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업체 포기한 땅 헐값 매입 곧 건축허가/“불가능한 용도변경에 엄청난 로비” 눈총한보주택은 그 동안 주택사업을 해오면서 다른 주택건설업체에서는 손을 대기 싫어하는 자연녹지나 풍치지구를 매입,택지로 바꿔 아파트를 건축하는 데 남다른 수완을 보여왔다.
도시계획법상 자연녹지는 개발이 유보되어 있는 땅으로 민간업자가 아파트를 짓기 위해서는 용도지역이 주거지역으로 변경되어야만 가능한데 절차가 까다로워 웬만한 주택건설업체에서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또 공영개발택지로 수용돼 연고권을 인정받아 택지를 분양받을 수도 있으나 이 역시 사전에 공영개발 정보를 입수해야만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풍치지구 역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지구 해제결정을 내려야만 주택건설이 가능한 곳으로 한보는 이들 지역이 값이 싼 점들이 이용,대거 매입해 아파트를 지어왔다.
이 과정에서 업계관계자들은 한보측이 수서지구 특혜분양에서 보듯 엄청난 로비를 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85년에 착공된 서울 서초구 반포동 34 일대(강남 성모병원 뒤) 한보 미도아파트 부지가 대표적인 예.
이 땅은 도시계획상으로는 주거지역이었으나 소나무와 잡목 등이 우거져 풍치지구로 지정돼 아파트 건설이 불가능한 곳이었다.
이에 따라 땅값이 떨어지자 원소유자인 한신공영은 자금난 타개를 위해 한보에 매각했는데 한보가 매입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서울시로부터 아파트 건축허가를 따내 업계를 놀라게 했다.
당시 한양 등 쟁쟁한 주택건설업체도 이 땅에 눈독을 들였으나 건축허가가 어려울 것으로 밝혀지자 손을 뗐는데 한보는 거뜬히 아파트를 건설,1백60억원의 이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보측은 지난 88년초 5공비리 수사가 착수되면서 건축허가를 받을 수 있게 된 경위에 대해 수사를 받았으나 석연히 밝혀지지 않은 채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자연녹지에 한보가 얼마나 많은 아파트를 지었는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문제가 되고 있는 수서지구 이외에도 서울 등촌동 장지동 양재동과 수원 부근 등지에 모두 14만평의 자연녹지를 소유하고 있는 점으로 보아 역시 「비상한 수단」으로 이들 녹지에 주택을 지으려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은 『기업이 이익이 있는 곳에 투자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하고 있으나 주택건설업계에서는 『용도변경허가를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없는 한 녹지를 사들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모 주택건설회사 사장은 『자연녹지는 용도변경허가가 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며 『한보가 녹지지역에서 몇 차례 재미를 본 것을 경험삼아 또다시 녹지를 매입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정숭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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