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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졸 앞지른 고졸임금(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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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졸 앞지른 고졸임금(사설)

입력
1991.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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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서파문」 기사로 떡칠을 하는 신문지면 사이로 색다르고 밝은 기사 하나가 반짝했다. 요며칠 사이 바짝 곤두섰던 신경이 시원하게 풀려나가는 듯한 기분이다.「학력간 임금격차 역전현상」 시작 「고졸 4년 근속자 대졸초임 앞질렀다」는 제하의 이 뉴스가 전하는 참된 의미는 무엇일까.

우리 사회의 비틀린 고학력 풍조가 바로잡히기 시작했다는 청신호이기도 하고,생산직과 기능직 등을 경시했던 우리 전래 공맹가직관의 허구가 무너져 내리는 폭발음 같이도 들린다.

대한상의가 1천5백25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분석한 남자사원들의 「90년 학력 및 직종간 임금격차」 보고서에 의하면 사무직 고졸 4년 근속남자의 월 평균임금이 45만4천5백41원으로,대졸자의 월 평균 초임금 43만8천7백5원보다 3.6%가 많았다. 사무직에서의 저학력자 임금이 고학력자 임금을 앞지르게 된 것은 지난해에 처음으로 나타난 현상이라는 것이다.

생산직의 경우에는 89년에 이미 역전현상이 일어나 2년째 지속되면서 임금격차 폭마저 더 커졌을 뿐 아니라,기업들이 어줍잖은 고학력자보다 공고나 전문대 출신자를 더 선호하는 경향마저 짙어지고 있는 현실이라고 한다.

얼른 듣기로는 「더 배운 사람」이 「덜 배운 사람」보다 낮은 처우를 받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이며,그것이 제대로 가는 사회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그렇지가 않다. 평등사회·복지사회를 지향하는 현대선진국가에서는 학력보다는 경력을 우대하고,사무직보다는 기능직과 생산직을 더 잘 대우해주는 것이 일반적으로 세계적인 추세다. 그리고 한 사람이 한평생 일할 수 있는 기간에 받는 임금총액은 학력의 고저가 유무직과 같이 현격하지 않는 한은 엇비슷한 임금구조와 체계를 유지하는 것이 이상적인 현대사회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런 시각에서 볼 때 우리의 학력간 임금격차 역전현상은 오히려 때늦은 감마저 있다. 「많이 배운 자가 돈도 많이 받는다」는 고학력 위주의 임금구조가 이 사회의 왜곡된 고학력 풍조를 만연시킨 가장 핵심적인 병인임을 생각해 보면 더욱 그러하다고 우리는 보는 것이다.

때문에 학력간 임금격차 해소 내지 역전은 전업종에 확산되고 정착됐으면 하는 기대까지 하게 된다. 그 다음에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은 세상이 이렇게 변해가고 있는 데도 적성이나 소질마저 무시한 채 무턱대고 자녀를 대학에 보낼 것이냐를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물론 특정전문 분야에서 살려야 할 적성과 소질을 가진 자녀,우리 공동체를 이끌어갈 지도자감이 될 2세인재들이야 대학은 물론이고 대학원과 외국유학까지도 시켜서 보다 훌륭하게 키워야 한다.

그러나 도저히 실력으로 대학진학을 할 수 없는 경우에도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진학시켜 보겠다고 무리할 것이 아니라 기술교육을 시켜도 무방하다는 발상전환을 할 시대가 왔음을 모두 함께 인식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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