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도 “법대로 처리” 시사/검찰 위상정립 의도… 특계 제외는 의문/정치권 위기 급팽창될듯뇌물외유사건으로 국회 상공위 소속의원 3명이 11일 결국 구속됨으로써 「수서 한파」에 가뜩이나 주눅든 정치권의 촉각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지난달말 임시국회 회기중 검찰이 의원체포동의안 제출을 유보키로 했을 때만 해도 정치적 처리방안이 모색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실제 민자당은 입법부의 권위나 자정 의지를 내세우며 의원 집단구속이 가져올 정국파장 및 정치권 갈등을 다각도로 저울질,구속사태는 피해야 한다는 입장을 여권핵심부 등에 수차 표명해왔다.
또 한편의 당사자인 평민당도 무역특계자금 국조권 발동 등 역공세를 펴온 이면에서 여권과 상당한 수준의 막후 고위접촉을 진행시켜왔던 게 사실.
때문에 이런 노력에도 불구,구속으로 결정난 것은 우선 국민감정이 워낙 비등,검찰의 재량권 행사가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던 결과로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보다 깊은 배경은 걷잡을 수 없는 수 서태풍 수습의 가닥을 잡아나가기 위해서는 원칙있는 검찰권 확립이 어느때보다 요구되고 있다는 점이다. 바꿔 말해 검찰이 당초 무역특계자금을 수사대상에서 제외시킴에 따라 「축소수사 또는 형평을 잃은 검찰권 남용」이란 비판도 적지 않게 불러일으킨 터여서 차제에 엄정한 법집행 의지를 분명히해놓지 않으면 자칫 수서사건 처리결과가 엉뚱한 후유증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는 판단도 크게 작용한 것 같다.
이같은 흔적은 검찰이 적용한 혐의가 형법상의 수뢰죄가 아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란 점에서도 드러난다. 세 의원이 실제받은 현금은 1만6천달러이고 나머지 5만7천달러는 「자동차 수출 실태파악」을 위한 여행경비형태라는 「정황」을 참작지 않고 무거운 처벌 쪽을 굳이 선택한 점은 진행중인 수서사건 수사에서 의원들의 로비자금 수수사실이 조금이라도 드러날 경우 「법대로」 처벌하겠다는 뜻을 분명히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점은 지난 9일 임시국회 회기가 끝난 직후 구속집행을 서둘렀다는 사실에서도 뒷받침된다.
요컨대 정치권의 입장이나 단기적 정국운영차원에서 보면 「정치적 처리」 효과를 고려해볼 수 있지만 격앙된 국민감정을 의식해야 하는 통치권적 입장을 더욱 중시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검찰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여권관계자는 『관련의원들이 정치사회적 물의에 따른 적극적 자성 의지를 보이지 않아 사정당국도 미온적으로 대응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말해 의원직 사퇴 등 당사자들의 도의적 대처나 정당의 태도에도 큰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나 정치권의 관례화된 관행에 사법적 철퇴를 가한 검찰에 대해 평민당 등은 여타 의원이나 행정부처 관행과의 형평성을 문제삼으며 법리논쟁도 불사하겠다는 태도여서 구속에 이은 기소재판과정에서 큰 논란이 예상된다.
당장 평민당은 무역특계자금 대목이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중요한 부분인데 이를 수사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비록 이 자금의 공익성이 강하다고 하나 이 돈의 사용내역을 보면 뇌물성이 강하다는 것이고 따라서 수사 제외는 정치적 파문을 최소화한다는 명분 아래 행정부측 수혜자들을 감싸기 위한 의도라는 주장이다.
평민당은 또 해당의원들에게 형법상 수뢰죄 대신 특가법을 적용한 것은 법리적 차원에서도 이해키 어려운 무리한 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반해 민자당은 정치권이 이번 사건에 더 말려들 경우 여론의 비난강도만 높이는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판단,검찰의 처리를 지켜보겠다는 태도이다. 수서 파장이 정치권에 드리운 검은 그림자가 워낙 엄청난 현실에서 외유사건에 온정적 입장을 취해봐야 실익도 없이 오해만 낳는다는 생각인 것이다.
이처럼 여야간에 의원 집단구속 사실 자체만에 대한 시각은 다르지만 이 사건이 미칠 정치적 후유증을 우려하는 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의원 구속결정에서 드러난 여권의 정치권 사정의지가 수서사건 등의 처리에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에 더욱 신경을 곤두세우며 대응방안 탐색에 골몰하고 있다. 또한 정치권이 잇단 사회적 대형 비리사건에 연루됨으로써 빚어지고 있는 정치권 전체에 대한 광범위한 불신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방안마련에 공동전선을 형성해야 한다는 얘기도 적지 않다.
검찰의 이번 세 의원 구속이 사회적 형평이나 법리적 차원에서 문제가 없었느냐는 것은 앞으로 사법부의 판단에 맡겨지게 됐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13대 국회에서 8명의 의원이 비리 등과 관련해 구속된 사실은 이와 별개의 문제로서 결국 정치권 전체에 대한 위기상황으로 이어질 것 같다.<이유식 기자>이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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