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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잔인한 속임수” “허구” 일축/이라크 철군제의에 대한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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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잔인한 속임수” “허구” 일축/이라크 철군제의에 대한 반응

입력
1991.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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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무니없는 조건… 협상전략에 말려들지 않겠다”/“전쟁계획 예정대로 진행” 강조미국은 이라크의 쿠웨이트 철수제의에 잔인할 만큼 냉정하다.

부시 미 대통령은 15일 백악관에서 열린 과학진흥아카데미연례회의에서와 패트리어트미사일 제조회사인 매서추세츠주 앤도버시의 레이션사에서의 연설을 통해 이라크 혁명평의회의 결정을 「잔인한 속임수」라고 규정하고 이를 전혀 고려할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단정했다. 그리고 걸프전쟁의 모든 계획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재삼 강조했다.

국무부,국방부,사우디 현지 군사령부에서도 정례브리핑 등을 통해 후세인의 제안은 유엔결의안을 이행할 의사가 전혀 담겨져 있지 않은 「허구」라고 비난했다.

반면에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을 비롯해 이란 외교부 등에서는 『상당한 진전이며 환영할 만한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미국이 이처럼 한마디로 이라크의 평화제의를 거부하는 것은 그것이 적어도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전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라크는 『명예롭고 수긍할 만한 정치적 해결을 위하여 철수할 용의가 있다』고 말하면서 이 철수의 전제조건으로서 10개항을 내놓았고 전제조건 가운데 정치적 조항은 다시 5개항의 구체안으로 제시했는데 이 중 어느 것도 미국의 입장에서는 동의할 수 없는 것들이다.

그 중 몇 가지를 들어보면 ▲이라크군의 쿠웨이트 철수와 더불어 이스라엘도 골란고원,남레바논 등지의 팔레스타인 및 아랍지역으로부터 즉각 철수할 것 ▲전쟁이 끝남과 동시에 이 지역에 들어와 있는 모든 육·해·공의 외국침략군은 무기와 함께 즉각 철수할 것 ▲이스라엘에 준 무기는 회수할 것 ▲쿠웨이트의 새 통치자는 주민투표에 의해 다시 선출할 것 ▲걸프전에서 이라크가 입은 시설·인명에 관한 피해는 다국적군측에서 일체 보상할 것 ▲이 전쟁을 통해 이라크가 지게 된 빚은 탕감해줄 것 등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런 조건들을 『이라크가 이미 제시한 조건에 다시 조건을 더 붙인 속임수』라고 비난했다.

미국은 지금 이라크의 협상전략에 말려들지 않으려 하고 있다.

사담·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철군제의는 성명의 서두에서 시사됐듯이 소련특사 예프게니·프리마코프의 바그다드방문 후에 이뤄진 것이다.

후세인의 모슬렘논리는 『강자는 한 번밖에 죽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라크가 무자비한 다국적군의 공습을 받으면서도 『우리는 이기고 있다』고 말하는 사고체계이다.

그러나 본래 공산주의전략은 『강할 때 맞서고 약할 때는 협상하라』는 것이다.

이 전략은 모택동의 국공합작,월남전의 파리협상,한국전의 판문점회담 등의 역사에서 잘 증명된 바 있다. 이번 이라크 성명은 『소련지도부 특사가 전달한 소련제의에 감사하면서….』라고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분명히 『전략상으로라도 철군제의가 나쁘지 않다』는 소련측의 암시가 있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부시 행정부는 이 협상전략에 절대 말려들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걸프전은 월남전과 다르다』는 말은 이번 철수제의에 대한 반박논리에도 여러번 언급되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의 철군제의가 있은 지 1시간 이내에 백악관 성명을 통해 거부의사를 명백히했으며 이어 사우디 주둔군사령부도 『계획대로 전쟁은 진행되고 있다』고 발표해,공산측의 휴전제의가 있을 때마다 전쟁속도를 주춤거렸던 월남전 때와는 판이한 양상을 보였다.

미국의 전쟁계획은 현재 확실히 차질없이 진행돼가고 있다. 월남전 후 침체돼오던 군수공장들은 활기를 찾아 값비싼 신무기들을 마구 생산하고 있으며 무기들은 일리노이주 기지에 설치된 군수사령부를 통해 속속 대서양을 건너 사우디전선으로 운반되고 있다.

이 신무기들이 이라크의 방공망과 항공기,해군력을 거의 완전히 파괴,전쟁진행의 전술상 위험요소들은 이미 제거해버린 상태다.

아직도 상당한 전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공화국수비대를 앞으로 알마 동안 계속 포격하면 결국 전쟁은 다국적군의 승리로 끝나게 돼 있는 셈이다.

부시 대통령은 『피를 흘리고 싶지 않으면 이라크인 스스로가 사담·후세인 대통령을 제거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까지 권고하고 있다.

만일 후세인 대통령이 지금까지 그의 후원자가 돼 온 소련을 자기편에 끌어들여 미국에 대해 정면 맞서게 할 수 있으면 몰라도 그렇지 않는 한 적어도 쿠웨이트에서는 조만간 물러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워싱턴=정일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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