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의 정치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도시 종을 잡을 수가 없다. 많은 사람들이 정치를 비판하고 경멸하면서도 막상 「그러면 어떻게 되기를 바라느냐」고 다져 물으면 정확한 방향제시를 못하거나 중구난방 끝에 얼버무리고 마는 경향이 있음을 보게 된다. 뇌물외유다,수사사건이다 해서 정계와 관가가 온통 회오리바람에 휩싸여 있는 것이 사실이고 또 입이 열 개가 되더라도 변명의 여지가 없을 만큼 부패의 냄새를 심히 풍기고 있는 터에 이 나라 정치를 이끌고 있다는 정치인들이 섣불리 무어라고 입을 떼기조차 어렵게 되어 있는 현금의 처지도 알만하다. 벌써 수십 번도 더 되게 「뼈를 깎는 반성」의 자세로 바른 정치를 하겠다고 국민 앞에 다짐한 바 있는 정치인들의 처지로서는 새해 들어 연이어 터지고 있는 정치비리사건에 진정 경황을 못가누고 있을 것이 당연하다.그런 속에서도 여야 할 것 없이 정치권 전체가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어떤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있는 조짐이 확연하다고 하겠는데 우리들의 관심은 그 변화의 크기가 어떤 것이 될 것이며 어느 선까지의 경질로써 이 사태를 수습하려고 하고 있는지에 집중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지금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일부 관련 행정부서의 장을 갈고 고위당직자 몇을 바꾸는 선에서 과연 국민간에 고조되어 있는 노여움과 정치불신의 고질을 무마 내지는 치유시킬 수 있을 것인지 전혀 성산이 서지 않는 것이다. 각료 일부를 경질하고 당직개편을 단행하는 것이 기왕의 잘못에 대한 문책을 뜻한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며 이러한 문책이 은연중 자성과 앞으로의 개선의지를 표명한 것임도 알고 있다.
그러나 과거에도 수없이 되풀이되어 왔던 이러한 종류의 개각·당직개편을 두고 국민의 입장에서는 진정한 뜻에서의 자성이나 개선의지로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흔히 정치는 현실이라고 말들 한다. 또 현실을 떠난 정치가 자칫 이상론이나 원칙론에 흐르기 쉽다는 것도 명심해야 될 일임에 틀림없다. 너무 이상을 쫓고 원칙만을 앞세우다 보면 어떤 문제나 사태를 해결·수습하는데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우리는 지난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자유당 말기에 고 조병옥씨가 「빈대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울 수 없다」는 말로 지나친 정부공격과 그로 말미암은 정치의 부재현상이 나라의 장래를 망칠 수 있다고 경고했던 일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 경고는 바로 「정치에 있어서의 원칙과 현실의 타협」이 왜 필요한가를 제시해준 교훈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믿어지거니와 지금이 바로 그러한 정치적 타협이 절실히 요청되는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두말할 나위도 없이 정치권의 뼈를 깎는 자성이 있어야 한다는 데 대해선 이견을 달 여지가 없는 터이기는 하지만 만약 현금의 정치적 상황이 파국으로 내달아 정치뿐이 아닌 우리 사회 전체가 함몰하는 위험지경에 이른다면 장차 그 뒷수습을 어떻게 감당할 것이냐 하는 점도 미리 염두에 두는 것이 옳지 않겠느냐 하는 얘기이다.
정치권의 자성이 가시적인 결과와 효험을 동반하는 것이 되어야함은 물론이거니와 그 구체적인 것으로 정치자금에 관련된 법안의 재정립,정치인 및 관공리 품위유지를 위한 제재력 있는 윤리강령제정,관·정계 지도층의 자산공개에 관한 법제정과 시행,이권과 관련된 공공사업의 적정관리방안 등을 개각,당직개편과 함께 곧바로 구현시키는 강력한 의지표명이 있어야 할 것이며 정부와 정치권은 그의 실천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서약해야 옳을 줄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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