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북한측 요청으로 판문점에서 열린 제459차 군사정전위 본회의는 38년 정전위 사상 처음으로 양측 대표간의 악수로 시작돼 회의성과에 기대를 걸기도 했으나 결과는 아무것도 없이 끝났다.특히 이날 회의는 남북한 단일팀 구성에 합의한 12일의 남북체육회담에 이어 열린데다 전세계가 걸프전쟁의 먹구름에 덮인 가운데 올 들어 처음 열린 남북간 「군사회담」이어서 내외신 기자들의 취재경쟁이 어느 때보다 더했다.
상오 11시 유엔군측 수석대표인 미 공군 레코드 소장과 정전위 본회의에 15회나 참석한 공산측 수석대표인 북한의 최의웅 소장을 중심으로 양측 대표 5명씩이 마주 앉자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그러나 점심마저 거른 채 2시간40분 동안 계속된 이날 회의는 이제까지 세계에서 유일무이했던 회의중 「무합의」 「무정회」라는 기록만을 되새긴 채 팀스피리트 공방설전으로 시종일관했다.
북한측은 『팀스피리트훈련은 핵실험 연습이므로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고 유엔군측은 『방어 및 연습용 훈련이므로 와서 보고 확인하라』고 팽팽히 맞섰다.
북한군 장성 3명과 중국군 장성 1명을 배석시킨 공산측 최 소장은 미군수석대표 한국군 장성 2명 영국군 준장 캐나다군 대령 등 5명이 참석한 유엔군측 대표단에 대해 『팀스피리트훈련을 계속하면 추호도 용서할 수 없다』며 『우리는 평화를 사랑하지만 구걸하지 않으며 전쟁을 원치 않지만 두려워 하지도 않는다』고 강한 톤으로 내뱉었다.
최 소장은 유엔군측의 반격에 상기된 표정으로 『수많은 병력과 최첨단 군사장비가 밀집 배치된 「조선반도」에서 전쟁이 사소한 일로도 일어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는 도전적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하오 1시40분께 철제의자를 뒤로 물리며 일어선 레코드 소장이 작별의 악수를 청하자 최 대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회담장을 빠져 나갔다.
레코드 소장이 내민 손은 티엔셍 중국군 장성이 잡아 주었다.
『남조선측이 정전위 수석대표를 맡기로 한 것은 어떻게 된 것이냐』는 북측 기자의 질문을 뒤로 하고 파장의 판문점을 빠져나오는 심정은 역시 스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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