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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만신창이… 근본개혁 목소리/검찰발표와 남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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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만신창이… 근본개혁 목소리/검찰발표와 남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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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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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명성 수사” 불씨 남겨/일부 인사 「면죄부용 조사」/수백억 자금설 외면 인상/임시변통식 추적도 한계검찰이 18일 발표한 수서지구택지 특혜공급사건 수사결과는 그 동안 제기됐던 각종 의혹을 시원스럽게 파헤쳤다기보다 검찰수사의 한계만 드러낸 「해명성 수사」에 그쳤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검찰은 수사결과,「한보그룹 정태수 회장이 주택조합을 앞세워 집단민원을 일으키는 한편 거액의 뇌물을 주고 매수한 장병조 전 청와대비서관,국회의원 등을 통해 서울시에 압력을 가하게 해 특혜를 얻어낸 뇌물사건」임이 드러났다고 밝히고 서울시 등 행정부처에 압력을 행사한 「외압의 실체」를 장 전 비서관으로 한정시켰다.

그러나 검찰은 우선 수서 특혜 결정과정에서 청와대비서실이 조직적으로 개입됐다는 의혹을 설득력 있게 밝혀내지 못했다는 불만이 대두되고 있다.

과연 청와대의 1급 비서관에 불과한 장 전 비서관이 택지 특혜공급 불가입장을 고수한 서울시·건설부에 집요하게 압력을 넣고 부총리까지 참석한 당정회의를 개최토록 하는가 하면 서울시 도시국장을 2차례나 청와대로 불러 고압적인 지시를 내리는 한편 서울시의 대책회의까지 참석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겠느냐는 상식적인 의문은 풀리지 않고 있다.

또 90년 1월8일 주택조합 명의의 진정서를 청와대민정수석비서관실이 접수하고 바로 다음날인 1월9일 행정수석비서관실로 신속히 이송,소관업무가 전혀 다른 데다 한보 정 회장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장 전 비서관에게 민원처리를 담당케 한 경위가 수사결과에서 명쾌히 설명되지 않고 있다.

더욱이 장 전 비서관은 민원이 접수되기 3개월 전인 89년 10월 중순 2천만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우연히 장씨에게 민원처리가 맡겨졌다기보다 사전에 짜여진 「각본」에 따라 인위적으로 민원이 「배당」됐다는 의혹이 남는다.

따라서 또 다른 고위층은 없다는 검찰발표에도 불구하고 수서택지 특혜공급건에 회사의 명운을 걸고 물불을 가리지 않았던 정 회장의 추진력과 로비능력을 감안할 때 장 전 비서관은 청와대측의 일원화된 실무창구에 불과할 뿐 배후에는 장 전 비서관 이상의 고위층이 있을 것이라는 의혹은 풀리지 않고 있다.

검찰이 이 부분에 대한 진상규명차원에서 홍성철 전 청와대비서실장을 비롯,이승윤 부총리,전·현직 행정수석비서관 등을 소환,참고인 조사를 벌였지만 여론을 의식,형식적인 요건만 대충 갖추는 「면죄부용 수사」로 일관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수사 막바지에 이르러 마지못해 고위공직자 등을 안가로 비밀리에 불러냈을 뿐 아니라 진상을 캐내려 했다기보다는 당사자들의 해명을 듣고 수사발표문에 기록하기 위한 소극적인 조사임이 역력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 밖에 수백억 원대로 알려진 한보의 로비자금 중 겨우 11억9천만원만을 밝혀냈을 뿐 수서특혜의 대가로 오고간 정치자금 제공설을 전혀 밝혀내지 못하는 등 맘모스급 수사진용에 비해 「초라한」 실적을 남겼다.

물론 애초부터 정치자금 부분에 대해 강한 수사의지를 보이지도 않았지만 의사록이나 국회 속기록 검토 및 행적수사를 통해 한보측의 로비에 걸려들 만한 의원들을 먼저 수사대상에 올려놓고 이들의 은행계좌 입출금 상황을 추적하는 편법을 사용했기 때문에 빚어진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검찰이 이처럼 비밀장부를 토대로 사용처를 찾아내 뇌물을 받은 사람을 적발해내는 통상의 수사방식과는 정반대의 「임시변통식」 추적수사를 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는 한보측의 증거인멸도 한몫을 했지만 그보다는 비자금 장부를 통한 전면수사에 착수했을 때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사실이 발견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는 지적도 많다.

