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썩고 정치인이 부패했다고 개탄만 해온 습관을 이제는 버릴 때가 온 것 같다. 아무리 개탄하고 질타해보았자 입만 아플 뿐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무슨 말을 해도 마이동풍에 우이독경이니 이제는 지칠대로 지쳐버렸다.이제부터는 원인을 캐보고 무엇인가 대안을 찾아야 하겠다. 정치가 썩고 정치인이 부패하는 큰 이유의 하나는 정치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의원들이 받는 세비는 승용차 유지비 정도밖에 안 되니 그 많은 비용을 충당하려면 무슨 수를 쓰든 다른 방도로 조달해야 한다.
엄청나게 들어가는 선거자금은 말할 것도 없고 지구당 유지관리비로도 수월찮은 돈이 필요하며 각종 경조행사에 내는 돈봉투에 화환값도 만만치 않다. 개인에 따라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선거비용은 평균 몇십억 원,지구당 유지비와 경조비 등은 한 달에 수천만 원씩 들어간다고 볼 때 어떻게 하든 그 많은 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전제에서 구조적 비리가 시작되는 것이다.
막대한 선거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후보나 선거운동원이 직접 유권자와 접촉할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선거구가 좁을수록 직접 접촉의 횟수는 늘어나고 그 횟수에 비례해서 비용도 늘게 마련이다. 선거구가 넓으면 넓을수록 그 반대현상이 일어난다. 그래서 특별시나 도를 아예 하나의 선거구로 광역화하여 시도별로 수십 명의 의원을 뽑는 대선거구제를 한번 생각해봄 직하다. 대선거구에서 후보 개인에게 투표를 하지 않고 정당에 투표를 하도록 한다면 돈이 안 드는 깨끗한 선거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이 워낙 넓어 금품을 돌릴 수도 없을 것이고 후보가 개인별로 홍보물을 만들어 뿌릴 필요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선거운동도 정당별로 TV연설만 하도록 한다면 많은 비용이 드는 번잡한 합동유세나 개인 연설회도 필요없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제도적 혁명이 없는 한 정치자금에 얽힌 부조리는 뿌리뽑기 어려울 것 같다.
그리고 대선거구가 될 경우 막대한 운영비가 필요한 그 숱한 지구당도 모두 자연적으로 없어지게 된다. 각 시도별로 간소한 사무실 하나만 있으면 족한 것이다. 지금처럼 평상시에도 많은 돈을 들여 지구당을 유지관리할 필요도 없거니와 지역구민들에게 명절이라고 해서 선물을 돌릴 필요도 없으며 경조비의 부담도 훨씬 줄게 된다.
사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 보아도 우리나라처럼 이렇게 지구당을 상설운영하는 나라는 없다. 또 우리처럼 중앙당을 대규모로 항시 가동시키고 있는 나라도 없다. 정당을 원내 중심으로 운영하면 국회의사당에서 모든 당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중앙당사를 따로 둘 필요도 없어진다.
또 연중무휴 당원을 대규모로 훈련시키는 연수원 같은 것도 다른 나라에는 없다. 그리고 거의 모든 의원들이 우리처럼 약속이나 하듯 최고급 자동차인 그랜저를 타고 다니는 나라도 없다. 비용이 늘면 그만큼 부패도 늘고 비용이 줄어들면 그만큼 부패도 줄어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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