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자 늘려 심리적 승자 계산/이라크 패색땐 화학탄 사용 분명… 효과는 없을 것【타임 2월11일자·본지 특약】 사담·후세인은 자신을 「파리를 기다리는 거미」로 생각하고 있다.
후세인은 미국 주도의 지상군이 조만간 이라크군을 내쫓기 위해 쿠웨이트로 진격해올 것을 알고 있다. 이때 다국적군은 수천 명의 사망자를 낼 것이다. 이같은 결과가 군사적 승리로 치부될 수는 없지만 전쟁을 오래 끌고 사상자가 많아지게 될 경우 후세인은 심리적인 면에서 승자가 되는 것이다. 사담·후세인의 전략은 이같은 이론 위에 세워지고 있다.
후세인은 이란과의 8년전쟁에서 방어적 전투경험을 얻었다. 이라크 공병은 사우디 접경을 사막의 마지노선으로 구축해놓고 있다. 이라크는 협소한 쿠웨이트지역에 54만명의 병력,4천대의 탱크,수천 대의 장갑차와 수천 문의 포를 방어진지 뒤에 깊숙이 배치해놓고 있다.
방어망은 10m의 모래벽,석유를 채워 불을 지를 수 있는 도랑,탱크를 막는 콘크리트장벽,날카로운 철조망,최소 50만개의 지뢰밭으로 겹겹이 이어져 있다.
서방 전문가들에 의하면 이라크군은 정규군,민병대 및 공화국수비대로 되어 있다. 정규군은 1만2천명을 단위로 한 50개 보병사단 규모이며 정병인 12만5천명의 공화국수비대가 그 뒤에 있다.
공군은 이란으로 숨었고 해군은 꽉 막혔으며 스커드미사일은 정확하지 못해 군사목표에 위협을 주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후세인의 전략은 명확하다. 다국적군이 진격해올 경우 이라크군은 생화학무기를 쏘아댈 것이 거의 분명하다.
그러나 화학무기가 그렇게 효과적이지는 못할 것이다. 장갑차는 독가스를 여과하는 필터를 부착하고 있으며 보병들도 대화학전 장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후세인은 될 수 있는 한 다국적군을 많이 살상할 결심을 하고 있다. 이란과의 전쟁에서 화학탄으로 2만5천명의 이란인을 죽인 경험이 있는 것이다.
노먼·슈와르츠코프 미군 사령관에겐 후세인의 이같은 수가 빤히 들여다 보인다. 그래서 슈와르츠코프는 공습으로 이라크의 보급로를 끊고 있다.
미군 지휘관들은 공화국수비대의 전투력이 30∼50% 정도 약화될 때까지 지상공격을 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현재까지 다국적군은 이같은 목표에 진전을 못 보고 있다. 이라크군은 공습을 잘 버텨내고 있는 것이다. 후세인은 이라크가 많은 사상자를 감수할 수 있는 반면 미국은 반전여론 때문에 그렇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타리크·아지즈 이라크 외무장관은 제임스·베이커 미 국무장관에게 이라크는 1년이고 2년이고 버틸 것이라고 말했었다.
그러나 후세인이나 아지즈는 또다시 오판한 것 같다.
쿠웨이트 소탕작전을 펴려면 후세인이 바라는 지상공격이 꼭 필요하다. 그러나 미국이 공격을 시작하면 대이란 전투와는 딴판일 것이다.
다국적군은 그들의 선택에 따라 전선을 다양하게 펼 수 있고 이라크의 정보수집능력으로 볼 때 어느 전선에 주력군이 몰려오는지 알 수 없을 것이다. 또 야간전투 장비의 부족과 전자교란장치로 이라크군은 눈먼 군대가 될 것이다.
이라크는 수백 문의 남아공제 G5 등으로 무장한 막강한 포병을 갖고 있다. 그러나 제공권을 잃은 상태에서 이라크 포병은 정확히 목표물을 맞힐 수 없다. 또 다국적 공군의 공습표적이 된다.
탱크전도 그렇다. 이라크의 소제 T62 T72탱크는 미국의 M1A1에 비해 열세이다. 더구나 다국적군은 탱크 대 탱크전에만 의존하지 않고 A10선더볼트 미사일 발사 헬리콥터의 지원을 받는다.
탱크가 사막을 달릴 때 일으키는 먼지를 10기 조종사들이 쫓아갈 것이다.
다국적군이 지뢰밭에 길을 열기 시작할 때쯤이면 참호에 흩어져 있던 공화국수비대가 전열을 가다듬어 반격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들에 대해 B52가 융단폭격을 하고 헬리콥터가 미사일 공격을 24시간 계속할 것이다.
패배를 눈앞에 두면,후세인은 대량의 화학무기를 쓸 것이다. 화학탄두를 장착한 미사일로 사우디와 이스라엘을 공격할 것이다.
또 후세인은 꼼짝 않던 3백50대의 항공기에 재래식 폭탄이나 화학무기를 실어 다국적 지상군을 공격하려 들 것이다.
이라크 공군이 이스라엘이나 사우디아라비아를 향해 가미가제식 공격을 할 수도 있다. 또 엑조세미사일로 미 함정을 공격할 것이다. 구축함이나 프리깃함은 엑조세 한 방에 치명타를 입는다.
이같은 작전이 성공해도 전쟁의 결과를 바꾸지는 못한다. 이를 잘 아는 후세인은 다국적군,특히 미군의 피를 흘리게 함으로써 정치적·심리적인 승리를 노리는 것이다.
다국적군이 계속 공습으로 보급로를 차단하면 이라크군의 전투력은 약해질 것이다. 그래서 후세인은 지난번 국경을 넘어 공격을 시도했는데 이는 다국적군을 조기에 지상전으로 끌어들이고 싶었던 것이다.
슈와르츠코프는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공습을 계속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지상전을 빨리 하라는 압력이 곧 고개를 들 것이다. 수 주 안에 페만지역의 날씨는 뜨거워질 것이고 이슬람의 라마단 단식일이 다가온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성지순례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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