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 명의 택지 축소신고도/은감원선 불법대출 조사/대출 1년새 56% 급증… 담보설정에 문제점국세청과 은행감독원은 한보가 26개 직장주택조합에 수서지구 땅을 넘기는 과정에서 탈세했는지의 여부,부동산 취득 및 대출과정에서 규정을 위반했는지의 여부 등에 대해 전반적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국세청은 5일 한보그룹이 문제의 서울 수서지구 택지를 주택조합에 매각할 때 「제소 전 화해」라는 전형적인 투기수법을 사용함에 따라 이 과정에서 양도소득세를 탈루했는지 여부를 가리기 위해 택지 매매과정 전반에 관한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또 한보철강 최무길 상무(당시 한보주택 이사) 등 4명의 임원이 수서지구에 4만9천8백60평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지난해 5월의 제3자 명의 부동산 자진신고시에는 2만6천평만 축소신고한 점을 중시,고의적인 신고누락 여부를 가려내 증여세 등을 중과키로 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한보그룹은 수서지구 토지 4만9천여 평을 88년 4월부터 89년 11월까지 최 상무 등 4명의 임직원 명의로 사들인 후 89년말 이 중 3만5천평을 관련주택조합에 「제소 전 화해」 수법으로 매각했다는 것.
국세청은 「제소 전 화해」를 당국의 토지거래허가를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토지거래에 따른 자료를 수집,양도세 과세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국세청은 아울러 한보그룹이 3자 명의 부동산을 고의로 누락했는지 여부를 추적조사키로 했다.
한편 은행감독원은 조흥·신탁 등 한보그룹의 주거래 은행들이 부동산취득 사전승인 등 여신관리 과정에서 규정위반이 있었는지의 여부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은행감독원은 한보주택과 한보철강의 주거래 은행인 조흥은행과 서울신탁은행이 이들 회사의 여신을 취급하면서 특혜를 주거나 규정을 위반한 사례는 현재까지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히고 대출내역을 보다 세밀히 조사중이라고 덧붙였다.
한보그룹의 지난해말 현재 은행대출금은 1천2백98억원으로 나타났으며 여기에 지급보증까지 합친 여신액은 3천7백2억원으로 1년 전보다 55.7%가 급증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문제의 수서지구 땅이 이미 직장주택조합으로 넘어가거나 서울시에 수용됐음에도 불구하고 조흥은행의 한보주택 명의 5백억원 담보설정에 여전히 포함돼 있으며 서울신탁은행의 경우엔 한국투신주택조합 등의 명의로 담보가 설정돼 한보철강이 30억원의 지급보증을 받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택지 명의 이전과정에서 담보가 해지되지 않은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과세대상 절반만 증여세 부과/의혹 불어나자 뒤늦게 “실사 칼”(해설)
국세청이 한보그룹의 수서지구 택지 매매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조사에 착수함에 따라 한보의 특혜분양시비는 이제 탈세여부가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국세청은 현재까지 한보그룹이 탈세를 했다는 명백한 사실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일단 탈세가능성을 부인했다.
국세청은 한보측이 지난해 5월 30대 재벌의 제3자 명의 부동산 자진신고시 수서지구 택지 2만6천평(장부가 26억원)을 자진신고함에 따라 정밀실사를 벌여 증여세 등 관련세금 84억원을 이미 추징한 바 있다고 밝혔다.
그 밖의 3자 명의 부동산에 대한 증여세 과세여부와 회사측이 주택조합에 택지를 매각할 때 양도소득세를 냈는지 여부는 실태확인조사를 해봐야만 알 수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나 여기서 몇 가지 석연치 않은 대목이 있다.
한보그룹은 88년 4월부터 89년 11월까지 상무(당시 한보주택 이사) 등 4명의 임직원 명의로 문제의 수서지구 토지 4만9천8백60평을 사들인 후 89년말 이 중 3만5천평을 관련주택조합에 매각했다.
여기서 세금부과는 두 가지로 이뤄진다.
우선 임직원 명의로 사들인 게 「조세회피 목적이 있다」면 증여세를 부과해야 하고 따라서 국세청이 84억원의 증여세를 추징했는데 부과대상이 당연히 4만9천여 평 전체가 돼야 하는데 국세청은 2만6천평만 문제를 삼았다. 과세가 되지 않은 나머지 2만3천여 평에 대한 과세여부는 오리무중인 상태로 남아 있는 것이다.
또 한보측이 택지 일부를 주택조합에 매각했으면 양도차익에 대한 양도세(법인은 특별부가세)를 내는 게 당연한데 국세청관계자조차 과세여부 자체를 모르겠다고 답변하고 있다.<이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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