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특혜사건은 사건경위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사전각본에 따라 저질러진 불법처사라는 혐의가 짙어져 가고 있다. 이 사건을 처음으로 문제 삼았던 여당의 김운환 의원은 6일 작년 12월 국회 건설위소위에서의 수서주택조합 청원심사 때 선처를 당부하는 청와대 모 수석비서관의 전화가 있었다고 폭로했고,여당의원총회에서조차 『청와대·정부·여야가 한꺼번에 의심을 받는 경우는 일찍이 없었다』는 의원들의 자성의 탄식이 나올 정도였다.이같은 사전 각본의혹을 증폭시키는 데 가장 핵심적인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게 절차를 무시한 국회서의 잘못된 청원처리 과정이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국회에서 청원이 정식채택되려면 비록 심의는 상임위 또는 소위에서 했더라도 본회의에 넘겨 의결을 거쳐야 비로소 공식적인 국회의 의견으로 성립되는 법이다. 그런데 문제가 된 작년 12월11일 국회 건설위 청원심사소위는 수서택지조합측의 청원을 심사한 뒤 본회의에 넘기지도 않고 자체의견에 불과한 그 심의내용을 마치 국회의 의사인 양 서둘러 서울시에 보냈다. 그리고 서울시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국회의 청원심사결과에 따라 택지공급결정을 내렸다』고 발뺌하기에 이르렀다.
보통 국회에서의 청원처리란 몇 달씩 걸리는 게 예사이고,청원이란 수리하여 심사할 의무만 지고 청원인의 뜻대로 재결해줄 의무는 없는 것이다. 또한 서울시와 같은 행정부로서도 국회의 청원재결내용을 참고할 수는 있을지언정 특혜적인 행정행위의 근거로 삼을 수는 없다. 어떤 행정행위도 의당 법의 근거 아래에서만 타당성을 갖는다는 것은 상식 중의 상식인 것이다.
결국 수서특혜사건의 초점은 어째서 그 같은 잘못된 청원재결 통보가 국회의 이름으로 가능했고,그 같은 절차를 무시한 처리에 과연 누가 간여했는지로 모아진다.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압력을 넣은 고위층은 누구이며,시장이 바뀌었다지만 네 번씩 특혜를 거부해온 서울시가 왜 그 같은 잘못된 청원재결 통보만으로 특혜허용으로 급선회하게 되었는지가 의문 중의 의문으로 떠오른다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국회는 청원처리의 전후과정과 진상을 소상히 국민 앞에 밝혀야 할 것임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그처럼 잘못된 여야의 청원처리가 고비가 되어 수서특혜라는 유례없는 의혹과 추문이 가능해졌다며 지금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대변자임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입법활동에 전념하기는커녕 법과 절차를 어겨가며 권력층과 업자의 들러리나 선다는 국민들의 심한 불신과 의혹을 풀지 않고서는 국회의 설 땅이란 없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청원의 미스터리는 하루빨리 밝혀져야 한다. 그래야만 각본설의 진상도 아울러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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