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맹주 꿈꾸는 후세인 쿠웨이트침공 유도/미 개입 이끌어내 이라크군사력 무력화 의도사담·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중동에서 이라크의 패권장악기도를 좌절시키려는 이스라엘의 함정에 빠들어 지난해 8월초 쿠웨이트를 침공하게 됐다는 분석이 최근 일부 아랍지식인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일부 아랍권과 제3세계 지식인들이 내놓고 있는 분석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동서냉전질서 붕괴 이후 「아랍의 맹주」 꿈에 불타고 있던 사담을 교묘히 부추겨 형제국인 쿠웨이트 침공이라는 자충수를 두도록 만든 다음 미국으로 하여금 이라크의 막강한 군사력을 일거에 궤멸시킨다는 음모를 꾸며왔다.
사담은 이 같은 음모에 말려들어 아랍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몰아내기 위해서는 우선 쿠웨이트 합병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으며 소위 「신데탕트 정책」을 추구하고 있던 미국은 이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오판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이라크의 쿠웨이트침공을 은밀히 부추기는 한편 미국에 대해서는 이라크의 군사시설에 대해 선제공격을 가하겠다고 위협함으로써 미국의 개입을 쉽사리 유도해 냈다고 이들 아랍학자들은 주장한다.
결국 이라크와 미국이 다같이 이스라엘의 장단에 춤을 추었다는 이 음모설은 아직은 뚜렷한 증거에 의해 뒷받침되지는 않고 있으나 지금도 수수께끼로 남아있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과 이에 대한 미국의 초강경대응조치를 이해하는 한 가지 단서는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걸프전쟁의 직접적인 배경은 냉전종식 이후 세계유일의 초강국으로 남게 된 미국이 중동지역에서 계속적인 헤게모니장악을 꾀하자 역시 이 지역 유일의 군사강국인 이라크가 이에 대해 제동을 건 데 있다.
하지만 이라크가 느닷없이 쿠웨이트를 삼키고 미국이 이에 대해 예상을 뛰어넘는 초강경대응으로 나온 데는 소위 「이스라엘 로비」의 힘이 컸다는 분석이 점차 설득력을 더해 가고 있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요르단 외무부의 전직 고위관리는 『이라크가 영토문제와 원유도굴을 둘러싸고 쿠웨이트와 잦은 시비를 벌여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나 당시 상황에서 대다수의 아랍국들조차 수긍하기 어려운 쿠웨이트 침공을 저지른 것은 사담이 누군가의 함정에 빠져들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요르단의 언론인인 오사마·엘·셰리프씨도 이 같은 견해에 공감하고 있다.
셰리프씨에 따르면 사담은 지난 90년 5월 바그다드에서 열렸던 아랍정상회담을 통해 ▲걸프만 연안국가들의 석유수출국기구(OPEC) 장악반대 ▲이스라엘의 영향력 증대 방지 ▲이라크·요르단·수단·예멘 등 아랍빈국들을 중심으로 한 아랍권 결속강화 등 아랍에서의 패권장악기도를 분명히했다.
사담·후세인 대통령은 또 쿠웨이트 침공 수주 전에 열린 OPEC회의에서 회원국별 산유량을 재조정하고 배럴당 원유가를 상향조정하는 등 고유가시대를 예고하는 「용서 못할 죄」를 저지른다.
이스라엘은 바로 이 과정에서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통해 「아랍맹주」가 되겠다는 욕망을 한껏 부추겼다는 게 셰리프씨의 분석이다.
요르단·야르무크(Yarmouk)대학의 V·F·아유브 교수도 요르단 타임스에 게재된 기고문을 통해 『미국은 그들의 상전인 이스라엘이 이라크를 공격함으로써 또 한차례의 중동전이 발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라크에 대한 전쟁을 택하게 됐다』고 주장,이스라엘 음모설은 날이 갈수록 설득력을 더해 가고 있다.<암만(요르단)=이상석 특파원>암만(요르단)=이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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