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제동력 잃은채 확대일로 조짐/5의원 무더기 구속과 돈 수수 파장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제동력 잃은채 확대일로 조짐/5의원 무더기 구속과 돈 수수 파장

입력
1991.02.17 00:00
0 0

◎초상집 분위기 “끝까지 해보자” 평민/YS 모종선언설등 혼미 계속 민자○…평민당은 16일 하오 이원배 의원이 「받은 돈 중 2억원을 당비로 냈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사실이 전해지자 마치 벌집을 쑤신 듯한 분위기 속에 권노갑 의원을 통해 이를 해명하는 한편 이 의원의 「양심선언」으로 청와대 관련설을 주장하는 등 부산.

당내 분위기는 「해명서」가 나올 때 『그 동안 그렇게 부인해왔던 게 사실로 드러났다』고 초상집 같은 분위기였다가 「양심선언」이 나오자 『우리 것은 다 밝혀졌으니 끝까지 해보자』는 쪽으로 역공을 노리는 분위기.

그러나 평민당은 줄곧 『수서사건은 순수민원해결 차원이었다』는 입장을 견지해왔고 김 총재 역시 「수서와 관련해 하늘에 맹세코 결백하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에 「도덕성」에 대한 상처는 피할 수 없는 상황.

○…하오의 긴급회의는 권 의원으로부터 2억원 당비수수 경위를 설명들은 뒤 권 의원의 「해명서」 배포를 당 차원의 대응으로 채택.

김대중 총재를 대신해 최영근 수석부총재가 주재한 이 회의에는 이 의원을 직접 면담해 진술사실을 확인한 변호사 출신의 조승형 의원과 당3역들이 참석했는데 당비수수가 사실로 확인되자 침통한 가운데 망연자실한 모습도 산견.

권 의원은 『수서문제가 시끄러운만큼 김 총재를 보호하기 위해 직접 2억원을 준비해 지난 2월3일 이 의원에게 돌려줬으며 김 총재에게는 지난 15일 밤에야 이같은 사실을 보고했다』고 주장.

권 의원의 해명에 대해 총재단과 당3역 등은 대체로 수긍하면서도 『당과 한보와는 아무 관계도 없다』는 그 동안의 다짐을 스스로 부정하게 된 처지에 곤혹스런 표정이 역력.

특히 회의 시작에 앞서 『당비수수가 사실이라면 당에는 치명적』이라고 우려하던 일부 당직자들은 한보자금의 유입이 사실로 드러나자 「이 의원의 양심선언에 기대를 걸어볼 뿐」이라고 애써 자위.

한편 권 의원의 해명서에서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잇따라 지적돼 평민당의 한보자금 당비사용파문은 여진을 계속할 조짐.

즉 해명서에서 ▲이 의원이 굳이 권 의원을 통해 돈을 전달한 점 ▲권 의원이 어떻게 이틀 만에 2억원을 마련할 수 있었느냐는 점 ▲왜 지난 15일에야 김 총재에게 보고했느냐는 점 등에 의문이 제기.

권 의원은 『해명서를 16일 하오에 석간보도를 본 뒤에야 만들었으며 똑같은 내용의 서면진술서를 검찰의 요청에 의해 조 의원 편에 검찰에 전달했다』고 소개.

이에 앞서 조 의원은 이날 아침 대검 청사에서 이 의원을 면담했을 때 이를 전해듣고 곧바로 당사에서 회의를 주재한 김 총재에게 이같은 사실을 보고했다는 후문.

김 총재는 즉시 조 의원에게 권 의원을 만나 경위설명을 하도록 했고 여기에는 변호사 출신의 박상천 대변인도 참여했다는 것.

회의는 그러나 이 의원의 양심선언문 공개여부를 놓고 일부 참석자가 「이 의원이 현재는 비당원」임을 들어 당의 개입을 반대,한때 진통.

하지만 『공개가 당에 해가 될 리는 없다』는 다수의견에 따라 회의시작 후 1시간이 지난 하오 6시께야 선언서 전문을 배포.

