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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공시절부터 “권력유착” 의혹/한보는 어떤 기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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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공시절부터 “권력유착” 의혹/한보는 어떤 기업인가

입력
1991.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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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지에 아파트 지어 눈총 받아/정 회장 세무공무원 출신 “땅 귀재”… 이규동씨 친분/재무구조는 취약… 자본 4배 “뻥튀기” 국감 물의도5공시절 특혜의혹 속에 급성장한 한보그룹의 정태수 회장(68)은 땅의 제1인자로 정평이 나 있다. 말단 세무공무원 출신으로 기업을 일으켜 20년도 안 돼 재벌로 성장시킬 수 있었던 것도 정 회장의 땅과 관련된 타고난 사업수완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정 회장은 5공시절 기업인으로서 급성장했고 그것도 땅을 통한 성장을 했기 때문에 그 동안 권력유착설 등 갖가지 억측과 의혹을 불러일으켰는데 이번 수서지구택지의 조합특별분양에 대한 의혹이 확산되는 것도 이 같은 정 회장의 전력 때문이다.

지난 51년부터 74년까지 강릉 속초 영등포 등지에서 세무공무원을 했던 정 회장은 74년 서울 구로동 재개발지역 1천2백여 평에 아파트 1백80가구를 지으면서 주택건설사업에 손을 댔다. 세무공무원으로 있으면서 부산에서 택시사업을 했던 정 회장은 이때 번 돈으로 서울 대치동 등 침수지역을 헐값으로 사들여 영동개발붐을 타고 이들 지역에 아파트를 지어 손쉽게 사업규모를 확대해나갈 수 있었다.

특히 지난 79년 대치동 부지에 당시 재벌급 기업들도 엄두를 못 내던 4천4백24가구의 대규모 은마아파트 건설에 착수,업계를 놀라게 했다.

은마아파트는 2차 석유파동으로 유가·환율이 크게 오르면서 불기 시작한 아파트붐을 타고 성공리에 분양을 완료,한보그룹은 주택건설업체로서 확고한 기반을 잡았는데 이때 번 돈으로 이웃의 미도아파트부지를 매입하는 등 땅에 대한 투자를 계속 늘려나갔다. 정 회장의 땅에 대한 집념이 얼마나 강한가 하면 택지조성사업에 참가하면 사업대금을 절대로 현찰로 받지 않고 땅으로 받을 정도다. 땅을 선택하는 감각도 남달라 정 회장이 확보한 땅은 반드시 개발붐이 일게 마련이어서 부동산업계에서는 한보가 확보한 땅 주변에 땅을 사두면 돈버는 것은 보장된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기까지 했다는 것.

특히 정 회장은 5공시절 다른 업체들이 생각도 못하는 녹지를 구입,아파트를 지어내어 놀라게 했다. 정 회장은 (주)한양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아파트건설을 추진하다 포기한 서울 반포동 강남성모병원 뒤쪽 녹지를 사들여 미도아파트를 지었고 세검정 등지의 녹지지역에도 아파트를 지어 분양함으로써 세간의 의혹을 샀었다.

여러 건설업체들이 노른자위로 눈독을 들였으나 녹지지역이라는 이유로 허가를 받지 못했는데 한보가 허가를 얻어내자 한보 뒤에 막강한 세력이 있다는 설이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정 회장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인인 이규동씨와의 친분에 힘입어 많은 도움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에 대한 보답으로 노인회관을 무상으로 지어주기까지 했다는 것.

이후 한보그룹은 82년 한보탄광을 설립하고 84년에는 금호그룹으로부터 한보철강을 인수,재벌의 모습을 갖추어나갔다. 정 회장에게는 땅의 제1인자라는 별명과 함께 「억세게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말이 따라다녔는데 이는 정 회장이 인수한 기업들이 대부분 빚더미에서 탈출,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변모했기 때문에 나온 얘기.

한보탄광의 경우도 폐광을 헐값에 사들였다가 후에 양질의 석탄이 대량 매장돼 있음이 확인돼 설립된 회사이며,한보철강도 인수 후 철강경기의 상승으로 호황을 맞아 그룹계열사 중 가장 이익을 많이 내는 회사로 탈바꿈했다.

이 밖에 80년대초 효성그룹으로부터 수원 한인골프장을 인수했다가 지난 87년 막대한 차익을 남기고 태광그룹에 되팔았으며 화신백화점을 인수했다가 자금부족으로 삼성생명에 넘기기도 했다.

정 회장은 중요한 일은 단독으로 처리하고 상당규모의 개인 비자금을 비축해 외형상 회사공금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때는 정 회장의 개인재산을 관리하는 전담회사까지 있었을 정도.

정 회장은 또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번 인연을 맺은 사람은 끝까지 뒤를 돌봐주는 보스기질도 갖고 있는데 전직 서울시 고위간부 2명을 계열사의 사장으로 앉히기도.

정 회장은 지난 84년부터 대한하키협회 회장직을 맡아 비인기종목이었던 하키를 올림픽에서 우승시키는 데 기여하면서 당시 올림픽조직위원장이었던 박세직 시장과도 가까워졌으며 지난해 정부의 대기업 비업무용 부동산매각정책에 따라 전경련에 설치된 대기업부동산매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해 부동산에 대한 전문성을 엿볼 수 있다.

정 회장의 뛰어난 사업능력에도 불구하고 한보그룹의 재무구조는 좋은 편이 아니다. 지난 88년 부실기업으로 전락한 한보종합건설을 호황을 맞고 있던 한보철강에 1 대 1로 흡수합병시켜 위기를 모면했는데 이때 한보종합건설의 자본을 합병 전에 4배 가까이 부풀려 2천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겨 국정감사에서도 큰 물의를 빚었었다.

한보그룹은 6공 이후 빛을 보지 못하다가 지난해말 아산만의 90만평 대지에 총사업규모가 1조2천억원에 달하는 철강단지 건설에 착수함으로써 건재를 과시했다.

한보그룹은 한보철강 한보주택 한보탄광 장영기업 등 4개 계열기업을 두고 있는데 89년말 현재 그룹매출액이 2천7백82억원으로 재벌랭킹 42위에 올랐으나 한보철강을 제외하곤 대부분 적자를 기록,순이익은 2백4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방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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