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비리… 수사 단기종결 힘들듯/한보 뇌물·외압 상관성이 핵심/1차 정 회장·장 비서관 구속 큰줄기 정리/방증자료 바탕 설날 이후 수뢰 본격 착수수서택지 특혜공급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핵심인물들의 소환에 앞서 기초사실 확인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수사가 어떤 단계로 언제까지 진행될 것인지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수사 나흘째에 접어들어 검찰은 26개 연합주택조합의 설립경위와 인가과정,한보주택과의 관계 등을 알아보기 위해 조합장 8명을 소환조사한 데 이어 자신들의 명의로 땅을 사들인 한보주택 임원과 건설부·서울시의 실무자들을 소환,땅매입과정부터 수사하고 있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여론으로 온나라가 벌집을 건드린 듯 요란하고 국민들의 이목이 모두 집중돼 있는 대형 의혹사건 치고는 수사 진전속도가 다소 느린 셈이다.
검찰은 먼저 참고인 등을 통한 방증수집과 신문사항 작성 등 신병처리를 위한 사전정지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 사건 핵심인물들을 본격 소환하는 순서가 미뤄지고 있는 것이다.
검찰수사관계자는 『수서사건이 정치·경제·사회부문에 걸쳐 복잡다기하게 얽혀 있는 구조적 비리성격을 띠고 있는데다 형사처벌을 전제로 한 수사와는 별도로 그 동안 제기돼 왔던 각종 의혹의 사실여부를 가리는 해명성 수사도 병행하고 있어 단기간내에 수사를 종결하기 어려운 상태』라며 『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다소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검중앙수사부 1∼4과장과 서울지검 특수부검사 8명 등을 포함,모두 12명의 매머드수사팀을 구성한 것도 이처럼 방대한 수사를 예상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검찰이 확보한 각종 증거 및 수사 진전상황을 놓고 볼 때 검찰은 설날연휴를 분수령으로 장·단기의 2단계 수사전략을 세워놓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 사건의 핵심은 두말 할 나위 없이 서울시의 택지공급 인가과정에서 한보측의 금품제공과 외부압력이 어떤 식으로 서로 얽혀 있는가라는 부분이지만 입증이 쉽지 않다는 난점이 있다.
뇌물수수죄는 금품제공자와 수수자 모두가 행위를 인정해야 함은 물론 금품이 제공된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수표나 비밀장부,비자금내역서 등의 확보가 필수적이어서 수사상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한보의 정태수 회장은 세무공무원 출신으로 개인비자금을 사용하고 흔적을 남기지 않는 완벽한 로비활동으로 정평이 나 있을 정도기 때문에 물증확보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검찰은 우선 설날 전에 정 회장을 국토이용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한 뒤 후속수사를 통해 뇌물공여 사실을 밝혀내 추가기소하는 수사상의 편법을 사용할 가능성도 크다.
또 수서특혜 외압의 배후로 알려진 장병조 전 청와대비서관의 경우 한보의 정 회장으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지만 역시 입증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 예상되는만큼 일단 직권남용혐의로 정 회장과 함께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이 섰다는 것이다.
즉 이번 사건의 핵심인물로 지목된 정 회장과 장 전 비서관을 지금까지 드러난 혐의만으로 설날 전에 구속,일단 굵은 가지를 쳐낸다는 것이 검찰의 단기전략인 셈이다.
이 경우 비등하는 여론을 잠재울 수 있을 뿐 아니라 한숨을 돌리고 수사할 시간을 버는 효과가 있다고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검찰관계자들은 5공비리 수사 때도 신정연휴기간 동안 「휴전」했던 전례를 상기시키며 『불안한 상태에서 설을 쇠는 사람도 있고 오히려 편안한 마음으로 감방에서 설을 맞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말해 정 회장과 장 비서관의 구속시기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검찰이 초기진화효과를 노려 핵심인사 2명에 대한 「조속한 사법처리」 방침을 정했지만 사실상 이 사건의 본류는 뇌물사건이기 때문에 후속수사가 더 큰 관심사로 대두될 것이 분명하다.
특혜공급사건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진 국회 건설위 소위관계자들이 한보의 정 회장으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은 사실이 밝혀질 경우 사법처리 문제가 거론될 뿐 아니라 정치권에 미치는 파장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또 검찰이 5공비리 수사과정에서 정치자금부문을 수사대상에서 제외,비난을 받았던 점을 감안할 때 정치권에 대한 수사가 제한적이거나 얼버무리는 식으로 진행될 경우 검찰의 공신력이 손상될 우려도 크다.<이창민 기자>이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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