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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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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1.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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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방영된 TV토론에서 어느 교수가 울분과 탄식이 섞인 어조로 정부의 주택정책에 대해 맹공을 퍼부었다. 지금같아선 대학교수조차 내집마련의 꿈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다는 불만을 서슴없이 털어놓았다. 하늘 높은 줄 모르듯 치솟은 아파트 시세를 생각하면 그 심정에 공감이 가고도 남을 지경이다. 중산층 이상에 속하는 교수가 이러하니 서민층의 내집마련은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다. ◆외압과 뇌물에 초점이 맞춰진 수서택지 의혹은 중요한 측면을 덮어두고 지나가는 인상이 매우 짙다. 내집마련의 꿈과 집없는 설움의 괴리이다. 꿈과 현실이 좁혀지지 않고 벌어져가기만 한다. 무주택자의 고통은 외면한 채 투기와 가수요만이 큰 재미를 보게 하고 쉽게 치부케 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주택정책이었다. 집없는 사람보다 집이 있는 사람이 더 덕을 본 셈이다. ◆저소득층일수록 정부의 주택정책을 믿지 않으려 한다. 피나게 저축을 한들 토끼처럼 달아나는 집값을 따라잡을 재주가 없다. 가령 한 달에 10만원씩을 저축하여도 1년이면 1백만원쯤 된다. 그런 사이에 아파트값은 한 평에 1백만원이 넘게 뛰어오른다. 토끼와 거북의 경주와 다를 바 무엇인가. ◆노 대통령은 지난해 지어진 75만호에 비해 문제된 수서지구의 주택은 3천4백여 세대분으로 0.05%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나머지 99.95%의 주택건설은 아무런 문제 없이 잘 진행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공급이 늘면 주택난이 다소라도 완화되고 시세가 안정되리라는 기대는 상식에 속한다. 또한 누구나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내 집의 꿈이 실현될 수 있기를 꿈꾼다. ◆정부는 공급만 늘릴 게 아니라 투기와 가수요를 근절하는 강력한 정책과 의지를 보여야 한다. 신도시에 세워지는 아파트에 당첨만 되면 그 자리에서 몇천만 원∼억대의 프리미엄이 붙는 현실을 뻔히 보고 정부의 주택정책을 믿어달라는 호소는 우습게만 들린다. 수서의혹의 파문은 집없는 설움의 절망이라는 시각으로 풀이해야 근본원인이 밝혀진다. 몇 %가 문제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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