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지구택지 특혜분양 의혹사건에 대한 감사원의 조사는 공정하고 정확하게 진행돼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그 조사에 의해 밝혀질 진상과 취해질 문책이 실망하고 분노한 국민들이 여론을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모두가 흥분하고 있어서 이 의혹사건은 진위와 옥석이 엇갈려 있기도 하고 또 앞으로 뒤바꿜 수도 있을 혼란에 빠져 있다. 이 의혹사건에 관한 우리의 객관적이고 냉정한 관찰과 평가가 감사에 도움이 된다면 다행이라고 여길 것이다.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의 순서를 따지자면야 서울시장을 제일 먼저 꼽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아무리 국회건설위의 청원통보가 있었고 결단력이 남다른 시장이라손 치더라도 전임 시장이 4번이나 불가 처리한 사안이라면 앞뒤는 분명히 가려봤어야 했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가. 「6·29선언」 이후부터 싹튼 왕성한 시민의식은 행정의 독주와 독단은 말할 것도 없고 비밀행정을 전혀 용인하지 않는 단계까지 와 있다. 분당·일산 신도시개발 착수 때 관계기관들이 집단행동과 목숨을 내던지는 저항까지도 불사했던 것을 우리는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서울시가 청와대와 민자당 평민당 등 여야의 눈치만 보고 시민 쪽의 반응을 무시했다면 그것은 시대착오의 오판을 한 셈이 된다.
국회건설위와 소위의 청원심의 내막도 국민들이 보는 앞에서 다시 따져야 한다. 알고 보면 그들이 서울시장으로 하여금 결단을 내리게 하는 결정적 동인을 제공했던 것이다. 그런데 어찌하여 서울시장만 다그치고 건설소위 의원들은 나몰라라 하는 식인가. 국회의원도 잘못이 있으면 책임을 지게될 때 정치의 민주화가 이룩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또 건설부는 무엇을 하는 곳인가. 서울시가 택촉법시행령 13조2의5항 개정 건의를 할 때는 분명히 불응해 놓고,국회건설소위의 유권해석에 대해서는 「특별분양 가능하다」는 정반대의 회신을 했다면 그 2중성이 수서택지 특혜분양의 원인이 또 하나가 되는 것에 틀림없다. 건설부도 서울시 못지않은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보는 부분이다.
마지막이 말썽의 발단이 된 한보그룹에 대한 판단이다. 잘잘못을 따지기 이전 아직도 이러한 특혜방법으로 돈을 벌 생각을 하고 있는 대형건설업체가 한보 말고 또 어디에 있는가고 따지고 있는 게 여론임을 알아야 한다.
문제의 토지 4만9천8백여 평은 자연 녹지지역 때 한보그룹이 임원 등의 명의로 사들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보는 이 땅을 서울시가 택지개발 예정지구로 지정(89년 3월21일)하기 바로 전해인 88년 4월에 금융단 등 14개 주택조합(조합원 6백50명)에게 팔아 넘겼다고 한다.
「민사소송의 제소전 화해」란 교묘한 방법을 쓴 경위와 이면도 아리송하고,자연녹지를 주택조합에 매각할 때는 택지개발 정보를 사전에 알고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당연히 따르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택지개발예정지구지정 이후 주택조합이 12개나 추가됐고 조합원이 3천3백60명으로 늘어난 것은 통째 불법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한보라는 재벌기업이 뒤에서 숨어 개발정보 자체를 미리 알아냈고 대규모 주택조합을 결성해 집단민원으로 밀어붙이면 땅짚고 헤엄치기식의 치부를 할 수 있다면 치밀한 계산하에 이뤄졌음을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한보가 주택조합에 땅을 팔아넘기고 말았다면 왜 수백억원을 풀어 로비를 했다는 치욕적인 혐의를 받고 있는데도 함구하고 있는 것일까.
수서택지 특혜분양에 대한 한보의 의문점은 한점의 의혹도 없이 엄정하게 수사되어 국민들 앞에 속시원히 공개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의혹들이 사실이라면 권력에 기생하는 기업이 발붙일 풍토를 척결한다는 차원에서 엄히 다스려야 마땅하다고 우리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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