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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중재역 자임… 전쟁양상 새 변수/걸프전 종식 외교노력도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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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중재역 자임… 전쟁양상 새 변수/걸프전 종식 외교노력도 활발

입력
1991.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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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불 비롯 제3세계서 큰 호응/미 냉담… 공격범위등 압력 효과/결실 희박불구 전세 윤곽 드러날 때 구체논의 기대걸프전 종식을 위한 외교적 중재 움직임이 이란을 중심으로 활발해지고 있다. 다국적군의 지상공격을 앞둔 시점에서 대두된 이같은 중재 움직임이 전쟁전개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을 끌고 있다.

하셰미·라프산자니 이란 대통령은 4일 걸프전 종식을 위해 사담·후세인 이라크 대통령과 회담할 용의가 있으며 미국과도 공식접촉을 시도하겠다고 밝히는 등 중재역할을 적극 자임하고 나섰다. 라프산자니 대통령은 후세인 대통령에게 이미 자신의 평화안을 전달했으며 회교회의 기구,페르시아만 연안국,소련,프랑스,터키 등과도 이 평화안을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미국 이라크 두 전쟁당사국과 여전히 적대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는 이란이 이처럼 적극 중재에 나선 것은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예상외로 제3세계 국가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유고 인도 알제리 등 비동맹 핵심국가들은 오는 12일 베오그라드에서 회담,이란측 제안을 논의키로 했으며 소련은 5일 벨로노고프 외무차관을 테헤란에 파견,이란측을 고무시켰다. 또 터키도 외무장관이 이란을 방문키로 했으며 케야르 유엔사무총장 이붕 중국 총리 역시 지지의사를 표명했다.

외교적 중재 움직임이 이처럼 활기를 띠는 것은 현재의 걸프전 전황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것은 걸프전이 20일째로 접어들면서 다국적군의 일방적 대이라크 공세에 대한 비난과 우려의 여론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프랑스나 소련에서는 다국적군의 파상적 공습이 유엔이 결의한 무력사용의 한계를 벗어나고 있다는 비난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비난대로 미국은 유엔이 허용한 쿠웨이트 원상회복보다는 이번 기회를 통해 향후 이라크가 중동지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할 수준까지 군사적 잠재력을 제거하겠다는 의도를 구태여 숨기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아랍권의 반미 분위기는 다국적군에 참여한 온건아랍국가들 사이에서도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2일 모로코에서는 30만명이 친이라크 시위를 벌였고 이집트에서는 야당세력이 집결,걸프전의 즉각 종식을 촉구했다. 시리아에서도 이라크를 지지하는 지식인 80명이 체포됐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따라서 이같은 반전 분위기에 편승한 외교적 중재노력은 당장 가시적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더라도 미국이 외교적 해결에 적극 나서도록 촉구하는 강한 압력으로 계속 작용하게 될 것이다.

라프산자니 대통령이 제시한 평화안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지만 앞서 카르비 이란 국회의장이 공개한 5개항의 평화안과 유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카르비 의장의 평화안은 ▲이라크와 다국적군의 동시철수 ▲쿠웨이트에 이슬람 평화유지군 배치 ▲소련 거주 유태인의 이스라엘 이민 중지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란측 제안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매우 냉담하다.

미 행정부의 주요 관리들은 이라크가 먼저 쿠웨이트에서 철수하지 않는 한 어떠한 협상도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로서는 이란의 중재노력이 걸프전을 종식시키는 구체적 결실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전개된 걸프전 양상을 고려할 때 미국측도 군사력에만 의존,후세인의 무릎을 꿇게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를 쿠웨이트에서 몰아내기 위해서는 지상전이 불가피하며 이 경우 미국측은 막대한 인명피해를 각오해야 한다. 또 이라크군을 몰아내는 데 성공한다해도 걸프전이 끝난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따라서 미국측도 어느 상황에 가서는 협상을 통해 걸프전이 제2의 월남전으로 비화하는 것을 막지 않으면 안 될 입장을 고려해야 될지도 모른다.

일부에서는 다국적군이 전쟁을 완전히 종결짓기 위해서는 이라크까지 점령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세계 여론 때문에 사실상 실현불가능한 것이다.

또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장기적 전략목표는 이라크가 주변국가들을 위협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임이 분명하지만 동시에 이라크가 지나치게 약화돼 이란이나 시리아를 견제할 수 없는 공백상황도 원치 않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은 4만회가 넘는 출격을 통해 이라크의 군사기반을 현저히 파괴하는 1차적 목표에는 어느 정도 근접한 셈이다.

그런만큼 이라크의 쿠웨이트 철수가 보장된다면 미국도 협상에 나설 여건은 갖춰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지난달말 미소외무장관회담에서 이라크가 쿠웨이트 철수를 약속한다면 전쟁을 중지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나 최근 전후 중동평화계획을 수립할 것 등도 이런 배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외교적 해결방안이 지상전에 앞서 결실을 맺을 가능성은 없어 보이지만 지상전으로 양측에 많은 인명피해가 나고 전세가 어느 정도 판가름난다면 보다 구체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은 매우 높은 것으로 보인다.<배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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