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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소 새 종전안에 “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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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소 새 종전안에 “난감”

입력
1991.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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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 철군땐 후세인 입지 오히려 강화/미,「돌발사태」 대비 외교협의등 막후노력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의 걸프전 종전안을 건네 받은 미국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다.

백악관은 사실상 입을 다물고 있고 국무부와 국방부도 아무런 말이 없다.

부시 대통령은 19일 아침 빗발치는 언론의 논평요청을 받고 짤막한 한마디를 내던졌을 뿐이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그의 제안 사본을 내게 넘겨 준 것에 감사한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그것은 필요한 부분에까지는 전혀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백악관,국무부,국방부는 고르바초프제안에 대해 별다른 언급없이 『전쟁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만 말하고 있다.

아마도 18일 모스크바로부터 「무조건철수」 제의를 받아 본국으로 돌아간 아지즈 이라크 외무장관이 후세인의 재가를 받아 회답을 다시 모스크바에 전하려면 약간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

소련측은 3일은 더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3일이면 미 동부시간으로는 20일 자정까지이다.

이 3일 동안 미국은 여러 가지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

문제는 사담·후세인을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부시 미 대통령은 여러 차례에 걸쳐 사담·후세인의 제거를 공공연히 표명해 왔지만 실제 유엔결의안이나 정치명분의 관점에서 볼 때 미국이 후세인의 퇴진을 강제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지금까지의 후세인 행동양태를 볼 때 절대로 쉽게 쿠웨이트 철수를 단행할 것 같지는 않지만 소련의 제의대로 후세인이 무조건 철수를 선언하고 실제 병사들이 사막참호에서 기어나와 줄줄이 후퇴한다면 미국은 굳이 후세인 퇴진을 빌미로 지상전쟁을 강행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미국이 전쟁시작 때부터 지금까지 반복하고 있는 전쟁정당성의 근거(유엔결의안)에는 사실 이라크군의 철수 이외에는 다른 말이 없다.

90년 8월2일 결의한 유엔결의 제660호에는 ▲이라크군의 쿠웨이트침략 비난 ▲이라크군의 8월1일 이전 상태로의 복귀 ▲이라크­쿠웨이트 협상요구 ▲차후의 유엔후속조치를 위한 회의 속개 등 4개항으로 돼 있고 이어 8월6일의 유엔결의 제661호는 대이라크 봉쇄조치 결의였다. 『1월15일을 시한으로 철수하지 않으면 모든 필요한 수단을 행사할 것』을 결의한 90년 11월29일의 제678호 결의까지 모두 12개의 결의를 다 뒤져봐도 이라크군이 철수하면 그만인 것으로 돼 있다.

만일 후세인이 「성공적으로」 후퇴하게 되면 후세인은 계속 대미전승리를 주장할 수 있을 뿐 아니라,지난 5년간 5백억달러를 들여 키워온 주요 군사력의 3분의2 이상을 그대로 유지하게 돼 여전히 중동의 강자로 남을 수 있게 된다.

미국은 이런 돌변적 사태에 조금은 대비하고 있는 것 같다. 부시 대통령을 비롯,베이커 국무장관은 19일 걸프전에 참가하고 있는 다국적군 국가의 최고정책결정자들에게 전화 또는 외교채널을 통한 협의를 통해 대응책을 수렴한 바 있다.

비록 이라크가 무조건 철군을 제의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28개 다국적군 국가의 의견을 들은 후 대응책을 내놓겠다고 하면 적어도 전후포석을 위한 상당한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어쩌면 소련 제의에 따라 무조건 철군을 감행할지도 모를 후세인의 또 다른 대 정치도전을 맞을 준비로 정적에 빠져있는지 모른다.<워싱턴=정일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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