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당통합,그것도 세계정당사에도 유례가 드물게 여야당의 합당으로 출범했던 민주자유당이 창당 한 돌을 맞았다.국민들은 이날을 맞아 3당통합을 선언했을 때 느꼈던 씁쓸한 심정을 되살리게 될 것이다. 3당은 다시 여소야대의 4당구조로는 나라 안팎의 도전을 헤쳐,나라의 밝은 앞날을 개척할 수 없다며 납득할 수 없는 「변신」의 이유를 둘러대고 새 정치,즉 희망의 정치·신뢰의 정치를 펼쳐 안정·번영·통일을 이룩하겠다고 공약했었다.
그러나 실제는 새 정치가 아닌 구태의연한 파쟁과 밀실정치,다수를 앞세운 독주정치로 국민의 정치불신을 더욱 심화시켰고 정치의 질을 건국 이래 최저의 수준으로 떨어뜨림으로써 국가적 불안과 정체를 자초하고 말았다.
그것 뿐인가. 민자당이 창당대회에서 채택한 25개 기본정책 중 국민들에게 애써 실천을 강조했던 책임정치의 구현,성숙한 정치문화의 정착,경제정의의 실현,건전사회 건설 등의 사항 중 어느것 하나도 제대로 이룩한 것이 없다. 지난 1년간의 나라의 형편을 두고 어디에서 책임정치와 경제정의,건전사회를 찾을 수 있겠는가. 민자당이 그토록 개혁의지를 역설했음에도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던 금융실명제를 보류하고 또 이른바 일련의 개혁관계 법률들의 손질을 아직까지 미뤄오고 있음은 무책임 정치의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 실망을 안겨준 것은 끊임없는 파쟁과 거여답지 않은 정치무력증이다. 3당통합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고개를 들기 시작한 잇단 파쟁과 내분,즉 김영삼 대표와 박철언 의원간의 불화,대권밀약 파동,내각제 합의각서 소동 등은 하나같이 국민의 가슴에 상처를 안겨주는 어처구니 없는 행태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일련의 작태는 3당통합이 당사자들의 주장대로 민주화와 개혁작업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당권장악과 노태우 대통령 임기 후의 대권승계를 위한 정권안보의 필요성 때문이 아니었나 하는 의구심을 국민에게 안겨주었다.
물론 우리는 민자당이 합당의 목적대로 운신하기 어려운 점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 서로 정치적 출생과 성장 배경 및 체질이 다른 정당들이 호흡을 맞추어 하나로 통합·융해되기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같은 문제점들을 감안하더라도 그 동안 민자당이 보여온 모습들은 국민의 지지도가 10% 선으로 떨어질 정도로 실망투성이였다는 점을 당지도부는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사실 오늘날 민자당은 겉으로는 각계파간의 휴전으로 그런대로 평화를 유지하고 있지만 당권과 대권을 둘러싼 날카로운 이해와 충돌 가능성은 여전히 내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민자당이 온갖 안팎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계속 전진할 것인가,아니면 끝내 분당을 맞을 것인가는 전적으로 당지도부각계파의 태도와 노력에 달려 있다 하겠다. 따라서 민자당이 취할 자구책은 분명하다. 첫째 각파가 파리보다는 당리,당리보다는 국가와 국민 이익을 먼저 추구한다는 차원에서 합당선언 때 밝힌 통합정신과 취지를 이제부터라도 하나하나 구현하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둘째로는 정강정책과 선거공약을 최대한 실천하는 일이다. 창당 1년을 맞는 오늘까지 호남지역을 제대로 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커다란 약점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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