때문에 화학무기 사용가능성은 최고조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23일 밤 쿠웨이트 접경에서 전투를 벌인 미 해병은 『이라크가 쿠웨이트 일선 부근에 화학무기를 배치한 증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미 합참의 토머스·켈리 작전국장은 뉴스 브리핑에서 『이라크가 화학무기를 사용한다면 진짜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미군 소식통들은 『화학무기를 사용하는 이라크의 일선 지휘관들은 개인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전범처리 가능성을 예고했다.
사실 이라크는 유엔이 정한 철군시한인 지난달 17일부터 화학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장거리 스커드미사일 공격을 감행함으로써 이라크가 화학무기를 사용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팽배해왔었다.
이라크가 화학무기를 사용할 경우 이번 걸프전쟁은 1차대전 이후 가장 참혹한 대량보복 살상극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당초의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화학무기는 눈에 보이지 않으면서 무차별적으로 인체의 신경계통을 마비시켜 결국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는 가공할 살상병기다.
이미 지난 25년 제네바협정에서 사용이 금지된 화학무기는 장거리미사일 대포뿐 아니라 SU24 등 이라크의 장거리전폭기에 장착,얼마든지 발사할 수 있다.
사담·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이미 이란과의 전쟁 때 일선 사단장에게 화학무기 사용권을 일임한 바 있다.
핵무기에 비해 10분의1 정도의 비용으로 2∼3배 이상의 살상효과를 거두는 화학무기는 크게 ▲최루제(NC,CS,CR가스 등) ▲신경제(타분,사린가스 등) ▲무능화제 ▲수포제 ▲혈액제 등으로 분류되는데 이라크는 이 중 수포제를 주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이라크가 사용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화학무기는 수포제인 「겨자가스」(머스타드가스). 원료 및 생산설비의 대부분이 독일의 군수산업체에서 제공된 것으로 밝혀졌다. 겨자가스는 가스에 몇분간만 노출돼도 피부 곳곳에 물집이 생기고 생체조직을 부식시킨다.
더욱이 이 수포작용제는 접촉 후 3∼4시간 이내에는 눈을 멀게 하고 폐암 등 무서운 합병증까지 유발한다.
이라크는 이 밖에도 미국에서 개발된 이원화화학탄도 최근 사용실험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무기는 개별적으로는 독성이 없으나 목표물로 날아가는 도중 화학반응을 일으켜 무서운 독성을 발휘한다.
이라크는 무색 무취·무자극성의 특징을 가진 신경가스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 가스는 워낙 독성이 강해 미량만 인체에 닿아도 경련을 일으키며 사망하게 된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바그다드 남쪽 60㎞와 북쪽 1백7㎞에 각각 위치한 살만파크와 사마라에서 이라크 화학무기의 대부분이 제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는 이란과의 전쟁이 절정에 달했던 지난 80년 두 차례에 걸쳐 독가스를 사용한 바 있으며 88년에는 자치권을 요구하던 이라크 북부 소수민족 쿠르드족에게도 겨자가스를 대량살포,전세계의 비난을 받았었다.
따라서 이라크가 지난 23일 군 코뮈니케를 통해 『다국적군의 지상공격을 격퇴시킬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자신만만해한 점,특히 이스라엘에 대해 『무자비한 복수가 있을 것』이라고 선언한 점으로 미루어보아 최악의 상황에 처할 경우 화학무기를 사용할 것으로 군사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만약 군사전문가들의 예측대로 이번 걸프전이 화학전으로까지 치달을 경우,이번 전쟁은 역사상 가장 처참한 전쟁으로 기록될 것이다.<장현규 기자>장현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