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그려넣은 단기 아래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남과 북의 선수들이 아리랑 민요가락에 맞추어 손에 손잡고 힘차게 행진하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 이 감격적인 장면은 4월 일본에서,그리고 6월에는 지구의 반바퀴 저쪽인 포르투갈에서 현실로 나타나게 되었다.남북체육회담서 이루어진 제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4월·일본 지바)와 제6회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6월·포르투갈)의 단일팀 참가합의는 최근 들어 남북관계에 있어서 가장 괄목할 만한 진전이 아닐 수 없다. 그 동안 남북간에는 체육뿐만 아니라 정치·경제·종교·문화·적십자 등 여러 통로를 통하여 대화,접촉,교류를 계속하여 왔으나 대내적으로나 대외적으로나 단일체를 구성한 적은 한차례도 없었다. 남과 북이 하나의 팀으로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단일팀은 분단 이후 46년 동안 겨레의 가슴 속에 사무친 화합의 염원과 통일의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호소하는 상징적인 의의를 지니고 있다.
휴전 이후 최초의 남북대좌였던 1963년 제1차 남북체육회담서 처음으로 논의된 남북단일팀 구성문제는 1979년 평양세계탁구,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1988년 서울올림픽,1990년 북경아시아경기를 계기로 제기되었으면서도 정치의 장벽에 막혀 번번히 결렬되어 오다가 이번에 여섯 번째의 시도에서 실로 28년 만에 결실을 맺은 것이다. 지난해 북경아시아경기의 남북화합분위기와 서울과 평양서 열린 통일축구의 열기 속에서 대원칙이 세워졌던 이번 단일팀협상도 남북교류의 병행,선수선발,단장선임,강화훈련방안을 놓고 의견차가 심해 한때 결렬의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우리측이 북측의 주장을 대폭 수용함으로써 타결의 돌파구를 열었다.
세계탁구와 청소년축구에서 단일팀이 성사되면 금년 하반기에 열리는 축구·농구·배구·야구·핸드볼 등 단체구기의 바르셀로나올림픽 아시아지역예선,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그리고 1995년 북한이 주최하는 제3회 삼지연동계아시아경기대회까지 단일팀 구성이 계속되어 남북스포츠교류의 물꼬를 활짝 열고 민족화합의 계기를 마련토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남북체육회담의 대표가 합의문서에 서명한 것으로 단일팀문제가 완전타결된 것은 아니다. 오는 21일에는 탁구,22일에는 축구의 실무회담이 열릴 예정이지만 선수선발,훈련 등 실무적인 업무처리과정에서 뜻밖의 난관에 부딪칠는지도 모르며 이제까지의 남북접촉서 그와 같은 사례가 없지 않았던 만큼 단일팀의 성사여부는 정작 이제부터가 결정적인 고비일 수도 있다. 따라서 모처럼 합의문서교환에까지 이른 단일팀 구성이 마지막 단계에서 파탄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며 최대의 성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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