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전략분석과 한국안보」 토론회/전략문제연 주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전략분석과 한국안보」 토론회/전략문제연 주최

입력
1991.02.22 00:00
0 0

◎“걸프전 장기화땐 북 오판 위험”/기습남침후 “휴전협상” 가능성/화학탄·스커드로 위협소지도걸프전쟁의 교훈을 한반도의 안보를 위해 활용하려는 노력이 각계에서 전개되고 있다. 특히 군은 걸프전쟁이 지난달 17일 발발이후 한 달이 넘도록 장기간 게속돼 한반도의 주변정세에도 큰 영향을 미침에 따라 「만일의 사태」에 대비,다국적군과 이라크군의 전략을 심충분석 하느라 분주하다.

국방부는 이미 지난 6일부터 합참에 걸프전쟁연구단을 편성,전쟁추이를 분석하고 있다.

공군도 최첨단 전폭기·조기경보기·항공무기 등 공군력이 전쟁의 전반적 양상을 결정짓는 방향으로 전개되자 지난 6일 「걸프전에서의 공군역할」을 주제로 비공개 간담회를 연 것을 시발로 항공전략·전술 및 무기체계 향상방안을 집중 점검하고 있다.

또 19일 하오에는 한국전략문제연구소(소장 홍성태)가 「걸프전쟁의 전략적 분석과 한국안보」라는 주제로 토의회를 열었다. 현재 우리군의 대응과 19일의 토의회를 통해 정리된 내용을 요약한다.

▷걸프전의 교훈◁

우리 군당국이 걸프전을 남의 전쟁이 아니라고 보는 이유는 이라크의 쿠웨이트 기습침공으로 시작된 국지전이 월등한 공군력을 앞세운 다국적군의 집단대응에도 불구하고 한 달 넘게 계속되고 있으며 한반도에도 이런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라크에 못지않는 막강한 병력·화력을 갖춘 북한 전력의 상당부분이 휴전선 가까이 전진배치돼 있고 지하요새에 엄폐돼 있어 만의 하나 북측의 기습에 의한 전쟁이 발발하면 이라크의 사막요새 진지에 대한 다국적군 공중공격의 어려움 못지않은 상황도 충분히 예상된다는 것이다.

또 다국적군이 막강한 병력과 화력을 쏟아붓고도 장기화의 길을 걷고 있는 걸프전의 양상이 북한을 오판케 할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방대학원 남주홍 교수는 19일의 토의회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걸프전쟁이 우리에게 미치는 두 가지 상반된 측면을 분석,제시했다.

긍정적인 측면은 이라크의 쿠웨이트침공에 맞서 국제사회가 유엔결의에 따라 무력대응으로 맞선 것이 북한의 잠재적 대남 도발욕구에 쐐기를 박는 효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이다.

남 교수는 그러나 이라크의 쿠웨이트기습 침공·합병이 아랍권내에서 적지 않은 지지를 받고 있고,국지전에 대한 유엔과 다국적군의 원상회복능력의 한계 때문에 뚜렷한 힘의 우열에도 불구하고 전쟁이 장기화하는 상황은 북한의 대남 도발충동과 의지를 키워주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국적군이 쿠웨이트를 쉽게 탈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김일성 정권에게 이라크의 전쟁계획과 수행방법에 상당한 흥미를 느끼게 할 수 있는 것이다.

▷걸프전의 한반도 적용◁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손쉽게 침공한 것은 북한의 기습남침에 의한 6·25 때와 같이 힘의 균형이 깨진 상태에서 발생한 전형적인 침략전쟁의 성격을 갖는다.

그러나 남 교수는 이번 걸프전쟁이 냉전체제하의 6·25전쟁과 다른 점은 『미소간의 세력균형과 화해기류 속에서도 지역질서의 안정과 현상유지가 반드시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이번 전쟁은 현대전에서 일단 침공이 전격적으로 이루어지고 나면 외부세력이 개입해 침공군을 격퇴하고 원상을 회복하는데 엄청난 희생과 시간을 필요로 하며,원상회복은 사실 상원상의 완전파괴만으로 가능함을 증명해 주고 있다.

이라크군이 쿠웨이트를 점령하는데 만 하루밖에 걸리지 않았던 데 비해 다국적군의 탈환작전 개시에는 병력·장비동원·배치 등 무려 6개월여의 준비기간이 필요했다.

