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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결자해지/뼈깎는 자성없으면 공멸한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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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결자해지/뼈깎는 자성없으면 공멸한다(사설)

입력
1991.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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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외유」사건으로 국회의원 8명이 구속되고 「수서의혹」과 관련해 몇 명의 의원이 또 형사처벌될 것이 확실해지자 만신창이가 될 대로 된 13대 국회의 파장론이 한창이라고 들린다. 남은 임기가 1년 몇 개월이라고는 하나 국민들이 국회의원을 모두 「도둑 보듯 손가락질 하는 세상」 이니 무슨 면목으로 의사당에 나가겠으며,무슨 일이 그 안에서 추진될 수 있겠느냐 해서 나오는 자포자기성 자폭론이다. 그래도 양심은 남아 있어서 반성하는구나 싶어 기특하게 볼 수도 있고,조기총선이라도 해서 엉망이된 분위기를 일신하자고 주장하는 대목에선 그럴듯 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더러 있을 것이다.그러나 10만 선량이라는 사람들이 이렇게 무책임하게 나올 수 있을까 하고 보는 것이 솔직한 우리의 소감이다.

그러한 발상,그러한 주장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요,국민을 우롱하는 것에 다름 아님을 분명히 먼저 말해 두고자 한다.

일에는 앞뒤와 경중이 있고 순서가 있어야 한다. 국회를 깨고 빠져나갈 궁리를 하기 전 왜 국회가,정치권이 이 모양이 됐는지를 정직하게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왜 13대 국회가 돈과 이권에 관련된 스캔들에 약했던 것인지를 진지하게 알아봐야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국민이 준 「황금분할」이라던 여소야대가 문제의 시작이라는 게 정설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무기력한 소여는 정국주도력,국가지도력의 약화로 약체정부라는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한 채 정치,사회불안을 예방해내지 못했다. 야대는 국정감사 등의 부활 등에 힘입어 권력이 강해지면서 집중적인 로비대상으로 부각된다. 일부 야당 의원의 돈밝히기는 마치 4·19 뒤 민주당 사람들 같았다는 소리까지 나와 있다. 좌우간 13대 국회가 돈에 연루된 파렴치범죄가 많은 것은 공작정치탓만이 아닌 것임을 우리는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다.

이유가 어떻게 되어서였든 의회민주주의를 살리기 위해 조기총선이든 총보선이든 대안을 강구할 수는 있다. 그러나 현행 헌법에 의하면 「의원총사퇴 후 총선」은 불가능하다. 여러 가지 편법발상이 나오고 있지만,그렇게까지 하면서 무리하게 선거를 치를 생각이 국민들에겐 없을 것이라는 점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 국민들은 썩은 정치인들만 도려내고 유능한 새 사람을 내보내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정치가 파산했다고는 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파장론의 허구를 지적하는 첫째 이유이다. 둘째는 설사 조기총선이 가능하더라도 현재 여야 의원의 많은 수는 유권자로부터 싸늘하게 외면당할 것이라는 사실을 직시한다면 무턱대고 「총선론」에 편승할 수도 없을 것이다. 셋째 현재 여야가 안고 있는 권력게임의 틀을 「물갈이」로 바꿔보려는 유혹이나 욕심이겠지만 그것을 잘못 건드리면 더욱 혼선을 배가해 정치혼란만 심화하리라는 점을 유의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넷째 정치권이 자초한 곤란을 스스로 해결해내지 않고 국민들의 판단에 전가하려는 무책임하고 경솔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가는 자칫 제도정치권의 붕괴현상에 직면할 수도 있음을 현재의 민심동향에서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지적해 두고 싶다.

구정을 전후해 있는 연휴 동안 숨을 돌리면서 여야는 혈로를 마련해야 한다. 먼저 정부는 성역없는 수사를 하겠다는 약속에 부응하는 외압설의 진상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끔 분명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민자당은 그 동안 늘 보여왔던 번드레한 말장난의 반복에 그치지 말고 뼈를 깍는 듯한 자성·자계가 담긴 수습책을 제시해야 하며 평민당도 속이 뻔히 들여다 보이는 공작설 주장일랑 이제 집어치우고 방심과 욕심으로 흐트러진 야당의 전열을 가다듬는 겸손과 솔직함을 보여 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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