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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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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1.0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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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와 나귀가 함께 사냥을 나갔다. 힘이 세고 날쌘 사자가 짐승 몇 마리를 잡았다. 그것을 세 몫으로 갈라놓고 사자는 말했다. 「하나는 제1인자와 강자로서의 나의 것이다. 둘은 너의 협력자로서 애쓴 나의 것,셋도 내몫이다. 따라서 너의 몫은 하나도 없다. 다른 데로 가보는 게 좋겠다. 아니면 너는 불행을 자초할지 모르니까」 이런 것이 오만한 강자의 윤리이다. ◆권력주의와 물질주의가 결탁하면 안하무인격으로 강자의 자의는 더욱 기승을 부린다. 믿는 데가 든든하니까 감히 누가 건드리랴 두려움을 모른다. 염치가 없어지고 책임질 생각은 아예 하지를 않는다. 결정은 자기가 내리고 책임은 남에게 있다고 뒤집어씌우고,로비를 하고도 그런 바 없다고 딱잡아떼고 마는 것이다. 이것이 지금까지는 당연한 듯이 통해왔다. ◆점입가경으로 굴러가는 「수서의혹」은 권력과 금력의 생리를 숨김없이 노출시키고 있다. 관계기관은 입을 모아 합법을 주장하더니 감사와 수사가 착수되자 금방 들통이 나고 말았다. 그 동안에 벌어진 고위직들의 추태는 한마디로 딱하기만 하다. 압력설은 일체 부인하면서 자신의 결백을 밝히려 엉뚱한 공문서까지 세상에 내놓으며 발뺌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자기 몫을 차지하려던 때와는 아주 딴판이다. ◆강자의 윤리는 억압과 권위주의시대의 유물이다. 높은 데서 막아주면 세상 여론 따위는 한순간에 덮어버릴 수도 있다는 맹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니까 정치나 행정이나 아래를 보지 않고 위만 쳐다 보는 풍토가 자리를 잡았다. 권력에 밀착한 계층은 이것을 아주 당연스럽게 받아들인 것이다. ◆수서특혜로 치명상을 입은 것은 고위공직자와 정치인들이 애용한 강자의 윤리이다. 이들의 말은 이제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지 않을 것이다. 하긴 불신은 이미 오래전부터 깊어왔으니 더 믿을 것도 없는 형편이다. 시민이 안따르는 시정,국민이 외면하는 국정,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이번 의혹의 승자가 있다면 그것은 불굴의 시민정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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