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진격로 확보 결전준비 완료”/화학전 대비 장비도 이미 배치/“포로 많아 진공 늦어질 것” 자신사우디 현지시각으로 23일 하오 8시(한국시간 24일 새벽 2시) 쿠웨이트 탈환을 위한 부시 미 대통령의 지상 총공격명령은 사실상 내려진 셈이다.
다란의 인터콘티넨탈호텔에 자리잡은 미 전선 사령부의 회견장에서 TV로 부시의 발표를 지켜본 한 미군 장교는 엄지를 치켜세우며 『6개월 이상 기다려온 때가 왔다』고 힘주어 말했다. 다른 고위 장교는 『이제 D데이(지상공격일) H아워는 전장의 상황을 고려한 「곰」(슈와르츠코프 사우디 주둔 미 사령관)의 손에 달려 있다』며 정확한 일시를 밝히진 않았으나 『지난 20일께 모든 지상전 준비는 끝났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달도 만월로 차고 쿠웨이트 연안이 썰물인데도 공격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적이 꽁무니를 보이기 시작했으므로 상관없다』는 대답이다.
최전선에는 「종말의 시작」(The beginning of the end)으로 명명된 작전이 이미 시작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상전 돌입을 눈앞에 둔 사우디쿠웨이트 국경지대의 미 해병 제2사단 장병들은 이라크군이 국경을 따라 쌓아놓은 모래성벽 제거작업에 들어갔다는 소식이다.
한 미군 지휘관은 『쿠웨이트 국경에 이라크가 쌓은 모래성벽을 이미 군데군데 제거,그 사이로 M1A1탱크들이 돌진할 준비태세를 완료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최전선 다국적군 부대는 지상전 돌입에 앞서 각 공격부대마다 화학전에 대비한 독일제 「폭스」 대 화생방장갑차량 6대씩을 배치 완료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전선부대 지휘관은 미 공격헬기의 이라크군 벙커 파괴 성공으로 『병사들은 자신감에 차 있다』고 말했다. AH64아파치 1대와 CH58키오와 정찰용 1대가 한조를 이룬 헬기공격부대 2개조가 지난 21일 이라크군 벙커 15개 이상을 폭파하고 포로 4백50여 명을 잡았다는 것. 따라서 다국적군은 공격이 개시될 경우 포로 처리문제로 진격속도가 느려질까 걱정이라는 농담도 나오고 있다.
미 국방부는 22일 현재까지 쿠웨이트내 이라크 탱크 4천2백대 중 1천4백대를 파괴했다고 밝혔으나 현지 지휘관 사이에서는 지난 17일 이후 지공 합동에 의한 공격으로 하루평균 1백10여 대의 탱크를 무력화시켰을 것으로 감안하면 이라크군의 주력이 절반정도 손실됐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지 미군 정보관련자들은 이미 전선의 이라크군이 일종의 「공황상태」에 빠져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 18일 이후 다국적군 중대규모의 쿠웨이트 영내 「정찰활동」이 거듭되고 있지만 조우하는 이라크군들은 도망치기에 바쁜 것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사막의 폭풍」작전의 다국적군이 더 두려워 하는 것은 진짜 사막폭풍이다. 엄청난 화력을 지닌 다국적군도 이 가공할 자연의 섭리 앞에는 한갓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다국적군 수뇌부 사이에서는 후세인의 평화제스처가 이를 기다리기 위한 지연전술일 것이라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빠르면 이달말부터 시작되는 사막폭풍은 대략 4월 중순께 끝나는데 사막 유목민인 베드윈족은 「50일 동안」이란 뜻으로 「캄세인」이라 부른다.
이 기간 동안 시속 70㎞ 이상의 모래폭풍 등으로 시계는 0에 가까우며 일시에 거대한 모래둔덕을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하는 등 지형지물도 바꿔놔 베드윈족조차 출입을 꺼린다.
캄세인에 동반하는 「카붑」은 「모든 최악의 복합체」라는 의미에 걸맞게 순간적인 집중호우로 흙탕물을 흘려내리며 돌풍은 모래기둥을 지상 6㎞ 상공까지 뻗치게 한다는 것.
한차례에 약 2일간 지속되는 폭풍은 반경 80㎞ 이내 모든 환경을 뒤바꿔놓음으로써 다국적군의 우세한 공중지원력,화력,기동력에도 불구하고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정찰활동은 제한되며 첨단레이더기능도 무력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오히려 사막의 생리를 익히고 있는 이라크군에 역습의 기회도 되며 가장 최악의 경우는 아군간의 오인사격에 의한 대참사를 유발할 것을 미군 수뇌부는 우려한다.
그러나 이제 정치적으로도 군사적으로도 선택의 때는 왔으며 지상결전을 위한 주사위는 던져졌다.<다란(사우디)=윤석민 특파원>다란(사우디)=윤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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