또 실제작전이 시작되고도 본격적인 지상전은 엄청난 인명손실 때문에 실행에 큰 제한을 받게 된다는 점도 실증됐다.

현대전에서 침공군의 점령지 기득권화 전략은 전쟁목적 달성을 위한 효과적 협상카드로 이용되곤 한다.

남 교수는 걸프전쟁이 미국의 계획대로 단기에 끝나지 않고 장기화하는 상태에서 협상이 이루어질 경우 우리의 상황에서는 북한이 수도서울을 기습점령한 휴전을 제의하는 최악의 경우로 연결지어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남한 인구의 4분의1과 GNP의 3분의1이 집중돼 있는 서울을 함락시킬 경우 한미 연합군이 엄청난 살상과 희생이 따르는 탈환작전을 사실상 포기할지 모른다는 전략 아래 북한이 기습공격을 감행할 소지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북한기계화 병력의 상당수가 지하요새에 배치돼 있고 기습이동이 손쉬운 사리원이 남에 집중 배치돼 유사시 한미연합군이 조기반격이나 보복공격에 나서더라도 미국이 이라크군에 타격을 주고 있는 항공작전과 비교할 때 얼마만큼 효과를 거둘지도 의문이라는 것이다.

남 교수는 마지막으로 이라크와 북한은 극단적인 1인 전제 권력구조와 지휘명령·통신체제 및 무기체계에서 상당한 공통점을 갖고 있어 후세인의 전쟁계획 및 수행방법이 김일성 정권의 군사모험주의를 분석하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즉 극단적 전제권력구조에서는 정치지도자와 야전 지휘관간에 군사적 목표설정 및 조정에 관한 제도적 협의장치 및 채널이 없기 때문에 최고지도자의 정치적 야심이나 독단에 의해 전쟁이 수행되며 그 과정에서 전략오판과 전술적 오류를 범할 우려가 높다는 것.

또 생화학무기와 스커드미사일 등 북한과 무기체계가 같은 이라크가 이들 무기를 이용,이스라엘을 사실상 인질로 잡고 있는 것처럼 북한이 우리의 수도권지역을 겨냥,화학탄이 장착된 스커드미사일 공격위협 등으로 인질화 전략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안재현 기자>

○우리 군의 대응과 과제/MIG29 능가 겨냥 KFP 보완/걸프전 연구단 10여명 현지파견/조기경보 강화… 군축대비 전략필요

▷우리 군의 대응◁

국방부는 걸프전쟁발발과 동시,합참을 통해 전군에 경계태세강화 지시를 내리고 걸프전쟁에 전세계의 이목이 쏠린 틈을 탄 한반도에서의 전면·국지전발생 가능성에 대한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국방부는 걸프전쟁이 장기화한다 하더라도 3월말까지는 전쟁상황이 종결될 것으로 보고 이 기간에 북한과 무기체계가 비슷한 이라크와 첨단무기를 동원한 다국적군의 전략·무기체계 등을 연구하기 위해 10여 명으로 구성된 걸프전쟁 연구단을 현지에 파견할 계획이다.

이 연구단에는 작전·정보·통신·병참·기갑 등 야전전투분야와 미사일 등 첨단무기분야 전문가들이 포함된다.

공군도 걸프전쟁에서 항공기·항공무기 등 항공전력이 전쟁승패를 가름한다는 것이 실증됨에 따라 보류상태인 KFP(차세대전투기계획) 사업을 정밀 재검토,북한이 보유한 최신예 소련제 MIG29를 능가하는 기종을 확보하는 등 공권전력증강 장·단기계획을 보완할 방침이다.

▷과제◁

「걸프전쟁전략분석」 토의회 참석자들은 전쟁발발 후 확전을 방지하는 「전시억제력」보다 전쟁발발 자체를 사전에 방지하는 「평시억제력」이 훨씬 중요하다는 점이 이번 전쟁을 통해 실증됐다고 한결같이 지적했다.

참석자들은 우선 당장의 대응책으로 대북한 조기경보체제 및 감시능력을 강화하고 장기적으로는 북방정책의 성과가 가시화될 수 있도록 소련과 중국의 대북한 영향력 행사 및 미·일의 대북한 접근노력을 연계조정하는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과제도 제기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또 대북한 군사력 균형을 위해 전력증강 노력을 계속하는 한편 남북군축시대에 대비,협상전략과 방법을 강구하는 균형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데도 뜻을 같이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