○참담한 심경 토로도

○…이날 권 의원이 자신의 「해명서」 발표 후 공개한 이 의원의 「양심선언」은 타자지 6장 분량에 이 의원의 자필붓글씨로 씌어진 것인데 이 의원이 지난 12일 밤 작성,권 의원에게 운전기사를 통해 건네주며 『검찰에서 수사결과가 나오면 공개해 달라』고 부탁했다는 것.

이 양심선언문은 『지금 나의 심경은 참으로 죽고싶은 마음뿐이다』면서 『따라서 이 글은 유언이 될지도 모른다』고 참담한 심경을 토로.

이 의원은 이 양심선언문에서 한보그룹 정 회장을 만나게 된 경위,문제의 철강대리점을 개설한 경위 및 주택조합민원인들과의 접촉경위 등을 상세히 설명한 뒤 마지막 부분에 가서 수서의혹의 진원지는 청와대라고 강조.

이 의원은 『정 회장이 조합주택의 배후에 있는 줄 전혀 몰랐다』는 평소의 주장을 번복,『지난 88년 총선 직후 대학동창의 소개로 정 회장을 알게 됐으며 여러 차례 2천만원씩 받아 썼다』면서 『지난해 8월 하순께 정 회장을 만났을 때 「조합주택아파트를 시공하는 데 공한을 보내주면 고맙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시인.

○청와대 분개일색

○…청와대 비서실은 이날 하오 평민당이 이 의원의 「양심선언」을 공개하면서 청와대를 향해 정치적 공세를 취하자 「몰염치한 정치적 술수」라며 분개일색.

한 관계자는 『평민당은 이 의원이 지난 12일 맡긴 이른바 양심선언을 숨겨오다가 왜 이제 와서 공개하겠느냐』며 『이 의원은 검찰에 소환될 때까지도 한보측으로부터 1원 한푼 받은 적이 없다고 여러 차례 공언한 바 있다』고 상기.

또 다른 관계자는 『백보 양보해서 궁색한 입장에 있는 이 의원이 그같은 변명을 했다 할지라도 책임있는 공당이 아무나 물고늘어지는 식으로 정치공세를 취하는 것은 상식밖 의 일』이라고 힐난.

이 관계자는 『누가 봐도 이 의원의 양심선언 내용과 권노갑 의원의 해명서 내용은 구차한 변명에 지나지 않은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잘못이 있다면 침묵하고 겸허한 자세로 반성하는 것』이라고 부연.

청와대 비서실은 휴일인 이날도 정해창 비서실장·손주환 정무·이상연 민정·김영일 사정수석과 김종휘 외교안보보좌관 등이 정상 출근해 수서사건과 이라크 철군제의와 관련한 걸프전쟁 상황 등을 점검.

노태우 대통령은 이날 낮 정 실장과 김 사정수석비서관과 오찬을 함께했는데 이 자리에서 여야 의원 5명에 대한 검찰수사결과가 노 대통령에게 보고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

○평민강경대응에 곤혹

○…민자당은 16일 검찰의 수서관련 수사결과,의원이 무더기로 구속되고 그 과정에서 이원배 의원이 받은 2억원을 당비로 제공한 사실이 추가로 밝혀지자 한층 곤혹스러워하는 모습.

민자당은 특히 평민당이 당비제공과 관련해 「해명서」 등을 발표하는 등 강경대응방침을 굳히자 정치권 전체에 몰고올 회오리를 이모저모로 저울질.

이같은 사정을 반영,김영삼 대표최고위원은 이날 당초 비서들과 관악산에 등산하려던 계획을 취소한 채 상도동 자택에 머물면서 김덕룡 의원 등과 장시간 향후 대책을 숙의했는데 전날엔 김동영 정무장관을 호출.

김 대표는 다만 전날 박희태 대변인을 통해 『이런 때일수록 당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며 당직개편설을 공식부인해 김 대표가 생각하는 정국수습안이 단순한 인사차원만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는 분석.

이에 따라 당 주위에서는 『김 대표가 모종의 선언을 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는데 결국 이번주초 검찰수사결과가 발표되고 청와대정례면담이 끝난 뒤에야 김 대표 구상이 제시될 것으로 전망.<김종래·신효섭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