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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운의 「13」대 국회/황소웅 편집부국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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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운의 「13」대 국회/황소웅 편집부국장(메아리)

입력
1991.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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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어느 텔레비전에서는 개그맨들이 「13」이라는 숫자와 「금」이라는 단어를 들고 나와 현 정치권의 불운을 비꼬는 풍자극이 한 토막 소개되었었다.서양에서는 13이라는 숫자는 불길하다는 미신이 널리 퍼져 있고 특히 13일에 금요일이 겹치면 아주 재수없는 날로 돌려 버린다. 이런 서양 미신을 개그맨들은 우스갯거리로 「13대」 국회에서 「금」배지를 달고 있는 의원들을 빗대어 현 정치권의 악운을 풍자한 것이었다.

뇌물외유사건으로 3명의 현역의원들이 구속되는 모습을 보면서 개그맨들의 풍자극처럼 「정말 13대국회는 불우한 운명을 타고난 것인가」하는 생각이 떠오른다.

불미스런 사건으로 이미 여러 의원들이 사법처리되었고 현재 수서사건과 관련,여러 의원들이 혐의를 받고 있으며 또 앞으로 무슨 사건이 터질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이니 그런 생각이 들고도 남음직하다. 이제는 그냥 웃고 넘어가는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심각한 얼굴로 13대 국회의 운명을 곰곰이 생각해야 할 때가 왔다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소리는 식자층에서 뿐만 아니라 일반국민들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으며 의원들 자신의 입에서도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이러다가는 사건에 관련된 의원들만 죽는 게 아니라 13대 국회에 몸담고 있는 모든 정치인들이 다 같이 한꺼번에 죽는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13대 국회는 출발 때부터 지금과 같은 숙명이 예고되어 있었는지 모른다. 주체할 길 없이 막강한 권한이 부여된 국회가 아무런 견제도 받지 않고 독주하다 보니 브레이크가 파열된 자동차와 같은 처지에 놓이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특히 합당 전의 여소야대 시절에는 국정감사나 청문회가 벌어지면서 야당 쪽의 비리가 전례없이 만연했던 사실을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다. 운영만 잘 했더라면 멋진 정치를 펼칠 수 있었던 여소야대의 4당 체제는 결국 비극으로 종말을 고했지만 그 체제를 뒤집어 엎어버리고 나온 거여소야의 합당체제는 정치를 더욱 못쓰게 만들고 말았다.

협상과 타협과 대화는 온데간데없고 대립과 대결과 파쟁만이 정치판을 지배하기는 4당체제나 합당체제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정치판은 언제나 생산적이고 건설적이라는 칭찬 한마디 들어 보지 못하고 마디마디 구석구석 파행과 파국으로 얼룩져 왔던 것이다.

그래서 간간이 국회 해산론이 대두되기도 했지만 「정치란 원래 싸움판이니 한고비 넘어가면 괜찮을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지금까지 그런대로 참아 온 것이다.

그런데 이제와서 정치권 전체의 도덕성과 윤리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사건들이 잇달아 터지자 인내의 한계를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정치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범한 불명예를 씻을 자신과 능력이 없다면 근본적으로 생각을 달리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이제 임기는 1년밖에 남지 않았고 남은 임기 동안 국민에게 실망만 줄 게 뻔하다면 「악운의 13대」를 앞당겨 마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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