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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의 체질개선(사설)

입력
1991.0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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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주가조작사건이 불과 3개월 만에 또 터졌다. 이번 조작사건은 증권회사의 창구간부직원들과 큰 손이 결탁,자본금 55억규모의 중소기업인 진흥상호신용금고의 주가를 89년 한햇동안 1백85억원을 동원,조작하여 10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것이다. 작년 11월의 사건과는 상장업체의 대표가 아니라 증권회사 직원들이 관련됐다는 것이 다를 뿐 수법은 동일하다.비교적 조작이 손쉬운 자본금 50억원 안팎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서로 짜고 통정매매를 하거나 ▲남의 이름으로 개설한 본인주식계좌 등을 이용,실제로 자신들이 거래하는 가장매매 등의 수법으로 주가를 치켜올린 뒤 내다 파는 방식을 취했다.

이번 사건은 증권거래법에 의해 직접 매매행위가 금지된 증권회사 직원들이 관련됐다는 점이 충격적이다. 사실은 이들이 적발됐다는 것이 더 충격적인지 모른다. 증권회사 직원들 대다수가 고객의 자금을 관리하고 투자자문역할을 하게 돼 있으나 타인명의로 직접 증권거래에 관여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번 사건은 이런 의미에서 빙산의 일각이라 하겠다. 사직당국에 의해 적발이 되지 않아서 그렇지,앞으로도 대형주가 조작이 드러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우리나라 증권시장은 70년대 특히 80년대 이후 상장회사수,증권회사 자본금,증권인구,거래규모,자금조달액 등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했지만 투자풍토의 건전화 등 질적인 개선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기업과 정부에 대해 안정적으로 자금을 공급하고 반면 투자자에 대해서 합리적인 이식을 보장해 주는 신뢰성 있는 자본시장보다는 돈을 놓고 돈을 먹는 투기시장으로의 파행이 강했다. 이러한 풍토에서 대주주와 큰손들만이 언제나 승자였고 샐러리맨 등 일반소액투자자들은 이들의 밥이었다. 증시가 파국을 맞을 때마다 손해를 보는 것은 언제나 이들 약자다. 87·88년의 증시폭발기에 대주주들은 소위 「물타기」 「뻥튀기」 등 재테크로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불과 3∼4년 사이에 주택,아파트,택지 등 부동산이 4∼5배씩 폭등한 것도 이 재테크가 주요 요인의 하나다. 부익부 빈익빈의 현상은 극도로 심화,그 경제,사회적 파급영향은 감지할 수 없을 정도로 돼 있다.

주가조작이 재테크를 부추겼음은 말할 것도 없다. 증시가 바닥권 탈출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현재 시급한 것의 하나는 신뢰성의 회복이다. 현행체제로는 증권거래소,증권감독원,재무부 등 유관기관 등이 주가조작을 효율적으로 적발할 수 없다고 한다. 이번에 드러난 조작사건도 내부피해자의 고발조치에 따라 적발된 것이라고 한다. 또한 지난해 11월에 발표된 사건은 강제수사권 등이 없어 조사에 1년이나 걸렸다고 한다.

증권감독원 관계자는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준사법권 부여,증권거래 분석의 전산화,법률강화,전문인력의 보강 등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명년에 자본시장을 개방한다. 미비한 제도나 설비의 보완이 시급하다. 뭣보다 요구되는 것은 체질개선의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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