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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외압 증거 확보에 “진전”/검찰 수사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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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외압 증거 확보에 “진전”/검찰 수사 상황

입력
1991.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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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인물·실무급 수사서 「실체」 가시화/「핵심」 소환 땐 자백보다 사실확인 중점/은행등 뒤져 한보 비자금 추적검찰의 수서택지 특혜공급사건수사가 「특수권력이 개입된 거액의 뇌물로비사건」으로 윤곽이 잡혀감에 따라 난마처럼­정·경·관이 얽힌 「6공최대의 의혹」을 과연 검찰이 속시원하게 파헤칠 수 있을 것인지,또 구체적으로 어느선 어느 범위까지 조사해 처벌할 것인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1일 현재 검찰은 주택조합관계자 12명,한보그룹 임직원 10명,건설부 및 서울시 간부와 실무자 5명 등 모두 27명을 소환,조사했다.

검찰의 수사는 아래에서부터 위로 사실관계를 차곡차곡 확인해 올라가는 방식으로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이나 장병조 전 청와대비서관 등 핵심인물들의 본격적 소환조사에 앞서 참고인 성격이 강한 실무급 관련자들의 소환조사가 선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설날 연휴 전에 정회장과 장 전 비서관의 신병처리를 마무리 한다는 것이 검찰의 방침인만큼 10일 밤 철야로 진행된 강병수 한보주택 사장 등 한보그룹 임원들과 서울시·건설부 실무자들에 대한 조사는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즉 「외압과 뇌물」이라는 두 가닥의 줄기를 좇고 있는 검찰이 정 회장의 측근 참모인 자금담당전무 등을 소환 조사하고 이동성 건설부주택국장과 김학재 서울시도시계획국장 등 행정부처 고위공직자를 차례로 부른 것은 정 회장과 장 전 비서관의 소환이 임박했다는 신호탄으로 간주해도 되기 때문이다.

이들을 소환한 뒤 검찰수사관계자는 『새마을비리사건 등 역대 대형경제사건에서도 핵심인물들의 진술보다 주변인물 수사에서 실마리를 찾았다』고 말했다.

최명부 대검중수부장도 윤유학·윤학노씨 등 2명의 전 건설부택지개발 과장과 강창구 서울시도시개발 과장을 철야조사한 결과에 대해 『관계공무원들이 외부의 압력이 있었음을 시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검찰이 외압의 실체에 한걸음 다가섰음을 알게 했다.

검찰은 지난 7일 내사착수 사실을 밝히면서 국세청과 은행감독원 직원들을 동원,한보측의 주거래은행인 조흥·서울신탁은행은 물론 제2금융권을 샅샅이 뒤져 비자금 구좌를 찾는 작업을 은밀히 진행해왔다.

또 감사원으로부터 한보가 수서택지의 양도차액 4백27억원과 3개 시중은행에서 대출받은 기업정상화자금 중 4백18억원 등 모두 8백45억원의 용도불명자금을 조성했다는 감사결과를 통보 받고 한보그룹 자금운영실무총책인 한근수 전무와 경리직원들에게 이 돈의 행방과 사용처를 집중 추궁,수사에 상당한 진전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12일중 소환될 것으로 알려진 정 회장에게는 확보된 비자금내역서 등 각종 장부를 들이대고 사실여부를 확인하는 정도에 그칠 뿐 자백을 강요하는 수사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검찰이 고심하는 대목은 장 전 비서관으로 대표되는 외압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어느 선까지 수사를 확대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검찰은 장 전 비서관이 서울시대책회의에서 행사한 유·무형의 압력과 국회건설위소속의원들의 청원과정 등으로 미루어 장 전 비서관 이상의 고위선에서 압력 또는 개입행위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돼 국민들의 의혹을 풀기 위해서라도 수사확대는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그러나 수사를 무작정 확대할 경우 자칫 6공정권의 존립기반마저 무너뜨릴 치명타가 터져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국민들의 의혹을 어느 정도 해소시키면서 검찰의 공신력도 유지할 수 있는 절충안을 찾느라 부심하고 있다.

따라서 검찰은 장 전 비서관의 상부선으로 의혹을 받고 있는 청와대 고위관계자에 대해서는 『소문만으로는 고위공직자를 소환할 수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어 소환조사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장 전 비서관이 소관업무도 아니면서 택지특혜공급문제를 다룬 서울시 회의에 참석했고,관계공무원을 청와대로 불러들여 특혜공급을 지시하는 등 개인적 민원차원을 떠난 행동을 한 점 ▲누가 시장이었더라도 택지 특혜공급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윤백영 서울시 부시장의 발언 등을 종합해 볼 때 압력은 개인차원에서 비롯됐다기보다 여러 사람이 연대해 행사한 흔적이 역력한 실정이다.

또 일개 민원에 불과한 문제로 2차례나 당정회의가 열렸는가 하면 국회건설위소속 의원들의 조직적인 「긍정검토」 압력도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정·경·관의 고위층들의 뇌물수수 및 압력행사 의혹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때문에 검찰은 일단 장 전 비서관을 직권남용혐의로 구속,의혹의 일부를 불식한 뒤 국회건설위소속 의원들에 대한 뇌물수수 여부를 가리는 수사로 전환,국면 반전을 꾀할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현재까지 검찰의 수사는 모든 관련자료에 대해 수집한 정황증거를 추적,구체화하는 상태로 확실한 증거와 영장청구 및 공소유지요건을 갖췄다고 판단되면 관련의원들을 소환하게 될 것으로 보이며 소환대상자는 구속처리로 연결될 것이라는 판단이 유력하다.<이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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