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환 의원·정당 “올것 왔다” 체념·각오/“억울” 기세 시간갈수록 약세로/결백주장 당내도 공감 못얻어수서사건 관련의원들에 대한 검찰소환이 14일중에 있을 것으로 알려진 13일 오용운 국회 건설위원장과 김동주(민자) 이원배 의원(평민),청원소개인인 이태섭 이원(민자) 등 소환대상 의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고 여야 정당들은 『올 것이 왔다』며 긴장된 분위기가 완연했다.
지금까지 결백을 주장하던 관련의원들은 검찰수사에서 수천만 원의 로비자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고 이원배 의원은 그 이상의 거액이라는 등의 얘기까지 나오자 소환수사 결과야 어떻든 완전히 풀이 죽은 모습들이다.
다른 건설위 소속의원을 비롯,여야 의원들도 『결국 그랬었냐』며 의혹이 기정사실화돼가는 데 대해 비상한 관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수서파문이 터진 후 당장 자파 보스인 김종필 최고위원 집을 방문하는 등 적극적으로 결백을 주장하고 나섰던 오용운 건설위원장은 지난 8일 김영삼 민자당 대표최고위원의 노태우 대통령 면담에서 「성역없는 수사」가 천명된 후부터 눈에 띄게 「조용」해졌다는 전문. 한때 소환대상자로 알려진 오 위원장은 11일 하오부터 고향인 충북 진천에 있는 한 친척집에 내려가 있다가 12일 밤 상경,서울 근교에 머물고 있는데 외부인과의 접촉은 일체 사절.
오 위원장은 귀향 전에 측근들과 공화계 의원들에게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질 수 있단 말인가』라며 심한 불만을 터뜨렸는데 「나만 관계된 게 아니다」는 데서 나온 불만은 결코 아니라는 관측들.
주위에서는 오 위원장이 사건 초기 큰소리를 쳤던 것은 당시 청원처리가 「주변의 모든 여건」이 마련된 상태서 단순한 마무리 수순 정도였던 것으로 판단,본격적인 검찰수사가 자신에게까지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수서 청원심사가 끝난 뒤 국방위로 옮겨간 김동주 의원은 『청원처리 자체가 문제가 있다면 몰라도 과정에 있어서 뇌물수수 등의 비리는 전혀 없었다』고 펄쩍뛰고 있으나 건설위와 민자당 주변에서는 한때 김 의원이 자신이 소환되면 『폭탄발언을 한다더라』는 소문이 퍼져 술렁이고 있다.
그러나 정작 김 의원은 이를 보도한 일부 언론에 대해 보좌관을 보내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항의하는 등 펄쩍뛰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해 6월 청원심사소위 위원장이었던 김영선 의원이 국방위원장으로 옮겨가자 청원심사소위 위원장을 맡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후문.
반면 이해구 민자당 간사 겸 법안심사소위 위원장으로부터 청원심사소위 위원장직을 권유받은 박재홍 의원은 이를 거절했다는 것.
그러나 주위에서는 김 의원이 청원심사소위 위원장을 맡을 경우의 「문제」를 우려,박 의원에게 강권해 박 의원이 결국 맡게 됐다는 얘기가 전해지고 있다.
김 의원은 13일 『검찰소환에 응하겠다』면서 소환 자체에 응하지 말 것을 권유하는 측근들에게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고 화를 내기까지 했는데 이날 하오 일찍 귀가해 「당당히」 대기.
○…이원배 의원은 이번 사건 직후부터 실질적으로 「마음의 정리」를 하고 있었다는 소문. 13일 아침에도 『어떠한 상황에도 적극 대응하겠다』면서 『그러나 이번 사건 때문에 총재와 당이 상처를 입어선 안 될 것』이라고 말해 어느 정도 결심을 굳혔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 의원도 사건 초기엔 순수한 민원처리였음을 강조하고 다녔으나 자신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언론에 거론되면서 한동안 취재진들을 피해 「잠적」해버리기도 했다.
이 의원은 자신의 지구당 당기위원장에게 한보철강의 철근판매권을 주선해주었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에도 「알선은 했지만 이권과는 거리가 멀다」는 내용의 해명서만 평민당 기자실에 보내왔었는데 13일 민원처리 공문을 절차를 거치지 않고 「멋대로」 서울시와 건설부에 보낸 사실이 밝혀지면서 평민당에서도 「심증」을 굳힌 상황이다.
이 의원은 또 국회에 청원이 접수되기 직전인 지난해 10월 중순께 민자당의 모 의원과 함께 한보건설 강병수 사장을 모 호텔 일식집에서 만난 것으로 알려져 이번 사건 관련의원들 중에서도 가장 깊숙이 관계해 있을 것이라는 추측들이다.
○…국회청원 소개인인 이태섭 의원은 13일 민자당 당무회의에도 불참한 채 서울 모처에서 부인과 함께 있으면서 심야까지 귀가하지 않았다.
이 의원은 당초 『지역구 의원이라면 누구라도 수서문제 같은 민원을 앞장서서 처리했을 것』이라며 「순수중개인」 역을 강조했었으나 당내에서조차 이에 대한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는 실정.
당내 한 인사는 『더 억울한 경우인 수서 원주민들 문제는 외면하고 표에 직결되는 26개 주택조합원의 이익만 살폈다는 얘기냐』고 지적한다.
또다른 한 인사도 『이 의원이 사건 초기 「다시 한 번 그런 사안이 있더라도 앞장서서 맡을 것」이라고 자신만만했으나 수사가 확대되자 어깨가 처져버렸다』고 전하면서 『여러 상황을 종합할 때 「일정부분」의 의혹은 스스로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거의 단정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12월11일 청원심사소위의 연락을 받고 참석했더니 이미 수서사건 관련 청원은 검토가 끝나 있었다』며 결백을 극구 주장했던 송현섭 의원은 『자꾸 언론에서 소환가능 운운하며 「혐의자」 취급하는데 무슨 근거로 그러느냐』며 크게 불만을 토로해왔다.
송 의원은 또 언론과의 접촉도 기피하지 않고 상당히 당당한 태도여서 실제로 무관할 것이라는 관측도 강력했는데 역시 소환대상에서 제외.
송 의원은 그러나 당초 이원배 의원이 「당총재의 관심사항」이라고 넌지시 귀띔해줘 그냥 넘어갔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한보와 평민당과의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소환될 가능성도 있다.<정병진 기자>정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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