수사결과 평민당이 서울시·건설부 등에 협조공문을 띄운 대가로 2억원의 정치자금을 받은 것으로 밝혀진만큼 청와대 민자당 등 여권은 2차례의 당정회의와 1년여에 걸쳐 계속된 관계기관에 대한 영향력 행사의 대가로 엄청난 액수의 뇌물과 정치자금을 받았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검찰권을 동원,의혹을 불식시켜야 한다는 여론에 등을 떼밀려 수사에 나선 검찰은 결국 외압의 실체를 규명하지 못하고 의혹의 불씨를 남긴 채 수사를 종결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이창민 기자>

◎「양심선언」·「2억 성격」 등 후유증 계속 꼬리/인사처방 민심수습 약효 의문/강경소리 불구 확전은 피할 듯

검찰의 18일 수서사건 수사발표로 사법적 처리과정은 일단락됐지만 수서파문의 와중에서 만신창이가 된 정치권은 이제부터 또 다른 상처에 시달리게 됐다. 당장 검찰수사에 쏟아지고 있는 갖가지 의문부호나 평민당의 강경대처 천명 등은 정치권의 심상찮은 전도를 예고해주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반영,여권은 이날 수서 연루 부처 각료들을 서둘러 경질한 데 이어 19일 민자당 당직도 개편,국면전환을 위한 발빠른 포석을 밟고 있다. 그러나 보름 이상 계속된 수서비리의 파장이 정치·사회 전반에 던진 주름살은 통상적 방법으로 거의 치유가 불가능할 정도까지 깊게 패어졌다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특히 뒷수습을 떠맡아야 할 여야 정치권이 비리의 당사자로 사건 깊숙히 발을 뻗고 있는 데다 청와대 연루의혹도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어 통치권차원의 인사처방 약효도 의문시되는 형국인 것이다. 또한 구속된 이원배 평민당 의원의 양심선언 진위 논란과 한보로부터 평민당에 건네진 2억원 자금의 성격시비 등은 이번 사건의 후유증을 일파만파로 증폭시킬 수 있는 뇌관으로 자리잡고 있다.

청와대를 포함,민자·평민·국회 등 주요 정치세력의 도덕성과 신뢰성이 바닥으로 떨어졌고 이 과정에서 정치세력간의 갈등이 첨예화돼 앞으로의 정국은 당분간 수습가닥을 찾으려는 공동노력보다 책임전가성의 소모적 공방만이 계속 되리라는 얘기다.

물론 여권은 권력 핵심부를 겨냥한 이 의원의 양심선언을 일축하며 로비성의 2억원 문제도 확대시키지 않겠다는 눈치이다. 아울러 평민당은 강경 역공세 자세 이면에서 전면전이 가져올 득실을 신중하게 저울질하고 있는 모습이다.

바꿔 말해 수서사건의 여진확산이 여야 모두의 상처만 덧나게 할 뿐이라는 공감대 위에서 앙금을 남긴 채 제한전 내지 국지전으로 귀결되기 쉽다는 게 이번 사건의 특징이라는 견해가 적지 않다. 『다가올 지자제선거와 총선 등 정권교체기의 주요 정치일정을 앞둔 시점에서 여야가 취할 수 있는 입장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정가소식통의 지적은 이를 뒷받침한다.

그렇지만 단기적 여야 관계 전망을 떠나 이번 사건이 기존정치권 구도에 미칠 영향은 심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여야 관계자의 한결같은 우려이다.

우선 사건 초기 청와대가 보여준 안이하고 석연찮은 대응이나 여론에 몰려 마지못해 나선 듯한 검찰수사 경위 등은 노태우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리더십을 크게 손상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때문에 야권 등 일각에서 수서사건의 전개가 『기존정치권의 재편을 겨냥한 고도의 정치게임』이란 시선을 늦추지 않고 있는 것과는 달리 결과적으로 청와대가 감당해야 할 정치적 부담을 고려할 때 이는 지나친 해석이란 견해가 더욱 우세하다.

반면 검찰수사에서 정치자금 관련대목이 배제된 것을 놓고 야권과 일부 여론이 개운찮은 눈길을 보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어서 이 부분은 잠복이슈로 남게 될 것 같다.

검찰발표에도 불구,수서문제를 「사건적」 측면이나 관련된 몇몇 인사의 개인적 비리차원으로 해석할 수 없다는 주장은 유의해야 할 것 같다. 뒤집어 말해 수서사건에서 청와대를 포함한 정치권의 구조적 문제가 압축적으로 나타났다고도 볼 수 있는만큼 차제에 정치권의 행태와 구조가 일대 수술을 겪어야 한다는 지적인 것이다.

검찰수사 발표와 별개로 정치권이 새로운 숙제를 안게 됐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회 상공위 뇌물외유 사건과 관련,의원 3명이 구속된 지 일주일도 안 돼 수서사건으로 의원 5명이 추가 구속되는 정치권의 「참변」은 단지 2개 사건의 우연적 시차일치로 보기 힘들며 안으로 곪아오던 환부가 사회적 충격에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한꺼번에 터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제 드러난 환부에 어떻게 대응하고 수습하느냐의 문제는 정치권의 사활을 가름하는 중대 기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 야권은 검찰수사의 문제점을 비판하며 청와대 쪽 공세를 계속하고 여권은 인사처방과 국정쇄신 강조로 국면전환을 강화하겠지만 결국은 「이반」된 여론을 어떻게 추스리느냐는 것이 사태수습의 잣대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이유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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