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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1.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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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장미꽃 나무일수록 가시가 많다고 한다. 「서울시장 자리」를 화려한 장미꽃에 비유하는 것은 그 때문일까. 명예롭고 화려하기로야 장미꽃이 어찌 「서울시장 자리」를 당해낼 수 있겠는가. 막중한 책무도 그러하거니와 세계에서 6번째 큰 맘모스도시의 장이란 자긍심 또한 여간 대단한 게 아니다. ◆하지만 서울시장 자리는 「가지많은 나무 바람잘 날 없다」는 격으로 하루같이 좌불안석한 곳이기도 하다. 산하에 22개 구청,59개 사업소,4백93개 동사무소,5개 공사와 6만여 명의 직원들을 거느려야 하니 「복마전소리」가 나옴직도 하다. 1천만 시민들이 쏟아내는 민원과 민원이 가실 날도 없다. 아름다운 장미꽃 나무의 가시는 꽃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지만,「시장자리」의 가시방석은 자칫하면 그 주인을 찔러버리기 일쑤이다. ◆「의욕수」란 알듯 말듯한 말을 자주 쓰며 작업복에 노란 헬멧을 쓰고 철거반을 진두지휘했던 불도저시장은 그 많은 업적이 한 순간에 와우아파트에 깔려 불명예 퇴진을 해야 했다. 지하철 1호선을 착공·개통해 서울의 지하철 시대를 열었고 재임 4년 4개월17일로 최장수를 기록한 황소시장은 지하철 개통 바로 그날,「8·15총성」으로 명예퇴진을 못했다. ◆미국 서부활극의 대스타 존·웨인을 닮은 호방한 풍모의 어떤 시장은 쭉뻗은 도시계획선을 구부려 긋도록 명령해,황야의 무법자란 별명이 붙기도 했었다. 목에 철근을 대기라도 한 듯 고개를 반듯이 세우고 다녀 콘크리트목을 가진 시장에,영어의 몸이 됐던 「주사시장」도 있었다. 부임 24일 만에 「수서수렁」에 빠진 전 시장은 「적절한 결정이었는데…」란 아리송한 퇴임사로 53일 만의 최단명퇴진을 자위하는 듯도 했다. ◆어쨌거나 이제 「서울시장 자리」는 대스타를 길러내는 자리도 아니고 거물이 앉을 자리는 더더욱 아니다. 합리적이고 차분한 인재를 필요로 하는 그런 때다. 능수능란한 일처리 솜씨에 무리한 일은 결코 하지 않는다는 성격의 이해원 새 시장은 그래서 「때를 만난 시장감」인지도 모른다. 「지렁이를 끼는 것이 징그러워 낚시를 안한다」는 성품이 시정에 어떻게 투영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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