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민정계 독식” 구실 제동/당내선 “면모일신 부족” 불만/총재권위 손상·공안파 반발등 새 갈등 요인으로○…19일 단행된 민자당 당직개편은 당인사권 장악내지 행사를 둘러싸고 이견을 보여온 청와대와 당,좀더 구체적으로는 노태우 대통령과 김영삼 대표최고위원간에 절충점을 찾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당직개편을 수서사건 수습의 한가닥으로 잡았던 여권 수뇌부의 당초 의도와는 달리 양자간 갈등만 노출한 셈이 됐다.
물론 신임 김종호 원내총무가 장관까지 지낸 정통내무관료인 출신만큼 지자제선거법협상 등을 앞둔 대야관계를 고려한 흔적이 있고,김윤환 원내총무가 사무총장으로 옮겨앉음으로써 새 진용에 그 나름의 성격과 의미를 부여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당3역을 전원 민정계 인사로 교체키로 하고 구체적인 인선안을 제시한 데 대해 김 대표가 제동을 걸어 결국은 「뜻밖의」 작품으로 매듭지어진 경위 등을 감안할 때 양자간의 역학관계에 초점이 모아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특히 지난 17일의 청와대 회동에서 김윤환 총무의 유임을 전제로 김중권 사무총장을 받아들였던 김 대표는 김중권 의원이 월계수회원이라며 「절대불가」 입장을 고수했고 이것이 진통의 핵을 이룬 사실은 월계수회 또는 신 TK세력을 보는 김 대표측의 완강한 시각을 충분히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김윤환 의원을 3역의 진용 안에 잔류시키고 김 신임총무를 김 대표가 천거함으로써 양자간의 관계는 새롭게 정립될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따라 최소한 민자당의 경우 김 대표김 신임총장 라인을 실질적인 축으로 해서 운용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 점은 「총장」이 갖는 당헌상 막대한 권한 외에도 김 신임 총장의 여권내 위상,상대적으로 낮은 김 신임 총무의 비중 등으로 뒷받침된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당총재의 고유권한 손상,김중권 의원의 기용좌절 등에 따른 월계수회·신 TK세력 등의 반발은 당내에 또 다른 갈등을 예고해주고 있다고 하겠다.
예컨대 월계수회나 더 넓게 민정계에서는 김 대표가 면모일신을 요구하는 여론을 외면하고 자신의 주장을 상당부분 관철한 것은 3역교체에 이어 제기될 자신에 대한 인책공세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역전에 반전을 거듭한 이번 민자당 당직개편 진통은 17일 노 대통령과 김 대표의 정례회동에서부터 시작됐다는 것이 정설.
그에 앞서 이날 아침 정순덕 총장·김윤환 총무와 조찬을 함께하며 교체방침을 전한 노 대통령은 그 직후 만난 김 대표와 논의했으나 김 총무의 후임에 마땅한 인물이 없다고 판단하고 일단 김 총무 유임 김중권·서정화 총장안을 잠정확정했다는 후문.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김 대표측은 하오 들어 김 의원이 월계수 회원이라는 얘기를 듣고 청와대측에 김중권 총장안 반대입장을 전달하면서 당과 청와대간에는 갑자기 난기류가 형성.
손주환 청와대정무수석 등이 김윤환 총무와 만나 대타를 물색했고 여기서 서정화·김태호 의원 등이 거론.
그러나 이번에는 청와대 일각에서 김 대표 자세와 김 총무의 유임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하면서 사태는 또다시 돌변.
○…김 총무와 손 수석은 결국 하루를 넘긴 19일 상오 7시 상도동 자택으로 김 대표를 찾아가 조찬을 함께하며 인선문제를 논의.
이자리에서 손 수석은 김 대표에게 청와대측 분위기를 전하며 김중권 총장안을 받아들여줄 것을 호소.
또 김 총무는 청와대·월계수회·신 TK세력 등의 반발 등을 감안할 때 유임될 경우 문제가 복잡해질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들어 자신의 총무직 유임까지 고사.
그러나 김 대표는 김 총무 유임·김중권 총장 불가 의사를 고집,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안방으로 올라갔고 두 사람만 따로 남아 1시간30여 분 간 숙의했고 여기에 김동영 정무장관이 뒤늦게 합석.
김 총무·손 수석은 심각한 표정으로 상오 9시40분께 김 대표 집을 나와 청와대로 직행,노 대통령에게 김 대표의 의사를 전달.
이어 굳은 표정으로 당사에서 나온 김 대표는 몰려든 기자들에게 『할 얘기가 없으니 나가 달라』고 한 뒤 박태준 최고위원을 불러 잠시 얘기한 뒤 손 수석과 통화,김종호 의원을 총무로 추천.
청와대측 대답을 기다리는 동안 김 정무장관·황병태·김덕룡 의원 등이 김 대표 방으로 들어갔고 이어 청와대측으로부터 『OK』 연락이 오자 박 최고위원에게 통고한 뒤 11시34분께 박 대변인을 불러 당직개편 내용을 발표토록 지시.
박 대변인은 홀가분한 표정으로 『이것으로 끝』이라면서 『최선의 선택을 하느라 시간이 걸렸을 뿐 진통이나 갈등은 없었다』고 극구 해명.
그러나 막상 뚜껑이 열리자 당 주위에서는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 억지로 꿰어 맞춘 인선』이라는 비아냥이 무성.
○…청와대는 이날 상오 우여곡절 끝에 김 대표측과의 당직인선 매듭이 끝남에 따라 일단은 안도하면서도 씁쓰레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
지난 18일 하오부터 만 하루동안 청와대 비서실 고위간부들과 정무비서관들은 당직인선과 관련한 청와대김 대표측간의 혼선과 진통이 행여 심각한 당내분 양상으로 번지지 않을까 조마조마 해온 게 사실.
청와대는 지난 18일까지 당직개편 기본원칙으로 노 대통령의 통치권 강화를 위해 ▲계파안배 무시 ▲당3역 전원교체의 방침을 굳혔다는 게 정설.
이에 따라 손 정무수석은 노 대통령의 김 대표 면담이 끝난 뒤 『당3역을 전원교체하는 당직개편이 19일중에 있을 것』이라고 공식발표했고,이수정 청와대대변인도 이날 하오 개각발표와 함께 이를 재확인.
그러나 청와대가 정한 당직개편의 기본원칙은 하룻만에 공수표가 돼버린 셈이 됐으며 이 같은 상황전개에 대해 일부 비서관들은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상태.
한 비서관은 『잇단 국회의원 구속으로 집권당이 어떤 형태로든 자성의 모습을 보이고 주요 당직자들도 책임을 져야 하는데 이번 당직개편을 보면 당3역 중 두 사람은 오히려 영전됐고 한 사람만 교체됐다』며 당직개편이 당초의 구도에서 벗어난 데 대해 우회적으로 비난.
청와대가 결과적으로 김 대표측의 의견을 수렴해 주요당직의 인선윤곽을 크게 바꾼 것은 수서파문의 수습단계에서 당내갈등을 유발,오히려 수서파문을 의외로 증폭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취해진 궁여지책이라는 게 청와대내의 대체적인 분석.<김종래 기자>김종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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